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지난해 12월 22일 남수단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 한빛부대와 서울 용산의 국방부에 비상이 걸렸다. 반군 1000여명이 한빛부대가 주둔한 남수단 종글레이주 보르로 접근하고 있다는 급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탄약이 부족했던 한국군은 이튿날 유엔을 통해 현지 파견 일본 자위대의 소총탄 1만발을 긴급 공급받았다. 해외 파병 한국군이 탄약 등 자위대의 무기를 제공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중국 신형 Y-20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중국 신형 Y-20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우리 군에선 탄약과 보급물자를 실은 C-130 수송기의 급파를 결정했지만 이 수송기는 12월 25일 한국을 출발해 27일에야 남수단 주바공항에 도착했다. C-130 수송기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중형 수송기이고 우리 군이 보유한 수송기 중 가장 크다. 하지만 최대 탑재량은 20t 수준이고, 단번에 우리나라에서 남수단까지 비행하기 어려워 도중에 몇 차례 기착, 연료 보급 등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남수단까지 이틀이나 걸렸다. 이에 따라 당시 군내에선 "우리에게도 미국 C-17 같은 대형 수송기가 있었더라면 남수단 한빛부대에 신속하게 탄약 등을 공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군 수송기는 인원과 장비, 물자를 신속히 이동시키는 공수작전에 사용된다. 대륙 간 비행능력을 가지면서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를 후방의 주요 기지까지 수송할 수 있는 전략 수송기와, 작전지역 내에서 부대를 이동 배치시키고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는 전술 수송기가 있다. 전략 수송기로는 한때 세계 최대 수송기였던 미 C-5와, 구소련이 개발한 AN-124가 있고, 전술 수송기로는 우리 군도 보유 중인 베스트 셀러 수송기 C-130 등이 있다.

일본 C-2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일본 C-2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갤럭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C-5는 병력 360명, M-1 전차와 아파치 공격헬기 등 각종 중무기 122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길이는 72m, 날개 폭은 68m다. 러시아의 AN-124는 활용도에서 세계 최대로 미 C-5를 능가한다. C-5보다 많은 150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1만5700㎞에 달한다. 우리 공군의 T-50 훈련기가 2012년 처음으로 영국 에어쇼에 참가했을 때 이 T-50을 수송했던 항공기가 AN-124다. 지금도 대형 화물을 싣고 우리나라를 종종 방문한다. 길이는 69m, 날개폭은 73m로 승무원은 6명이다. AN-124보다 큰 세계 최대의 항공기는 러시아의 AN-225로 구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길이 84m, 폭 88m로 무려 250t의 화물을 수송한다.

현재 서방 세계 대형 수송기의 대표 주자는 C-17 수송기다. 1991년 9월 첫 비행한 C-17은 C-130 수송기의 3.5배에 달하는 77t의 탑재량을 자랑한다. 길이 53m, 날개폭 51m로 항속거리는 7630㎞다. 특히 야전비행장에서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길이 910m, 폭 18m의 작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고, 폭 25m의 작은 공간에서도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대형의 수송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기동성을 갖고 있다. 2009년 성남비행장에서 개최된 서울에어쇼에 참가, 현란한 기동을 선보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시작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초기, 미 공군의 C-17 수송기는 험준한 힌두쿠시 산악지형 때문에 육로 수송이 제한되자 공수작전의 47%를 담당했다. 뒤이어 벌어진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도 C-17 수송기는 맹활약을 했다. 소수의 특수부대가 바그다드 진격을 시작했지만 이라크군의 저항에 부딪히자 미국은 C-17 수송기로 900여명의 병력과 M-1A1 전차, M-2 보병전투차량을 공수해 이라크 북부 주요 거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미 공군은 2013년 9월까지 223대를 도입했고, 영국·캐나다·카타르·UAE·인도가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A400M 수송기(왼쪽)와 C-17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A400M 수송기(왼쪽)와 C-17 수송기.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미국의 C-17보다는 작지만 중형과 대형 수송기 사이의 크기로 유럽이 야심차게 개발한 수송기가 A400M이다. 2009년 12월 첫 비행을 한 최신형 항공기로 높은 자동화 덕분에 조종사 2명으로 조종이 가능하다. 최대 탑재량은 37t으로, 4500~6300㎞의 항속거리를 갖고 있다. 길이 45m, 날개폭 42m로 116명의 완전무장 병력이나 공수부대원을 태울 수 있다. 발주량은 지난 5월 기준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터키, 벨기에, 말레이시아 등 8개국 174대다. 대당 가격은 1억5000만달러로, C-130J 1억달러, C-17 2억1000만달러의 중간 정도다.

이들 외에 중국과 일본이 개발 중인 신형 수송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이 개발 중인 가와사키 C-2 수송기는 2010년 첫 비행에 성공했으며 2016년부터 40대가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최대 37t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고 길이 900m의 활주로에서 단거리 이착륙을 할 수 있다. 최신 항공전자 장비를 갖추고 있고 길이는 44m, 날개폭은 44m다.

해·공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며 국제적 역할 확대도 꾀하고 있는 중국군이 주력하고 있는 공군력 증강 분야 중의 하나가 수송기다. 중국은 그동안 전술 수송기로 구소련제 AN-12를 면허생산한 Y-8을, 전략 수송기로 러시아제 일류신 IL-76D를 사용해왔다. 수년 전부터 Y-8를 개량한 Y-9를 개발해 실전배치하고 있으며, 전략 수송기 분야에서도 지난 1월 Y-20의 시험비행에 성공함으로써 새 장을 열었다. 미국의 C-17과 흡사한 형태인 Y-20은 길이 47m, 날개폭 45m로 최대 66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과 주변 강국도 수송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도 대형 전략 수송기 도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유엔평화유지활동 등 우리 군의 국제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우리 교민을 구출하는 유사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형 수송기의 도입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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