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지난 8월 8일 오후 걸프 해역에 머물던 미국의 최신형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에서 FA18 수퍼호넷 전투기 2대가 두 차례 출격했다. 수퍼 호넷은 이라크 반군의 이동식 야포 대대에 폭탄을 투하했고, 폭탄들은 이동하는 반군의 목표물까지 정확히 타격해 파괴했다.

이 폭탄은 미국의 최신형 정밀유도폭탄인 GBU-54였다. GBU-54는 널리 알려진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의 최신 개량형 모델이다. JDAM이 GPS(위성항법장비)와 INS(관성항법장비)로 유도되는 반면, GBU-54는 레이저광선 유도방식까지 더해져 정밀도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레이저 유도 GBU-54 폭발 장면.
레이저 유도 GBU-54 폭발 장면.

특히 전에는 고정된 표적을 주로 타격할 수 있었지만 GBU-54는 움직이는 목표물까지 정확히 때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최대 사거리는 28㎞로 225㎏ 폭탄인 MK-82에 레이저 유도장치 등을 단 것이다.

이 레이저유도 JDAM이 처음 실전에 투입된 것은 2008년 8월 이라크전에서다. 당시 77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는 이동 중인 목표물을 이 폭탄을 사용해 정확하게 파괴했다. 이어 2010년 아프가니스탄전에도 사용됐다.

우리 군에서도 이 폭탄의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중 가장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스커드·노동 탄도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여기저기 옮겨다니다 발사되는데 움직이고 있을 경우 현재 우리 군에는 이를 정확히 타격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태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100~200기나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정밀유도폭탄은 미사일과 함께 현대전·미래전의 총아로도 부상하고 있다. 1발당 가격이 보통 10억원에 달하는 미사일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확도를 가진 정밀유도폭탄은 1발당 2500만~1억원에 불과, 비용 대 효과 면에서 효율적인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정밀유도폭탄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과 대비되는 용어로 흔히 스마트 폭탄이라 불린다.
  
스마트 폭탄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지만 실전에서 스마트 폭탄의 가치를 입증한 전쟁은 베트남전이다. 베트남전 당시 1965년부터 4년 동안 연 600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멍텅구리' 폭탄으로 폭격하고도 파괴시키지 못한 중요 목표를 단 한 차례의 레이저유도 스마트 폭탄 폭격으로 파괴했었다. 레이저유도폭탄은 일반 폭탄에 레이저유도키트를 장착해 만들어진다. 레이저유도키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 레이시언사와 록히드마틴사가 생산한 '페이브웨이(Paveway)' 시리즈다.
  
레이저유도폭탄은 목표의 2~3m 이내에 명중할 정도로 정확하지만 폭탄이 목표물에 도달할 때까지 레이저 광선을 계속 비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레이저 광선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점도 문제였다.

소형 정밀유도폭탄인 SDB-1(왼쪽). GBU-54를 비행기에 장착하는 장면.
소형 정밀유도폭탄인 SDB-1(왼쪽). GBU-54를 비행기에 장착하는 장면.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런 레이저유도폭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스마트 폭탄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각광을 받고 있는 GPS유도폭탄이다. GPS유도폭탄은 1992년 처음으로 B-2 폭격기용으로 개발된 뒤 1996년 본격적인 폭탄인 JDAM이 개발됐다. JDAM은 레이저유도폭탄과 마찬가지로 GPS·INS 키트가 부착되는 형태이며 날개 부분에 방향조정 장치가 붙어 있다. 최대 사거리는 28㎞로 GPS 유도일 때는 오차가 13m, INS 유도일 때는 오차가 30m다. 레이저유도폭탄과 달리 기후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신형 GPS유도폭탄으로는 SDB(Small Diameter Bomb)도 있다. SDB는 전투기나 폭격기에 보다 많은 수의 폭탄을 싣기 위해 폭탄 크기와 중량을 줄인 것이다. 탄두 중량은 93㎏에 불과하고 900㎏ 폭탄 1발을 다는 공간에 SDB 4발을 장착할 수 있다. SDB는 이라크전, 아프간전은 물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투에도 사용됐고 2005년 이후 양산 중이다. 길이 1.8m, 폭 19㎝로 1발당 가격은 4000여만원이다. 정확도는 5~8m로 JDAM보다 높다. GBU-39, GBU-40 두 종류가 있다. GPS/INS외에 레이더, 적외선, 레이저 등 복합유도장치를 갖춰 전천후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한 SDB-Ⅱ(GBU-53)도 개발 중이다. SDB-Ⅱ의 정확도는 1m로, 웬만한 미사일을 뺨치며 사거리도 70여㎞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GPS유도폭탄이 개발돼 있다. KGGB(Korea GPS Guide Bomb)라 불리는 중거리 GPS유도폭탄이 그것이다. JDAM과 달리 글라이더처럼 큰 날개가 달려 있어 폭탄의 종류와 투하 고도에 따라 74~111㎞에 이르기까지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DMZ(비무장지대) 인근에 있는 북한 장사정포를 타격하기 위해 굳이 북한의 중거리 대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갈 필요없이 공군 수원비행장 상공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거리 GPS유도폭탄인 KGGB.
중거리 GPS유도폭탄인 KGGB.
  
KGGB는 유도키트에 입력된 표적으로 비행하게 되지만 비행 도중 목표물의 변경도 가능하다. 진입각도와 경로도 바꿀 수 있어 산 뒤편에 있는 북 장사정포도 때릴 수 있다. 정확도가 3m 수준일 정도로 높다. 또 기존 스마트 폭탄과 달리 구형 전투기인 F-4와 F-5에서도 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KGGB는 LIG넥스원이 20여개 협력업체와 함께 2007년 11월부터 체계 개발에 착수, KF-16과 F-4 등 공군이 운용 중인 5개 전투기 기종을 대상으로 장착 적합성 및 공중투하 비행시험 등을 지난해 완료했다.
  
군 당국은 2007년부터 총 407억원을 투입해 KGGB를 개발했다. 미국은 KGGB와 비슷한 롱샷 키트(Longshot)를 1989년부터 개발해 운용 중이다. 1996년 F-5전투기에 탑재해 무장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장사정포 등을 대비해 올해 말까지 225㎏ MK-82 폭탄을 개량한 KGGB 1600여발을 생산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KGGB 국내 개발로 1508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1465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발당 가격은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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