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자르브뤼켄(Saarbrücken)은 독일의 서남부 프랑스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오랫동안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귀속 다툼이 있던 곳으로 1957년부터 독일의 자르란트(Saarland)주의 주도가 되었다. 도시 가운데에 자르강이 흐르는데 도시의 이름인 자르브뤼켄은 '자르강의 다리'라는 의미이다.

자르강이 흐르는 자르브뤼켄은 독일의 서남부 프랑스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가을이 시작된 자르강변에는 장구채가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Pentax K-3, 100 mm macro, 1/80 s, F/3.5, ISO 400.
자르강이 흐르는 자르브뤼켄은 독일의 서남부 프랑스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가을이 시작된 자르강변에는 장구채가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Pentax K-3, 100 mm macro, 1/80 s, F/3.5, ISO 400.

자르브뤼켄에는 자르란트 대학이 있고 그 캠퍼스 내에는 과학단지가 형성되어 있어, 막스프랑크 정보과학연구소, 막스프랑크 소프트웨어 시스템 연구소 및 프라운호퍼 비파괴시험연구소, 프라운호퍼 의공학연구소 등 독일의 연구소들이 입주해 있으며 우리나라의 KIST 유럽 연구소도 20여 년 전에 설립되어 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UST의 해외 캠퍼스가 된 KIST 유럽 연구소를 둘러보고 자르란트 대학과의 교육협력 등을 논의 하기 위함이었지만 시간을 잠시 내어 방문했던 두 곳의 역사적 유물들이 무척 인상 깊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푈클링어에 있는 제철소(Völklinger Hütte). 인류 최초의 현대식 제철소로서 한때는 유럽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제철소였지만 신기술을 적용한 다른 제철소들에 밀려나 1986년에 생산을 중단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16-50 mm, 1/320 s, F/7.1, ISO 10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푈클링어에 있는 제철소(Völklinger Hütte). 인류 최초의 현대식 제철소로서 한때는 유럽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제철소였지만 신기술을 적용한 다른 제철소들에 밀려나 1986년에 생산을 중단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16-50 mm, 1/320 s, F/7.1, ISO 100.

첫번째 장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푈클링어에 있는 제철소(Völklinger Hütte)이다. 잘란트 지역은 가까이에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하여 물류 운반이 용이한 자르강 가까이에 있는 푈클링어에 1873년 철도용 철강을 제조하기 위한 제철소를 건설하였다. 이 제철소는 인류 최초로 고로(blast furnace)라는 용광로를 처음 사용한 제철소이며 한때는 유럽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제철소였다. 그러나 새로운 제철기술이 발달하고 일본 및 우리나라 등에 생산성이 더 높은 새로운 공법의 대단위 제철소가 건설됨으로써 1986년에는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다.

현재 이 곳은 생산을 중단한 1986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인류 최초의 현대식 제철소로서의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문화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이집트 문화 유산 전시가 있어 제철소 내부에는 웅장한 제철 설비와 함께 문화 유산들이 조화롭게 전시되고 있었다.

자르브뤼켄에서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역사적 유물이 있다. 원래의 유물보다 그 이름의 의미가 더욱 잘 알려지고 폭 넓게 사용되고 있는 “마지노선(La Ligne Maginot)”에 서 보았다. Pentax K-3, 21 mm with 16-50 mm, 1/50 s, F/2.8, ISO 400.
자르브뤼켄에서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역사적 유물이 있다. 원래의 유물보다 그 이름의 의미가 더욱 잘 알려지고 폭 넓게 사용되고 있는 “마지노선(La Ligne Maginot)”에 서 보았다. Pentax K-3, 21 mm with 16-50 mm, 1/50 s, F/2.8, ISO 400.

그곳을 안내했던 일행의 말에 의하면 이 제철소가 문을 닫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포항제철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이 곳을 둘러보는 내내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해야만 하는 과학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산업의 단면을 보는 듯하였다.

프랑스는 독일군을 저지하기 위해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튼튼한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독일은 벨기에 지방의 산림지역을 탱크와 비행기로 밀고 들어옴으로써 마지노선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돌파되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방문한 짐저호프(Simserhof)의 마지노선 내부는 원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관람용 차량을 타고 내부의 시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Pentax K-3, 16 mm with 16-50 mm, 1/100 s, F/4.5, ISO 100.
프랑스는 독일군을 저지하기 위해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튼튼한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독일은 벨기에 지방의 산림지역을 탱크와 비행기로 밀고 들어옴으로써 마지노선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돌파되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방문한 짐저호프(Simserhof)의 마지노선 내부는 원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관람용 차량을 타고 내부의 시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Pentax K-3, 16 mm with 16-50 mm, 1/100 s, F/4.5, ISO 100.

자르브뤼켄에서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역사적 유물이 있다. 원래의 유물보다 그 이름의 의미가 더욱 잘 알려지고 폭 넓게 사용되고 있는 '마지노선(La Ligne Maginot)'이다. 마지노선은 1차 세계대전에서 심각한 인적 및 물적 피해를 입은 프랑스가 그러한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국경부근에 독일을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대형 방어선이다.

1927년에 착수하여 10년 뒤인 1936년에 완성하였으며, 벨기에 국경에서 스위스의 국경까지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을 따라 이어진 요새선의 총 연장은 약 750 km이다. 프랑스의 전쟁 장관을 지낸 마지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거대하고 튼튼한 지하 통로와 전기 시설 및 대포며 기관총 사격 시설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어 독일의 침공 시 효과적으로 독일군을 저지할 것으로 믿었다. 그야말로 독일이 '넘을 수 없는 방어선' 이라고 생각했다.

자르브뤼켄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르게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Pentax K-3, 100 mm macro, 1/30 s, F/3.5, ISO 400.
자르브뤼켄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르게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Pentax K-3, 100 mm macro, 1/30 s, F/3.5, ISO 400.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독일은 벨기에 지방의 산림지역을 탱크와 비행기로 밀고 들어옴으로써 마지노선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돌파되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 짐저호프(Simserhof)의 마지노선 내부는 원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관람용 차량을 타고 내부의 시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아침 산책을 나간 자르강변에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가을 들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고 싸늘한 아침 공기는 우리의 가을을 미리 느끼게 하였다. Pentax K-3, 100 mm macro, 1/125 s, F/3.5, ISO 100.
아침 산책을 나간 자르강변에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가을 들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고 싸늘한 아침 공기는 우리의 가을을 미리 느끼게 하였다. Pentax K-3, 100 mm macro, 1/125 s, F/3.5, ISO 100.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독일의 허를 찌르는 전략은 1차 세계 대전의 전투 상황을 바탕으로 대비책을 마련한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맥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요즘 사용되는 마지노선의 사전적 의미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선' 혹은 '최후의 저지선' 등 원래 프랑스가 마지노선을 건설할 때의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본 마지노선은 과거에만 기반하여 새로운 변화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계획은 결국 쓸모가 없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노선이란 '잘못된 대비책'이라는 의미로 사용됨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던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마인강을 가슴에 담고 독일을 떠났다. Pentax K-3, 29 mm with 16-50 mm, 1/60 s, F/7.1, ISO 200.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던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마인강을 가슴에 담고 독일을 떠났다. Pentax K-3, 29 mm with 16-50 mm, 1/60 s, F/7.1, ISO 200.
자르브뤼켄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르게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침 산책을 나간 자르강변에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가을 들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고 싸늘한 아침 공기는 우리의 가을을 미리 느끼게 하였다.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던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마인강을 가슴에 담고 잠시 잠든 사이 어느새 밤이 가고 비행기는 인천대교가 보이는 인천공항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가을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로 푸른 바다를 가로 질러 멀리 인천대교가 뻗어 가고 있었다. 이제 멀어져 가는 길을 따라 떠나는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인가 보다.

어느새 비행기는 인천대교가 보이는 인천공항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가을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로 푸른 바다를 가로 질러 멀리 인천대교가 뻗어 가고 있었다. 이제 멀어져 가는 길을 따라 떠나는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인가 보다. Pentax K-3, 50 mm with 16-50 mm, 1/200 s, F/11, ISO 200.
어느새 비행기는 인천대교가 보이는 인천공항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는 가을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로 푸른 바다를 가로 질러 멀리 인천대교가 뻗어 가고 있었다. 이제 멀어져 가는 길을 따라 떠나는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인가 보다. Pentax K-3, 50 mm with 16-50 mm, 1/200 s, F/11, ISO 200.

9월의 시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문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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