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UST 교수

'불혹'을 맞은 대덕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태동부터 운영까지 정부 주도로 흘러온 대덕과학단지를 내부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운영으로 바꾸자는 취지입니다. 원로과학자들과 대학 총장 등 지역 오피니언들이 발의해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 사단법인으로 조직화됐습니다. 벽돌한장 회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과 과학자의 일상을 대덕넷 기고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며칠 전에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신입연구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1시간 30분짜리 토크쇼를 요청받아 연구원에서 23년간 근무한 경험을 중심으로 연구원 생활에 도움이 될 것들을 이야기했다.

우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연구소에 들어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항공우주개발의 꿈을 갖고 연구소에 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모두가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 카드를 나눠 주었다. 꿈 카드에 자신의 이름과 꿈을 써가지고 오면 축하사인을 해주기 위해서다.

첫 주제는 '봉급'이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원의 연봉은 약 500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은 개인사업자가 월 5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때 가능한 수익이다.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 출연연 연구원의 봉급이 적지 않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연구원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분야를 신나게 연구해 국가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연구원이 됐다고 생각하는 편이 보람도 있고 현명한 생각이다.

모두 그런 분들로 생각한다. 연구원 시절 외국에 언론인과 같이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나의 연봉을 알게 되자 자기 회사 부장 정도 밖에 안된다면서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로켓 연구는 자비로라도 하고 싶었던 분야인데 정부에서 수천억 원의 연구비를 대주고 덤으로 봉급까지 주니 나의 연봉은 수천억 원인 셈'이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연구할 수 있게 해주고 봉급까지 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봉급은 덤으로 생각하면 기분 좋게 연구에 몰두 할 수 있고 따라서 결과도 좋았다는 경험담을 이야기 해줬다.

두 번째 주제는 '열정적인 연구'다. 우사인 볼트는 100m를 10초에 뛴다. 1초에 10m를 뛰는 셈이다. 인간이 1초에 평균 10m를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속도가 붙으면 평균 10m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항공우주분야가 정말 좋아서 오신 분들이니 열정을 가진 연구에 몰두하면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우수한 결과가 나올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모두 불가능할 것처럼 생각했던 우리의 액체로켓, KSR-3도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배연구원 30명이 도전해 3000개의 부품을 모두 국산화해 일궈냈다. 선배들보다 더 뛰어난 여러분은 더 훌륭한 결과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도전의 결실인 KSR-3는 로켓분야 연구비를 연간 20억원에서 200억원대로 늘렸고, 나로호 사업으로 이어져 1000억원대로 그리고 지금은 한국형발사체사업으로 발전돼 2500억원대로 늘어나는 토대가 됐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항공우주연구원의 간판 연구 사업이 됐다.

세 번째 주제는 '미래 예측'이다.

일반적으로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 분야만 관심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와 관련 있는 분야의 동향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로켓추진기관팀장을 맡았던 시절인 1989년 북한의 인공위성발사를 예견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액체 로켓의 추진기관 연구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이미 우수한 고체로켓 기술을 갖고 있던 터라 액체 로켓의 연구에 대한 주변의 시각은 아주 부정적이고 반대도 심했다. 그러나 대형 고체 추진제 미사일의 개발을 통제하는 국제적인 분위기에도 우리가 대형우주로켓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은 액체 로켓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소신을 갖고 팀장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소형액체 로켓 연구를 시작했다.

고체로켓은 800km를 날아갈 수 있는 것만 개발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이러한 나의 미래예측은 옳았다고 본다. 이때 시작한 액체로켓분야 연구는 '한국형우주발사체' 연구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올바르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시절부터 늘 로켓분야의 세계적인 경향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이다.

끝으로 신입연구원 한명씩 꿈 카드에 사인을 해주고 악수로 축하를 해주었는데 마지막으로 나온 연구원이 오히려 나에게 큰 감동을 줬다.

1995년, 필자가 저술한 '눈으로 보는 로켓이야기'를 들고 와서 저자 사인을 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나의 책을 읽고 우주과학자의 꿈을 키워 연구원에서 만나기를 기원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주인공들을 만나 더욱 보람 있고 즐거운 신입연구원들과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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