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이진이 박사과정, 이진우 석사과정 학생들…'시속 46km' 랩터로봇 개발
틀 깬 참신한 아이디어와 팀웍 시너지…"빠른 로봇 만들고 싶었어요"

KAIST 학생들이 만든 '랩터 로봇'.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로봇이다.
KAIST 학생들이 만든 '랩터 로봇'.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로봇이다.

"기능성을 강조한 로봇들을 보고 있으면 답답했습니다. 로봇은 느리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가장 빨리 달리는 로봇. 그것이 저희의 목표였습니다."

두발로 움직이는 로봇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은 이렇게 탄생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박종원 씨와 이진이 씨, 그리고 석사과정인 이진우 씨가 힘을 합쳐 세상에 내놓은 '랩터 로봇'은 시속 46km로 달릴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로봇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치타 로봇으로, 시속 45.5km였다. 이 기록을 KAIST 학생들이 갈아치운 것이다. 

빠르기만 한 로봇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을까. 하지만 빠른 속도도 분명 로봇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였다.

"의료용이나 군사용으로 크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에서 조난 당한 환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가장 먼저 달려가 의약품을 전해줄 수도 있고, 군사용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모빌리티(움직임). 빠른 움직임을 위해서 무게가 나가는 관절의 사용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랩터 로봇의 첫 인상은 매우 단순하다. 두 다리와 몸체, 그리고 균형을 잡아주는 꼬리와 날개가 전부다. 그렇게 경량화에 성공한 랩터 로봇의 무게는 3kg에 불과하다. 육식공룡 랩터에서 가져온 구조가 가볍고 강한 느낌을 준다.

랩터 로봇은 관절을 최소화하고 카본파이버를 사용해 경량화에 성공했다.
랩터 로봇은 관절을 최소화하고 카본파이버를 사용해 경량화에 성공했다.

"관절을 빼고 구동기는 모터로 대체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게가 많이 나갔고, 더 가볍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한 때 큰 관심을 모았던 '의족 스프린터'가 생각났습니다."

2004년 남아공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의족 스프린터의 다리가 랩터 로봇에 그대로 적용됐다. 가볍기만한 소재는 견고하지 못해 달리는데 부적합했던 단점을 그의 다리로 사용된 카본파이버를 이용해 해결했다. 단단하고 가벼운 카본파이버를 직접 로봇용으로 가공하고 개조해 사용했다.

이제 무게는 해결했지만 움직임과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빠른 움직임을 버티며 밸런스를 잡아줄 장치가 필요했다. 그들의 그 고민은 공룡이 해결해줬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공룡을 넘어지지 않게 했던 꼬리를 로봇에 적용시켜 보기로 했다.

랩터 로봇의 프로토타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제작해보며 문제점들을 고쳐 나갔다.
랩터 로봇의 프로토타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제작해보며 문제점들을 고쳐 나갔다.

"다리 움직임만으로 균형을 잡는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틀을 바꾸자 답이 나왔습니다. 기존 로봇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꼬리를 달았던 것이죠."

빠른 로봇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연구 초기 관련 자료를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기능성에 중점을 둔 로봇들이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료의 부족이 오히려 그들의 기발한 생각을 가능케 했다. 기존 연구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연구초기 그들은 움직임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고양이를 키웠다. 고양이의 다리 움직임과 근육의 모양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려고 고양이 해부까지 관찰하기도 했다.

결국 다양한 시도 끝에 두 다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고양이는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참신한 생각들 끝에 단점을 보완해주는 꼬리라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

"틈만 나면 과학다큐멘터리를 봅니다. 사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경험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경험의 부족이라는 큰 장벽을 간접 경험으로 극복하기 위해서죠."

이런 색다른 시도에 젊은 그들의 실행력이 더해졌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지체하지 않고 제작했다. 깎고 다듬어 만들어낸 부품 하나하나를 곧바로 적용시켜보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젊음과 참신함이 더해져 세계적인 성과가 만들어졌다. (좌측부터) 이준이 박사과정, 박종원 박사과정, 이진우 석사과정.
젊음과 참신함이 더해져 세계적인 성과가 만들어졌다. (좌측부터) 이준이 박사과정, 박종원 박사과정, 이진우 석사과정.

재료가 필요하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총동원됐다. 그래야만 시간을 끌지 않고 실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랩터 로봇의 균형을 잡아주는 날개 부분은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보관함 뚜껑으로 제작돼 있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모터의 발열이 심해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 아이들의 열을 식히는 찜질팩을 사용한 적도 있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팀웍이 성공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 박종원씨와 이진이씨, 그리고 석사과정 중인 이진우씨는 틈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브레인스토밍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작에 돌입했다.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팀웍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연구와 실험은 혼자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맞는 동료들이 있을 때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로봇에 부여하는 것이다. 움직임을 테마로 하는 로봇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 과제가 고민이나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랩터 로봇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뛰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뛸 수 있으면 걷는 것은 자연스럽게 해결 되거든요. 마찬가진 것 같아요.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가다보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 된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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