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가속기 핵심장치 원천기술 개발 성공
학위 마치면 과제도 끝…"신규인력 채용 계획 없어"

문정호 연구원(왼쪽) 이 니콜라이 비노쿠로프센터장과 연구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문정호 연구원(왼쪽) 이 니콜라이 비노쿠로프센터장과 연구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기쁨 뒤에 씁쓸함이 남았다. 인력채용 계획이 없어 학위를 마치는 동시에 연구활동도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봄이면 그의 거취가 판가름 난다. 세계적인 원천기술 개발성과에도 마음놓고 웃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김종경) 양자빔기반방사선연구센터의 문정호 신진연구원(충남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이 30년동안 사용돼 오던 방사선 발생장치의 단점을 개선한 신개념 방사선 발생장치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문 연구원은 기존 방식인 자극간격가변식 대신 자석의 주기를 바꾸는 주기가변식 언듈레이터 기술 개발로 자석 간 밀어내는 힘인 척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기계 구조 구현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문 연구원은 "앞으로 박사논문 작성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또 주기가변식 언듈레이터 기술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는 학연 연구과제 참여자로 원자력연의 연구개발에 참여해왔다. 이는 비정규직 신분상태로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면 참여하던 연구도 종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자력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의해 당분간 채용 계획이 없다. 문 연구원의 경우 박사과정을 마치면 연구원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기가변식 언듈레이터의 장점과 개발 의미는?

언듈레이터는 전자빔으로부터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방사광 가속기의 핵심장치로 주기적인 자석의 배열로 이뤄진다. 가속돼 언듈레이터로 들어온 전자는 자기장에 의해 방향이 변하면서 X선, 감마선 등 방사선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 기존 방식은 언듈레이터내 자장의 세기를 변화시켜 방사선의 파장을 바꾸는 자극간격 가변식 기술을 이용했다. 이 기술은 자석의 간격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원자력연의 니콜라이 비노쿠로프(Nikolay Vinokurov) 세계 수준 연구센터장이 1980년대 초반에 개발했다. 세계 대부분의 방사광 가속기와 자유전자레이저 시설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자기장의 세기가 변할경우 방사선의 출력도 변하게 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 30년간 많은 연구진이 기술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 연구원은 자석의 간격이 아닌 주기에 주목했다. 주기를 이용한 주기가변식 장치는 자기장의 세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자석의 주기를 바꿀 수 있어 방사선 파장이 바뀌어도 출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유지하면서 장치의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어 방사선 장치의 소형화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다.

비노쿠로프 센터장은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세계 최초로 구현된 새로운 기술로 전자가속기 기반 방사선 발생 기술의 중요한 진보"라고 말하며 "이를 활용해 보안 검색에 사용될 수 있는 탁상형의 고출력 테라헤르츠 자유전자레이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박사 학위 받으면 과제 참여도 끝나…연구 지속성 가능할까

문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원천기술로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해 국제특허도 완료한 상태다. 또 가속기 분야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국제저널에도 게재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원천 기술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장 적용이 용이하도록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문 연구원이 향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학연 연구과제를 통해 석사를 마친 2006년부터 원자력연 고급전문인력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해 왔다. 학연 연구과제는 연구원이 학위를 마치는 기간까지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문 연구원이 박사학위를 받는 시점부터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잃게 된다.

문 연구원은 현재 박사 4년차로 이번 성과를 논문으로 작성, 평가과정만 앞두고 있는 상태다. 빠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면 그의 거취가 불안정해진다. 이번 성과가 기쁘면서도 씁쓸한 이유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구가 지속되고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며 언듈레이터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연 관계자에 의하면 일반적인 방사광 시설에 필요한 언듈레이터 개발비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그는 "앞으로 소형화 또는 대형 방사선 발생 장치가 보안 검색과 차세대 반도체 생산용 리소그래피 광원 등으로 상용화되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한하다"면서 "고부가가치를 낳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연구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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