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인순 벽돌한장 회장(전 원자력연 소장)

'불혹'을 맞은 대덕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태동부터 운영까지 정부 주도로 흘러온 대덕과학단지를 내부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운영으로 바꾸자는 취지입니다. 원로과학자들과 대학 총장 등 지역 오피니언들이 발의해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 사단법인으로 조직화됐습니다. 벽돌한장 회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과 과학자의 일상을 대덕넷 기고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하얀 쌀밥과 하얀 옷에 하얀 고무신을 사랑했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 백의민족은 1000여 번이 넘는 외침에도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켜왔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 고난의 역사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끌고 왔을까? 은근과 끈기 아니면 한(恨)과 흥(興)일까?

백두산 천지에 올라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 속에서 조상들이 흘린 고난의 눈물을 본 시인의 글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때마침 지난해 40주년을 맞은 대덕연구단지의 의미를 돌아본다. 연구단지 40년(1973~2013)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한국전쟁은 우리의 마음은 물론 산하마저 완전히 황폐화 시켰다. 보리죽과 허리띠가 양식이었던, 그래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우리 자신들마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세기라는 짧은 시간에 인류 역사상 어느 나라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다. 그 힘들었던 질곡의 역사를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한민국의 중심에 대덕연구단지가 있었다.

나는 1979년 3월에 귀국해 연구단지내에 있는 해외유치과학자를 위한 아파트에 맨 처음 입주한 영광(?)을 얻었다. 그 당시 연구소는 전기를 비롯해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고, 전혀 갖춰지지 않은 도로망 등 주변 환경은 가족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에 너무나 빈약하고 부족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 살림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큰 기대감으로 연구원들은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동시에 그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연구원들은 사명감과 열정으로 그 부족한 것들을 몸으로 때우면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조극 근대화 최고 수혜자는 연구원

1970년대 우리의 국민소득은 200 달러를 조금 넘었다. 또 과학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국내논문 34편이 1977년에 처음으로 올랐다는 것은 그 당시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최후진국이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은 국민소득은 2만5000 달러대를 기록하고 있고, 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아침이 바쁜 나라(land of morning rush)'로 세계에 우뚝섰다. 과학수준 지표인 SCI에는 매년 4만2000편 이상의 논문이 실린다.

이런 변화 중심에 대덕연구단지가 있었고, 이 연구단지를 위해서 국민들의 세금이 있었으며, 국가원수의 결단과 연구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장 중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나는 감히 연구단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열심히 연구에 종사할 수 있었던 연구원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열악한 근로 조건하에서 공장에서 일했던 많은 소녀들이 있었고, 멀리 낯선 독일의 지하 탄광과 병원에서 힘들고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무서운 모래폭풍과 싸운 산업일꾼과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간 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토대를 세웠다.

이들에 비하면, 연구원들은 대덕연구단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며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국 근대화에 기여할 수 있었던 과학자들보다 더 편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고 살아온 우리가 최고의 수혜자다. 이는 비단 초창기 출연연 과학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민 세금으로 능력을 맘껏 펴는 연구원들도 해당된다.

◆사회·국가에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 고민해야!

대덕연구단지 40년을 맞이한 우연한 자리에서 몇몇 연구원들과 대학교수들이 '최고의 수혜자들인 우리가 이제는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받은 것을 돌려주고 무엇인가 해야 될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일환으로 벽돌한장으로 시작하는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그 많은 혜택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것을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은 과학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대덕연구단지에서 나의 30년 간의 연구생활은 힘은 들었지만 보람이 있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장인순 사단법인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회장(전 원자력연구소장)
장인순 사단법인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회장(전 원자력연구소장)
상의 모든 일은 마음과 믿음으로 비롯되고, '하나'에서 시작된다.

대덕의 과학인들이 하나가 되어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과 더불어 벽돌한장에 마음과 믿음을 심는다면, 거기서 지역사회와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과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벽돌한장'의 의미는 바로 많이 가진 자의 큰 희생 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작지만 사랑과 믿음이 녹아있는 작은 정성이다. 다시 말해 벽돌 한 장 정도의 작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나라사랑에 모두 함께 손에 손을 잡고 나가자는 뜻이다.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작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에 참여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단법인)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사무국 070-4171-3509
후원계좌 1002-750-999369(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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