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5배 크기의 공장 들어서는 순간 규모·위용에 탄성
F-50·수리온 등 조립 한창…민항기 주요 부위 제작·납품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동 내부 모습. 축구장 4.5배 크기의 공장에서는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가 조립되고 있다. 공장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일하는 기술자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동 내부 모습. 축구장 4.5배 크기의 공장에서는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가 조립되고 있다. 공장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일하는 기술자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인다.

경남 사천에 자리잡고 있는 KAI 본사 정문 전경.
경남 사천에 자리잡고 있는 KAI 본사 정문 전경.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본사. 항공동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짐작은 했지만 실제 내부는 훨씬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더구나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제품은 각종 항공기. 취재하러 왔다는 사실도 잠시 잊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약 3만3000㎡로 축구장 4.5배 크기의 거대한 공장이지만 기둥도 없다. 보이는 것은 조립되고 있는 비행기와 헬기, 그리고 작업대와 각종 부품들 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곳곳에서 기술자들이 비행기와 헬기 동체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다. 공장 규모와 '제품'이 크다보니 사람의 모습이 눈에 잘 안띄었던 것이다. 

"자동차와 달리 항공산업은 여전히 자동화 비율이 낮습니다. 사람 손이 많이 간다는 얘기죠. 첨단·고가 장비들이 많이 쓰이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 손이 많이 가다보니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안내를 맡은 품질기획팀 시험교정직 윤상태 직장의 설명이다.

그는 다목적 경전투기 FA-50,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 고등훈련기 T-50 등 항공동에서 조립되고 있는 제품을 하나씩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기술로 이렇게 항공기를 직접 만들고 수출도 한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축구장 4.5배 크기…공장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탄성

첨단 항공우주산업의 메카, KAI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대전에서 자동차로 2시간 40분여를 달린 끝에 경남 사천의 KAI 본사에 도착했다.

미리 출입신청을 했지만 정문에서 다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휴대폰과 심지어 자동차 블랙박스 카메라에도 보안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사진촬영을 위한 '각서'도 써야 했다. 공장 위치를 알 수 있는 사진, 전체 공정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은 금지. 만들어진 항공기도 허락받은 것만 촬영이 가능했다. KAI에서 만들어지는 항공기 상당수가 군수품인데다 항공산업 특성상 민수품 역시 외부유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출입절차는 이처럼 엄격하고 까다로웠지만 안내와 설명은 더 없이 친절했다. '보안규칙은 엄격하게 준수하되 외부 손님은 최대한 친절하게 맞는다'는 보이지 않는 메뉴얼이 직원들의 몸에 배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형 헬기 KUH-1(수리온) 조립이 거의 완성된 단계. 기술자들이 각종 부품과 조립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형 헬기 KUH-1(수리온) 조립이 거의 완성된 단계. 기술자들이 각종 부품과 조립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수리온 헬기를 조립하고 있는 기술자들.
수리온 헬기를 조립하고 있는 기술자들.

안내를 받아 처음 들어간 항공동은 KAI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주로 군에서 사용되는 항공기와 헬기 완제품이 조립된다.

이곳에서 생산된 T-50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해 이라크에 수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목적 경공격기 FA-50은 지난 3월 필리핀으로 수출됐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단계별로 조립되고 있다. 자동화 과정과 복잡한 수작업 공정을 거쳐 1개월에 평균 3대 정도의 항공기 완제품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항공동을 나와 자리를 옮긴 곳은 조립동. 이곳에서는 완제기가 아니라 민간 항공기나 군수용 헬기의 일부 동체를 만든다. 2만9700㎡로 항공동보다는 약간 작지만 내부 시설이나 규모는 항공동 못지 않다.

미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 '아파치'의 동체가 눈에 띄었다. 또 에어버스 A350의 윙립(Wing Rib)도 여기서 제작된다. 좌우 날개의 갈비뼈 역할을 하는 윙립은 그동안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됐지만 KAI가 세계 최초로 자동화에 성공했다. 그 설비에만 1000억원이 투입됐다.

격납고에서는 KAI에서 생산하고 운항중인 항공기들의 성능 점검과 테스트가 한장이다. 기술자들이 한국형 경공격기 F-50을 살펴보고 있다.
격납고에서는 KAI에서 생산하고 운항중인 항공기들의 성능 점검과 테스트가 한장이다. 기술자들이 한국형 경공격기 F-50을 살펴보고 있다.

항공기 엔진 부위를 살펴보고 있는 KAI 기술진들.
항공기 엔진 부위를 살펴보고 있는 KAI 기술진들.

◆완제기 생산부터 민간·군수용 항공기 동체 제작까지

이동을 위해 공장 바깥으로 나오니 생산된 항공기를 보관하고 수리하는 격납고가 보였다. 격납고에는 KAI에서 생산한 항공기의 점검과 성능 테스트,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한 각종 작업이 진행중이다.

윤 직장은 "항공기를 조립해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행하고 있는 항공기의 결함을 발견하고 성능을 높이는 작업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여기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처음 항공기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각종 점검과 시험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 본사는 부지만 100만㎡가 넘는다. 무려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 항공기 제조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동과 조립동 등을 비롯해 격납고, 부품동, 항공기 시험장, 페인트 부스, 연료 탱크 등 각종 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건물 내부와 외부를 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은 '청결함'이었다. 공장이나 시험장 등 내부 시설은 물론이고 항공기를 이동시키고 시험하는 그 넓은 곳에서 작은 돌멩이나 이물질을 찾기 어려웠다.  

윤차렬 보안팀 과장은 "항공기의 최대의 적은 이물질"이라며 "작은 이물질 하나도 항공기에 중대한 결함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공장 내부는 물론이고 바깥도 청결을 유지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전은 KAI의 '생명'과도 같다. 윤 과장은 "항공기의 특성상 위험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연료도 많이 사용한다"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시설을 돌아본 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표준교정실.

이곳은 각종 측정표준에서 통용되고 있는 기술을 항공기에 접목해 KAI에서 생산하는 각종 제품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온도, 고도, 기압, 속도, 길이, 각도, 질량, 무게, 압력, 토크 등 측정과 관련된 모든 실험을 수행하고 장비를 점검한다.

KAI 표준교정실에 근무하고 있는 시험교정직(직장 윤상태·사진 맨 왼쪽) 기술진들. 각종 계측장비의 집합체인 항공기의 특성상 측정표준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KAI 표준교정실에 근무하고 있는 시험교정직(직장 윤상태·사진 맨 왼쪽) 기술진들. 각종 계측장비의 집합체인 항공기의 특성상 측정표준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항공기는 첨단 계측장비 집합체…측정기술이 품질 좌우

첨단기술과 부품의 총아인 항공기는 그야말로 각종 계측장비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장비가 정확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올 수 있고 성능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외 각종 표준기관들과 협력해 측정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덕의 정부출연연구기관, 특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측정클럽과도 지속적인 협력활동을 수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규태 전문기술원은 "항공기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복합소재나 정밀한 전자부품들을 많이 사용하면서 측정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산업체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기술보급에 앞장서고 있어 이러한 측정표준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직장은 "항공기 산업의 경우 기업과 국가기관의 협력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며 "최근 표준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논의하는 등 측정기술 분야에서는 협력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항공기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갖추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 조립동에서 제작되고 있는 민간항공기의 동체 부위.
KAI 조립동에서 제작되고 있는 민간항공기의 동체 부위.

미군의 공격용 헬기 아파치의 동체도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군의 공격용 헬기 아파치의 동체도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KAI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는 아파치 헬기 동체.
KAI에서 생산해 납품하고 있는 아파치 헬기 동체.

항공기의 특성상 상당수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KAI는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화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항공기의 특성상 상당수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KAI는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자동화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AI는 지난해 국내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3000만 달러 규모의 FA-50 수출을 성사시켰다. 또 FA-50 후속양산 1조2000억원, KUH-1(수리온) 2차 양산 1조7000억원 등 대형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약 6조1000억원을 신규로 수주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 2012년 1조5000억원에서 30% 성장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KAI는 지난 1999년 삼성, 현대, 대우 등 3개 대기업이 당시 각자 보유하고 있는 항공부문 사업을 통합해 설립됐다. 하성용 사장 취임 후 '2020년 연매출 10조원, 세계 15위권 항공기업 도약'이라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세계 항공시장 점유을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KAI는 그동안 기본훈련기 KT-1 77대와 T-50계열 고등훈련기 52대를 인도네시아, 터키, 페루,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26억 달러 규모이다. 특히 T-50계열 고등훈련기는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수출 시 1000대 이상의 T-50계열 항공기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1과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각각 200대, 300대의 추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소형무장·민수헬기(LAH·LCH) 사업 등 대형 국책 개발사업은 KAI의 미래성장을 주도할 핵심사업이다. 특히 KF-X 사업은 수출을 포함해 총 1000여대의 판매가 목표인데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면 국내 생산규모 160조원, 산업 및 기술 파급효과 200조원에 일자리 창출효과도 연인원 5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민수부분에서는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체구조물 제작·납품 등의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보잉, 에어버스 등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사와 국제공동개발을 통해 차세대 신기종 민항기 개발사업에 적극 참할 계획이다. 또 우주발사체, 정지궤도 위성 등의 우주사업과 무인기 사업 등도 향후 주력 산업군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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