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빈 KAIST 대외부총장 "사고 방지 안전문화 확산이 우선"

"안전관련 하드웨어 기술은 어느정도 돼 있다고 본다. 또 부족한 기술은 개발하면 되지만 그보다 먼저 안전을 대하는 문화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를 연구하는 분야를 좀 더 깊이있게 해야 한다. 시스템이 완벽해도 사람이 하는 실수는 피할 수 없다. 또 연구도 문제 중심으로 갈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 발생 100일. 여전히 10여명의 희생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박승빈 KAIST 대외부총장이  '안전 문화 확산'과 '문제 중심의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 각계에서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서울 지하철 사고, 최근 강원도 철도 충돌 사고 등 인재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부총장은 "KAIST도 2003년 풍동실험실 사고로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 그 이후 안전관련 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지만 평소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된다. 무관심은 안일함으로 이어져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평소 안전 교육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 과학기술 개발도 문제해결과 현장 중심으로

박승빈 KAIST 대외 부총장. <사진=이해곤 기자>
박승빈 KAIST 대외 부총장. <사진=이해곤 기자>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수중 로봇 등 다양한 과학기술 성과물들이 투입 됐으나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로봇이 현장에 투입됐으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과학자들의 역할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부총장은 사고 당시 바다 상황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해양 전문가라도 바로 대안을 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부총장은 "지금까지는 어떤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의 원리를 연구해 왔다.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증명하는 이상적 연구에 치중하면서 현장 투입까지는 신경을 덜 썼던게 사실"이라면서 "이젠 현실에 가까운 연구 쪽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의 연구문화가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과제를 수주하거나 제안할 때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한 연구로 포커스를 바꾸도록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박 부총장은 연구 방향을 문제해결 중심으로 바꿔야 함을 강조한다. 어떤 문제가 도출되면 관련 연구팀을 조율하고 다양한 전공자들의 의견이 모아져 현실 적용이 가능한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융합연구로 시너지도 발휘될 수 있다.

박 부총장은 "융합연구의 필요성을 여러분야에서 강조하는데 단순히 IT, BT, NT 등을 모으는 것보다 우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관련 전공자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전자공학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협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학교 수업도 이전에는 생산시스템처럼 과별로 수업을 받고 미션을 수행하는게 효율성이 높았지만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전공이 모이고 공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융합연구"라고 정의했다. 

◆ 연구도 크리에이티브한 생각부터 시작, 의욕도 중요

대덕연구단지의 역할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정부출연기관에서 내는 결과물이 예전에 못미친다는 평가에서 비롯된다.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정권에 따른 외부적 문제도 있지만 연구자 스스로 변화의 방향에 따라 지시대로 움직이며 타성에 젖은 탓도 있다.

박 부총장은 "정권에 따라 기초연구하라고 하면 기초연구쪽으로 어느때는 응용연구로, 대기업지원, 중소기업 지원 쪽으로 지시하는 패러다임이 연구소를 운영하는 틀이었다"면서 "창조경제라는 말은 정부의 국정기조이지만 이는 시대적 요구에 의한 것이다. 연구소도 결국은 연구원들이 크리에이티브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기에 연구원의 의욕과 동기부여가 더해져야 한다. 연구원 스스로 정책기관에서 지시내리기를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조언했다.

박 부총장은 연구자들은 '매직시드'를 찾아야 하고, 정부는 이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박 부총장은 연구자들은 '매직시드'를 찾아야 하고, 정부는 이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그는 또 "어떤 일이든 힘든 과정이 있다. 안된다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정책입안자들이 연구에 대해 잘 몰라 과제 수주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가 모두에게 필요한 연구임을 일반인과 공무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연구자들이 매직시드를 찾는 역할을 한다면 정부는 매직시드가 잘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창조경제의 발현을 저해하는 요소라는게 박 부총장의 해석이다.

박 부총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 주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박 부총장은 "책임이 나눠져 있을때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증명됐다'면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곳에 책임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그의 역할이 중단되면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태가 되고만다. 문제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연구 결과나 기술의 응용을 강조했다. 극한 상황의 사고나 문제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어느 전공자가 이를 다루기 보다는 제한된 시간내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박 부총장은 "칠레 광산 매몰 사고시 생존자를 최대한 구출 할수 있었던 것은 엔지니어들이 100km 밑의 원유시추 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학기술도 전공, 기술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문제 중심으로 해결하면 보다 많은 분야에 응용이 가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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