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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과학의 날 행사는 대덕에서

[대덕단상]각종 과학행사 서울서 진행,현장과 동떨어져...현장 중시 발상 아쉬워
올해는 과학계에 있어 매우 의미가 큰 해입니다. 과학계가 하기에 따라서는 과학사에 남을 상징적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수도 있고, 좋은 계기임에도 불구하고 그저그런 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계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역대 정권 가운데 처음으로 과학기술중심을 표방한 노무현 정권이 출범합니다. 둘째는 연구단지가 조성된지 30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별로 연관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지방'이란 화두 때문에 그렇습니다. 신정권이 지난 정권과 차별성을 갖는 점의 하나는 지금까지는 말장난에 그쳤던 지방 발전을 행동으로 보일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증거의 하나는 보면 노무현 당선자를 비롯해 인수위원들 가운데 지방출신 인사가 유독 많습니다. 전체 33명 가운데 22명으로 절반을 넘습니다.

특히 김병준 간사같은 사람은 국민대 교수 출신이지만 지방분권 신봉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때문에 두 계기가 잘 엮어지면 대덕연구단지는 환골탈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대덕연구단지를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라고 겉으로는 누구나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 보면 반쪽이입니다. 연구는 그럴지 모르나 정책결정이나 예산은 수도권에서 쥐고 있어 한쪽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입니다. 과기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한국 과학의 현주소가 나타납니다. 'R&D 및 연구인력 세계 8,9위이나 기초과학 질적수준은 50-60위이다.기술무역적자는 28억달러로 이중 수입 30억달러이나 수출2억달러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투입대비 산출이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결과가 안좋다고 야단치기에 앞서 왜 그런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현장과 유리된 정책 결정 및 집행이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책결정자들이 현장과는 떨어진 가운데,현장의 소리는 귀담아듣지 않고 외국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정책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무조건 집행을 합니다. 밑에서는 처음에는 권위에 눌려 시늉은 냅니다만 기본적으로 마음의 동의가 안된 상태이기에 그 효력을 얼마 안갑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결국 정책자체가 절름발이가 되고,정책부서에 대한 불신만 높아져가게 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정권들어 의욕적으로 실시했으나,과학기술계의 애물단지가 된 PBS와 연구회 제도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여기서 얻을수 있는 교훈은 정책은 항상 현장의 소리를 듣고,그 사람들을 설득하며 마음의 수용 자세를 거친뒤 실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당선자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서 아래와 같이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장에 가면 다 있다.문제점도 거기에 있고,해결책도 거기에 있다.만나야 할 사람도,알아야 할 사실도 그곳에 가면 다 있다.현실을 모르는데 어떻게 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정책의 시작은 현장을 확인하는데 있다"(위책 50쪽) 한 마디로 민심을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길게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대덕연구단지가 허울뿐인 한국과학기술의 메카라는 현주소가 정책 결정자와 현장이 유리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책 결정자와 현장이 혼연일치는 안돼더라도 지근거리에는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현실을 살펴봅시다. 서두에 밝혔듯이 올해는 연구단지 출범 3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연구단지에 있는 과학자는 정규직만 1만6천여명에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2만여명이 휠씬 넘습니다. 양적으로는 확실히 한국 과학기술의 중심입니다. 그럼에도 전국적인 행사가 이곳에서 치러지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매달 실시되는 이달의 과학자상 시상은 과천의 과학기술부 장관실에서 과기부 장관과 과학재단 이사장,수상자,관련기관 기관장 등 몇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됩니다. 과학 현장과 떨어져서 실시되고 있다는 말이죠. 매년 실시되는 과학기술자 신년교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구단지의 과학자들이 대거 상경했습니다.물론 기관장 중심이죠. 모두가 덕담을 나누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할 신년 교례회가 서울에서 몇명의 과학자 대표들이 교류 모임으로 격하(?)된 셈입니다.

과기부가 최근 밝힌 올해 과학의 날(달)행사 기본 계획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우선 행사 장소를 또 서울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예정입니다만 서울COEX에서 성대하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일반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그렇게 계획하는 지는 모르지만 과학자들과는 무관한 행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사 내용을 보아도 대덕연구단지는 예년의 경우와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연구단지 출범 30주년과는 별 관계가 없는 듯 합니다. 동절기에 별도의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의 날(달) 행사를 대덕에서 할 경우 연구소 오픈과 각종 과학실험 등 현장에서 전국민의 과학축제의 장으로 만들수 있습니다.

중심과 중앙은 구분해,어떻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파급 효과를 높일 것인가를 형량해야 합니다. 서울은 국가의 중앙일지는 모르겠습니만 과학의 중심은 분명 대덕연구단지입니다. 더군다나 새정권이 지방을,과학기술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는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주에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한 두 개의 중요한 토론회가 대덕밸리에서 열립니다. 20일 과학재단에서 열리는 '기초과학 육성과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토론회'와 21일 대전 레전드 호텔에서 열리는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그것입니다.

신정권의 변화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리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 대표가 인수위원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고,그나마 과학분야를 맡고 있는 인수위원인 박기영 위원은 아직 대덕밸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차차 내려올 계획을 갖고 있겠지만 '현장'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아쉬운게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아쉬운 것은 대덕연구단지의 과학자분들의 참여입니다. 18일 노무현 당선자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노동이나 정치,사회,경제 분야에 대한 질문은 많았지만 과학분야의 참여는 적었습니다.

앉아서 해주겠지 하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제안센터나 과기부 홈 페이지 등에 활발한 의견을 실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바뀝니다. 정책 결정자들의 현장 중시와,현장에 계신 분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질 때 대덕연구단지는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를 넘어 아시아의 R&D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올해 과학의 날(달) 행사는 대덕연구단지란 현장에서 치러지기를 간절히 바라고,이에 대해 과학자분들의 많은 의견개진을 부탁하는 바입니다.

대덕넷 이석봉 factfind@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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