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골레시의 유작, 비탄의 성모 '스타바트 마테르'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 Auvidis Astree 레이블에서 나온 Jean-Claude Malgoire 지휘의 연주 음반<사진왼쪽>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오른쪽>.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 Auvidis Astree 레이블에서 나온 Jean-Claude Malgoire 지휘의 연주 음반<사진왼쪽>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반<오른쪽>.
유난히 27세에 요절한 록스타가 많다. 우드스탁 페스티벌 세대로 196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를 대표하던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이 1년 사이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헤로인 과용. 1991년에 발표한 데뷔 음반으로 주류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꾼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권총을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날도 27세가 되던 해 4월 8일이었다. 2008년 그래미상 5개 부문을 수상한 소울 싱어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골레시는 천재 요절 음악가 클럽인 '27 Club'의 멤버들보다도 한 살 어린 나이에 죽었다. 쇼팽(39세), 모차르트(35세), 슈베르트(31세)보다도 젊은 나이다. 페르골레시는 생전에 이미 스타였다. 서정비극 오페라 세리아가 주류였던 시대에 가볍고 코믹한 오페라 부파 장르를 개척하여 젊은 나이에 명성과 부를 얻었다. 페르골레시가 죽은 이후에 페르골레시를 사칭한 악보가 우후죽순으로 유통될 정도였다.

모차르트는 재기발랄한 성격만큼이나 경쾌하고 밝은 곡을 많이 남겼다. 모차르트는 무려 41개의 교향곡을 남긴 것으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그 중에 단조는 단 2개뿐이다. 그래서인지 단조 교향곡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각별하여 둘 다 명곡으로 꼽힌다. 비장하면서도 경쾌한 교향곡 25번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프닝에 쓰였고, 교향곡 40번은 모차르트의 '후기 3대 교향곡'에 드는 작품이다. 모차르트가 생의 끝자락을 붙들어가며 완성하려 했던 D단조 레퀴엠이 역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비탄의 성모'라고도 불린다. 코미디 오페라 전문이었던 페르골레시의 대표작으로 성모의 슬픔을 노래한 스타바트 마테르가 꼽히는 것도 아이러니다. 페르골레시의 유작 스타바트 마테르는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에 해당한다. 페르골레시는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할 당시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재산을 친지들에게 나눠주고 요양을 떠나 있던 상태였다. 페르골레시는 2년 넘게 끌어 온 스타바트 마테르를 겨우 완성하고 그 해에 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스타바트 마테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1년이었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2001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shadow of your smile' 부클릿에 쓴 글에서 최고의 음반 7장 중 하나로 꼽은 것이 페르골레시의 스타바트 마테르였다. 여행이건 출장이건 이 음반 없이는 떠날 수가 없다며, 생명 유지를 위한 음악이라고 칭송하던 작품이다.

김윤아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마가렛 마셜, 알토 루치아 발렌티니 테라니, 오르간 레슬리 피어슨의 연주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음반을 구하지 못하고 Auvidis Astree에서 나온 Jean-Claude Malgoire의 음반을 사서 들었다.

오랜만에 음반을 꺼내어 들었다. 곡을 잊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트랙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익숙함과 동시에 기대감이 펼쳐진다. 음악 감상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인 '기대감'이라는 것은 흔히 생각하듯이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오지 않는다. 기대감은 익숙함을 전제로 한다. 익숙해야 다음 악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웬만한 클래식 음악이 처음 들을 때보다 여러 번 듣고 나서야 더 좋게 들리는 이유다.

익숙함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작은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다른 버전의 연주에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큰 재미 중 하나다. 또한 익숙한 곡이라야 콘서트홀의 실황 연주에서 특별하고 개인적인 감상을 캐치할 수 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스타바트 마테르의 익숙함에 안도하며, 기대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마지막 곡에서 '아멘(Amen)'이 대위법으로 전개되며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에 이르자 기도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숨 쉬는 순간까지 당신의 '작품'을 제 몸에 새기게 하소서"
(스타바트 마테르 no.10 "Fac ut portem Christi mortem"의 가사에서 '아들의 죽음'을 '작품'으로 변용)

◆이정원 ETRI선임연구원은

이정원 ETRI선임연구원.
이정원 ETRI선임연구원.
이정원 선임연구원은 책과 사람에 쉽게 매료되고, 과학과 예술을 흠모하며, 미술관과 재즈바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펜탁스 카메라로 순간을 기록하고, 3P바인더에 일상을 남깁니다. 시스템과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습관과 절차 자동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정원의 문화 산책을 통해 자연과 인류가 남긴 모든 종류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정원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에서 의용생체공학 석사를 마쳤습니다. 현재 ETRI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KAIST에서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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