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인터뷰]이태식 교수, 달 탐사 로봇·달 자원 시멘트 기술 등 美 공동 프로젝트
과학연극 극단도 이끌어 “과학,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야”

신문기자, 운동선수, 연극 제작자 겸 배우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과학기술자가 있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다.
 
토목을 전공한 그는 연구를 병행하며 서울공대와 경기고등학교 연극반을 20~30년 동안 이끌고 있다. 연극에서 얻은 활력소가 연구를 향한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되기에 오래도록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연구분야도 흥미롭다. 극한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목기술 R&D가 주된 미션인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고의 극한지역으로 통하는 우주, 특히 달에서 사용 가능한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달에 건물을 세우는 데 필요한 드릴링 기술 등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우주에 무슨 토목기술자냐'고 물음을 던질 수도 있지만 "달의 지형과 그 지역의 흙 상태가 어떠한지 알아야 인간이 달에 발을 딛을 수 있기에 달에 처음으로 간 아폴로 11호 개발자에도 토목기술자들이 함께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토목전공자인 그가 우주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한 데에는 많은 도전이 필요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관두고 갑자기 떠난 미국에서의 새로운 도전 등이 그를 우주개발 토목인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구에서 우주로 갈 기회는 앞으로 4번. 국내 우주기술이 달나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태식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 아폴로 11호 달 착륙 '우주 향한 꿈' 키워줘

이태식 교수 유년시절.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아폴로 11호 달착륙 장면을 보고 '달에 꼭 가보리라'는 꿈을 갖게됐다.<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이태식 교수 유년시절.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아폴로 11호 달착륙 장면을 보고 '달에 꼭 가보리라'는 꿈을 갖게됐다.<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이태식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토목기술자로 건설회사를 운영했는데 '토목기술자는 지구를 조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환경을 중요시 할 것과 효율적으로 토목기술을 활용 할 것을 강조하셨다.

어린 그는 아버지를 보며 토목인을 꿈꿨지만 좋은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라는 단기 목표만 있을 뿐 큰 꿈은 없었다. 그런 그의 인생 전환점이 된 것이 1969년에 보았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이었다. '언젠가 달에 꼭 가보리라'는 큰 꿈을 가지게 해준 계기가 됐다.

어린 소년이 우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은 만화책을 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최초 SF만화이자 김산호 작가의 작품 '라이파이'와 추동성 만화가의 '짱구박사' 등 우주와 관련된 만화를 보는 것이 당시 이 교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우주여행이었다. 그는 "그 만화들은 참 독창적이었다. 많은 소년 소녀들이 만화책을 보면서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만화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공부도 그럭저럭 한 덕분에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우등생들이 모인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우등생들만 모이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아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 공부 외에 재밌는 것을 찾다보니 신문부와 보이스카우트에 푹 빠졌다.

과외 활동을 열심히 한 탓에 원하는 고등학교 시험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고등학교를 다니게 됐지만 원하는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재시험을 치러 바라던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보다는 운동과 합창 등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는 게 더 재밌었던 그는 똑같은 생활을 반복했고 대학 입시에 또 떨어지고 말했다. 물론 재시험을 치뤄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대학에 가서도 연극, 미식축구, 조정, 대학신문사 등 활동을 열심히 했다. 철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하지만 건강도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듯, 이 교수에게 학창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그 때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되는 듯 했다.

◆ 홀연히 떠난 미국유학, 토목인 '우주개발'에 눈뜨다

이태식 교수와 그의 누님, 그리고 딸.<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이태식 교수와 그의 누님, 그리고 딸.<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건설회사에 들어간 그는 4년 만에 회사를 퇴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학에 입학해 전공을 교통에서 건설경영학으로 바꾸면서 원격탐사와 인공위성, 로보틱스, GPS, GIS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달로 가기 위한 연습을 그 때부터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1년도에 미국에 유학 갔을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중도에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는 심재웅이란 후배와 함께 유학생 100여명을 설득해 그들 돈 약 100만 달러를 담보로 증권담보융자(collateral loan)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내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위스컨신에서 제일 큰 은행인 UW 신용협동조합의 이사로 5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다. 자금조달과 융자 등에 눈을 뜬 좋은 기회가 됐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경영연구실장을 지내다 1994년 한양대학교 교수가 됐다. CM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2002년 3월 공학한림원이 제정하고 수여하는 젊은 공학인상 수상에 토목인으로서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건설교통을 비롯 과학기술 분야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첨단기술을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개발이 '극한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공학'이었다.

남극·북극·해저 등 사람이 살기 힘든 극한지역 개발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하는 그는 "우주 탐사와 개발도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춥고 덥고 물과 공기가 없는 환경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이 모든 극한환경의 총 집합체가 되는 우주에서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교수는 극지연구소 남극2제기지 건설추진위원회로 활동했으며, NASA와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남극과 북극과 같이 흙과 물을 구하기 어려운 극한지역에서 콘크리트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하는 등 극한지역에서의 토목건설을 오랫동안 연구개발해 왔다.

그는 "달의 일교차는 –100~+100도이며 먼지가 많은데 공기는 없고, 방사선도 많은 등 극한의 상황"이라며 "남북극과 해저, 사막 등에서 건설이 가능하다면 달에서도 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개발, 개도국에도 활용한다

그가 NASA와 일한지도 7년이 돼간다. 우주기술은 당장의 상업성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는 아니나 달에 엄청난 에너지 자원이 묻혀있어 선진국들이 다투어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극한환경인 우주와 관련해 그가 연구하는 분야는 ▲시멘트, 자갈, 물, 모래 없이 콘크리트 만드는 기술 ▲ 건물을 짓기 위한 굴착로봇 자동앵커시스템과 드릴링 로보트 ▲ 달 탐사 로버로 압축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굴착로봇 자동앵커시스템은 인력이 약한 달이나 화성에 건물지지대를 땅에 단단하게 고정하는데 쓰인다. 지구상의 건설장비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힘이 세지만 우주로 무거운 장비를 싣고 갈 수 없으니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앵커시스템 개발이 중요하다. 또 지구와 달리 건물을 지을 때 발생하는 먼지가 가라앉는데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먼지가 나지 않는 드릴링 기술이 필요하다.

2018년 미국이 달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이태식 교수도 미국 달 착륙선에 스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레벨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가 로봇들을 보낼 계획이다.

우주개발기술은 우주에서만 활용한 것일까. 그에 따르면 지구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과학기술나눔공동체 위원장으로도 있는 그는 시멘트와 자갈, 물, 모래 없이 만드는 콘크리트 기술을 개도국 도로건설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시멘트, 아스팔트, 모래나 자갈을 직접 가지고 가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게 된다"면서 "개도국이 필요한 것은 도로와 에너지를 만드는 댐과 물인데 그 나라의 흙으로 도로포장을 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과학과 대중의 만남을 위한 '과학 연극' 오랫동안 선보여

서울대 연극부.
서울대 연극부.
그는 극단을 이끌면서 과학을 소재로 한 연극을 제작하는 제작자이기도 하다. 사랑이나 웃음을 소재로 하지 않아 연극 구성자체가 어렵지만 과학과 대중과 만남을 위해 오랫동안 해 온 일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연극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이태식 교수. 그는 오는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영화로도 제작된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를 연극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별에서 온 그대'의 오리지널 연극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과거 신문동아리에서 필력을 뽐낸 만큼 집필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문제를 다룬 '과학기술자의 윤리', '공학법제', '엔지니어의 윤리학' 등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이태식 교수는 토목인으로서 우주개발, 연극,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었다.

"NASA와 공동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처음에 다 웃었습니다. 하지만 토목분야의 첨단분야를 고민한 끝에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공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엔 연구비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관심이 적은 분야였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믿어주시는 만큼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구에서 달에 갈 기회가 앞으로 2017, 18, 20, 21년 4번이나 있느니 만큼 우리의 우주건설기술이 달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극 단원들과 함께.<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연극 단원들과 함께.<사진=이태식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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