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래부 장관 취임·통합연구회 출범
확실한 과기계 비전 세우고 창조경제 성과로 보여줘야
현장 소통 통한 과기계 생태계 조성·사기진작 시급

창조경제 2기가 출항했다.

16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공식업무에 들어갔다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이상천 초대 이사장도 이날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와 국가 R&D의 핵심 정부출연연구소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힘찬 출발을 시작한 셈이다.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에서는 이들의 출발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창조경제 2기 과학팀은 일단 연구현장과 호흡해 온 이른바 현장 과학팀의 등장이다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을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반대로 새로운 과학팀의 활약이 미흡할 때는 박근혜 정부가 입을 타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최양희·이상천호의 역할과 소통이 중요해진 이유다.

과기계 전반을 아우르며 창조경제 실현의 중심축 역할을 할 미래부의 새 수장 최양희 장관. 출연연의 역할을 정립하고 비전을 통해 출연연이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이상천 이사장. 이들은 과기계와 출연연 경험이 있기에 산적한 문제와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를 알고 있는 만큼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연구현장에서 바라본 최양희·이상천호가 몰두해야 할 현안을 짚어봤다.

갈팡질팡 과기계, 확실한 비전부터 세워라

명확한 과학기술계의 비전을 세워야 하는 건 최양희·이상천호의 당면 과제이자 국가적 이슈다.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되는 과기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추구하는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당장 나타나는 문제에 치중하게 되고 본래 목적과 가치관은 흐지부지 되고 만다.

40여년 전 출연연 출범 초기에는 국내 경제개발계획과 맞물려 출연연과 과기계에서 명확하게 추진해야 할 목표가 있었다. 그에 따라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이 국내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산업발전과 민간기업의 성장으로 출연연의 역할에 변화가 요구됐다. 그러나 정부와 현장 모두는 이를 간과했고 그 결과 오늘날 출연연과 연구원들의 위상은 영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국민들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며 출연연의 역할론까지 제기하게 됐다. 이는 곧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번지면서 출연연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과기계 현장에서는 우선 비전부터 명확히 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전을 분명하게 세우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출연연의 연구원과 정부, 국민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연의 한 정책 담당자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과제 방향도 달라진다. 과학기술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한다. 두 수장은 출연연 경험도 있으니 이를 잘 살려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길 바란다. 이를 통해 과학계의 사기도 높아지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말뿐인 개혁은 그만창조경제의 완성 역할해야

미래창조과학부는 새정부와 함께 출범한 부처다. 신생부처이면서 정부의 핵심국정기조인 창조경제 완성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부처간 조율과 협력을 통해 창조경제를 완성해야 하는 임무다.

그러나 출범 2년을 맞은 현재 미래부의 역할은 여전히 의문부호 상태다. 모호한 창조경제 의미만큼 역할도 애매모호했다는 것.

연구현장 안팎에서는 최양희·이상천호의 앞날도 험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성과 압박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성과 중심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경제 동력 중 정부출연연의 역할도 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미래부가 어떻게 출연연의 창조경제 성과를 위한 상호간 호흡도 최 장관과 이 이사장이 몰두해야 할 핵심 키워드다.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은 타 부처와의 협력이 요구된다. 신생부처로서 타부처를 아우르며 협력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최양희 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최경환 신임장관과의 관계가 두텁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취임 일성에서 "창의와 융합을 기반으로 전부처와 민간간의 협업하에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견인할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적폐 뿌리 뽑고 출연연 정체성 분명히 해야

국가 리더의 진두지휘아래 연구개발에 집중한 중국이 우주도킹까지 성공하면서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을 때 우리나라의 연구자원은 이리저리 분산되고 잘개 쪼개지면서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그 결과 민간에서는 출연연 연구성과를 외면하고 있는 양상이다출연연의 역할이 모호해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과기계 현장에서는 새롭게 출발한 두 수장이 각 출연연의 역할과 추구해야할 가치를 명확히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자력마피아관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 곳곳의 인사문제가 적폐로 지적되고 있다과기계의 인사 폐단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의례껏 출연연 기관장의 물갈이가 이어지고 관련 부처의 퇴임 공무원들이 출연연 핵심요직의 자리를 꿰찼다보은 인사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다이는 연구 현장의 분위기를 흐리고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일부 기관장은 자리보존에 급급했고 일부는 연구 과제의 특성과 상관없이 밀어부치기식 성과물 산출을 요구했다우왕좌왕하는 정책에 따라 과기계 현장은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 치중하게 됐고 거대과학의 연구 역량은 후퇴했다출연연간 중복 연구 문제도 심각해지며 이는 곧 예산낭비 문제로 이어졌다최근 출연연의 상태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출연연의 한 박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역할 중 융합연구에 관심이 많다출연연간 정보를 공유하며 융합연구를 통해 보다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기대한다"면서 "이전처럼 관리차원의 옥상옥 기관이 아니라 출연연과 과기계를 잇는 컨트롤타워이면서 커넥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진정한 교류융합과 소통문제의 답은 현장에

연구현장에서는 최양희·이상천호에 가장 크게 거는 기대는 현장과의 소통이다. 산적해 있는 과학기술계의 과제를 풀 수 있는 지름길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시대 구현을 위한 과학계의 문화적 토대 마련과 같은 거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우수인력 유치, 비정규직 문제, 지연되고 있는 과학벨트 이슈, 평가시스템 개선, 과다한 감사문제 등 고질적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으려면 진정한 소통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세종으로 이전해 연구현장과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지지만, 미래부 차원에서도 더욱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연구현장이 살아나야 한다.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미래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연구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진정성있게 연구환경을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158개 상임위원회를 열고 올해 국정감사 일정을 확정했다. 과학기술계 1차국감은 826일부터 94일까지, 2차국감은 101일부터 10일까지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공식석상에서 과학계의 리더로 처음으로 선보일 두 수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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