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조각모음' 27일 KAIST서 열려
'불필요한 것 지우고 즐거운 것 받아 들이자'

컴퓨터가 점점 느려지고 버벅거린다면? 컴퓨터를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디스크 조각모음'을 실행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컴퓨터 하드 디스크의 불필요한 파일을 정리하는 것이 주된 프로세스다.

컴퓨터는 한정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활용한다. 이 하드디스크를 종종  정리하고 최적화해야 컴퓨터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저장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디스크 조각모음을 현실에, 내 삶에 적용시켜 보자. 일상을 통해 내 삶에 들어오는 수많은 것들을 정리해보자.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즐거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7일 KAIST 장영신 학생회관에서는 TEDxKAIST가 열렸다. '디스크 조각모음'을 테마로 새롭고 즐거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생각과 발상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진=이해곤 기자>
27일 KAIST 장영신 학생회관에서는 TEDxKAIST가 열렸다. '디스크 조각모음'을 테마로 새롭고 즐거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생각과 발상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진=이해곤 기자>

27일 KAIST 장영신 학생회관에서 열린 TEDxKAIST에서는 '디스크 조각모음'을 테마로 7명의 연사가 즐겁고 기발한 이야기를 전했다.

인생의 조각을 맞춰가기 위해서는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정원 ETRI 선임 연구원은 정리를 화두로 이야기 했다. 4년 전부터 '정리'를 시작한 그는 "정리는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갈 것들이 정리를 통해 아름다워 진다. 삶을 간결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정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물며 친구들과의 게임 결과, 수면 시간까지 모든 것을 정리의 대상으로 만든 그는 "가장 완벽한 일기는 바로 정리"라며 "정리된 리스트와 자료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것들을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을 정리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추억을 정리하면 스토리가 된다"며 "정리를 위해서는 임시 보관함인 큐, 그리고 이를 리스트로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이를 저장하는 저장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에서 청년들을 위한 잡지 'BOSHU'를 만든 정다운 사진작가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는 대전을 떠나기 위해 대기업에 원서를 넣고 인적성 시험을 치고, 다시 새로운 기업에 원서를 쓰는 과정을 거치다가 문득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무한 루프를 그리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BOSHU'는 충청도 사투리로 보라는 뜻의 '보슈'다. 정다운 작가는 "지역과 서울, 수도권의 문화적 차이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대전을, 지역을 떠난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문제는 문화 기반의 차이가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 문화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잡지 한 권을 만들어 내는데 37km를 걸어 다녔다"며 "직접 발로 뛰며 지역 청년들이 지역 문화, 그리고 기성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재현 Ybrain 사업기획팀장, 소희선 삼성전자 디자이너, 김요셉 대덕넷 기자, 이정원 ETRI 선임 연구원, 송민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노세환 시각예술가. <사진=이해곤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재현 Ybrain 사업기획팀장, 소희선 삼성전자 디자이너, 김요셉 대덕넷 기자, 이정원 ETRI 선임 연구원, 송민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노세환 시각예술가. <사진=이해곤 기자>

Ybrain의 남재현 사업기획팀장은 "IT의 발전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다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개인에 대한 정보에 대한 관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면서 "사용자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기업들도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brain은 알츠하이머 치료와 예방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뇌파에 전류를 주고 보다 쉽게, 보다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연구가 발전해 신경세포에서 정보가 단절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신경에 주는 전류의 종류에 따라 공부나 집중력이 필요할 땐 양의 전류를, 도박이나 자제해야 할 상황에선 음의 전류를 흘려 신경에 도달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던 소희선 삼성전자 디자이너는 에티오피아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두근거리는 작업. 그녀는 '샤이니'라는 이름의 영사기를 만드는데 292 시간을 투자했다.

27일 열린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경청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27일 열린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찾아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경청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영화관을 어디에 만들지, 흙먼지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상황에 대한 문제부터 매표소를 만들고 영화표를 직접 사용해 극장에 온 듯한 분위기 연출까지 단순한 영사기 제작을 넘어 문화를 만들고 전해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경제적인 효과는 제로(0) 였지만 행복은 무한대였다"면서 "삶에서는 두근거리게 하는 경험들이 분명히 있다. 논문을 쓰면서 언젠가 착한 디자인으로 TED에서 발표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꿈에 다다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스로 꿈을 찾기 위해 필요한 '질문'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요셉 대덕넷 기자는 "기자의 핵심은 질문과 글쓰기며 지금까지 작성한 기사 수로 유추해보면 5만여 개의 질문을 했을 것"이라며 "질문은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故노무현 대통령에게 과학 기술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후 주변에서 많은 변화가 자연적으로 생겼다. 떨림이 있는 질문이 큰 반응을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어 "질문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은 얼마나 지속적으로 질문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빠른 피드백이 있는 떨림이 있는 질문과 느리지만 변화를 가져오는 원동력을 만드는 지속적인 질문, 결국 질문의 활성화에 따라 사회는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행사는 연사와 방청객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행사는 연사와 방청객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노세환 시각예술가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이어서 연설했다. 세상에 대한 특별한 시각, 혹은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그는 스스로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뉴스를 본 엄마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처음 마신 것이 대학교 3학년 때 였는데 너무 맛있었죠. 내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한 것은 뉴스의 힘이었습니다. 의심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자장면 그릇'을 국보처럼 전시한다거나 '삼다수 생수의 맛을 구별하기 위한 전시 등 색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어 "한번쯤 의심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스스로의 의식이 외부에 의해 컨트롤 당하고 있는지, 혹은 컨트롤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 흐름은 모두  뇌를 통해 결정되는 것, 송민령 KAIST 바이오 뇌공학과 박사과정은 뇌의 패턴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녀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은 나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일깨운다"며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연관해 뇌가 반응하는 것이 패턴 컴플리션"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시험 성적에 따라 돈을 준다고 설명한 뒤, 한 그룹의 결과는 감독관이 채점하고, 다른 그룹은 직접 채점하게 하면 직접 채점한 그룹의 점수가 훨씬 높게 나온다. 돈을 위해 조작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의 '10계' 구절을 외우게 한 뒤 스스로 채점을 하게 되면 도덕성이 작용해 점수가 낮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따른 뇌의 움직임은 사람마다, 개인 마다 모두 다르다.

그녀는 "사람마다 패턴 컴플리션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단절될수도 있지만 이를 의식하고 노력하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소통의 영역을 넓혀가면 각각 특별한 한 사람 한사람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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