미국 퀴즈쇼 'Jeopardy'의 한 장면.
미국 퀴즈쇼 'Jeopardy'의 한 장면.
왓슨 씨를 아시나요?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하신 분입니다.

2011년 미국의 유명한 퀴즈쇼 'Jeopardy'에 출전해 역대 챔피언과 겨루어 당당히 1등을 하고 상금으로 백만 달러를 거머쥐었습니다. 저도 TV를 통해 대결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문제가 채 출제되기도 전에 전광석화처럼 벨을 누르고 정답을 맞추더군요. 함께 대결하던 역대 챔피언들의 머쓱해 하는 표정이란! 더구나 이날 왓슨 씨와 대결을 벌인 사람인 제닝스 씨는 전설의 74연승 기록자이고, 러터 씨는 최고 상금액인 미화 325만 달러를 탄 실력자였습니다.

그러나 왓슨씨가 퀴즈쇼에서 우승하기 위해 아버지인 IBM이 투자한 비용은 상금을 훨씬 능가합니다. 자연어 이해나 기계 학습, 지식 표현과 추론, 질의응답에 특화된 SW 등을 개발하기 위해 2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투자하였고, IBM power750 서버 90대를 연결하여 1997년 체스 챔피언을 지낸 Deep Blue 형님보다 100배나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 비용으로 1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렇게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왓슨 씨는 1000만 권 이상의 책에 해당하는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하나의 질문에 대해 100개 이상의 알고리즘을 동시에 수행해 주어진 질문에 3초 이내에 정답을 찾아내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또 승률을 높이기 위해 100회 이상의 실전 훈련을 거쳐 정확한 답을 가장 빠르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하였다는군요. 그야말로 훌륭한 몸(HW)에 뛰어난 두뇌 (SW), 그리고 꾸준한 노력(실전 훈련을 거친 Feedback)이 빚어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왓슨 씨는 자신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한 아버지를 위해 퀴즈쇼 출연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세계에서도 활약하기로 결심합니다. 첫 직장은 Wall Street에서 시작합니다. 왓슨씨는 여기에서 고객의 위험 관리,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등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산 분석가로서 왓슨 씨의 첫 고객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자산회사인 Citigroup이었다는군요.

의학계에서 왓슨 씨의 활약은 더 놀랍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잡지인 Business Insider에서는 2014년 4월 22일자 기사에서 왓슨씨가 조만간 (아직 아니라면) 세계 최고의 명의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왓슨씨는 PubMed와 Medline에 있는 의학 저널을 전부 읽어 머릿 속에 정리한데다, 수 천 만 건에 달하는 환자 정보까지 완전히 숙지하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왓슨씨는 한 번 들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지요.

왓슨씨의 매니저 격인 WellPoint사에 의하면 아무리 똑똑한 의사라도 이러한 정보는 20% 이상 활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결과 폐암 환자를 진단하였을 때 왓슨씨는 90%의 정확도를 보인 반면 실제 의사들의 진단 성공률은 50%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러한 활약으로 왓슨씨는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IBM에 총 26억5000만 달러의 추가 매출을 벌어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자금과 노력을 투자해 온 아버지로서는 정말 수지맞는 자식을 만들어 낸 셈이지요.

한국에서도 의료 및 질병 연구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KISTI의 SW연구센터는 슈퍼컴퓨팅연구소의 고성능바이오컴퓨팅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질병관리본부 등과 힘을 합해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네트워크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해 핵심 발병 메커니즘을 예측하고 실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였습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네트워크 빅데이터는 수많은 문헌, 임상, 의료, 환자 정보로부터 지식을 추출해 네트워크의 형태로 구성한 빅데이터입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영상이나 위성정보 등을 수집해 지도를 모델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로를 예측하고 추천하는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듯이, 이 연구에서는 축적된 문헌 임상, 실험, 역학 데이터로부터 바이오-메디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로부터 바이오-메디컬 네트워크 빅데이터를 구성한 후 질병의 발병 경로 분석, 최적의 치료 방법 제시, 새로운 치료 방법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됩니다.

왓슨 씨가 퀴즈쇼를 목표로 개발되어 증권가나 병원, 보험회사에 취직했듯이, 이 시스템의 기본 기술도 질병 연구 뿐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융합하고 분석해 유용한 결과를 찾아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각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아무개'씨를 하루 빨리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한선화 KISTI 박사는

한선화 KISTI 박사.
한선화 KISTI 박사.
현재는 정보의 홍수시대입니다. IDC의 '디지털유니버스 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동안 생성되어 유통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 제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1제타바이트를 책으로 만들어 쌓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1억5000만km를 37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선화의 정보 프리즘'에서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사건,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재조명 해줄 예정입니다. 한 박사는 투명하게 보이는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무지개로 바뀌듯이 사물과 사건을 보는 또 다른 창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선화 박사는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습니다. 199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과학기술 정보와 관련 정보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정보통입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합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 과실연 대전·충청지역 대표 등 활발한 대외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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