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지난 여름 천문대가 있는 소백산에 처음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그 때 소백산의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구절초가 피는 9월이 되면 아내와 함께 다시 한 번 가겠노라는 소망이 생겼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1박 2일 코스로 소백산의 밤과 아침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소백산으로 향하던 날은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초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몇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죽령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미리 와 있던 일행과 함께 소백산 천문대의 차량에 짐을 옮겨 싣고 해발 1394 m의 연화봉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천문대에 올라갔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웅장한 그림이었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60mm F2.8 ED AL [IF] SDM, 1/1600 s, F/11, ISO 200.
소백산으로 향하던 날은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초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몇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죽령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미리 와 있던 일행과 함께 소백산 천문대의 차량에 짐을 옮겨 싣고 해발 1394 m의 연화봉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천문대에 올라갔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웅장한 그림이었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60mm F2.8 ED AL [IF] SDM, 1/1600 s, F/11, ISO 200.

방문하기 두어 달 전부터 계획된 프로그램에 가족이 함께 가겠다고 예약을 해두고 일정표에도 꼭꼭 표시를 해두었다. 아내와 세 살배기 외손녀에게 소백산의 아름다운 가을 꽃과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못 갈 뻔한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잘 피해, 가기로 한 날에 휴가를 내는데 성공하였다. 함께 가기로 했던 몇 명의 일행이 있었지만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국 함께 가지 못하고 말았다.

석양빛의 소백산은 한 낮의 모습보다는 차분하고 간결한 선과 색의 아름다움이었다. Pentax K-3,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25 s, F/5.6, ISO 400.
석양빛의 소백산은 한 낮의 모습보다는 차분하고 간결한 선과 색의 아름다움이었다. Pentax K-3, 2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25 s, F/5.6, ISO 400.

소백산으로 향하던 날은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초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몇 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죽령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미리 와 있던 일행과 함께 소백산 천문대의 차량에 짐을 옮겨 싣고 해발 1394m의 연화봉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천문대에 올라갔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웅장한 그림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 가족은 가까운 연화봉까지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고무 쿠션이 깔린 평탄한 자연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지천으로 피어있는 투구꽃과 칼잎용담이라고도 불리는 과남풀 등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면서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와 외손녀는 무척 즐거워하였다.

어둠이 드리워진 소백산 하늘 위로 별들이 초롱초롱 매달리기 시작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30 s, F/2.8, ISO 800.
어둠이 드리워진 소백산 하늘 위로 별들이 초롱초롱 매달리기 시작하였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30 s, F/2.8, ISO 800.

자연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연화봉까지는 작은 바위들이 있는 짧은 오르막길이 있었다. 다행히 외손녀는 '등산을 하는 중'이라면서 우리의 손을 잡고 작은 발을 들어 올리며 열심히 올라갔다. 연화봉에 오르자 맑게 개인 초가을 하늘 아래로 탁 트인 전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젊은 사람들 일행이 바로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아래에서부터 등산을 해서 올라오느라 힘이 드는 것 같았다. 그 일행 중 하나가 외손녀를 보더니 일행에게 "저 어린애도 올라왔어. 야 우리 힘 내자" 하는 것이었다. 굳이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아내와 나는 조용히 웃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밤 하늘에는 현란한 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쪽 하늘로부터 북쪽 하늘까지 길다랗게 은하수가 흐르고 그 양 가에는 견우와 직녀가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은하수를 따라 날아가는 백조자리도 보였다. 나는 일생을 통해 지금까지 보았던 별의 수보다 더 많은 별들을 그날 하루 밤에 보았을 것 같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30 s, F/2.8, ISO 800.
시간이 지나면서 밤 하늘에는 현란한 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쪽 하늘로부터 북쪽 하늘까지 길다랗게 은하수가 흐르고 그 양 가에는 견우와 직녀가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은하수를 따라 날아가는 백조자리도 보였다. 나는 일생을 통해 지금까지 보았던 별의 수보다 더 많은 별들을 그날 하루 밤에 보았을 것 같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30 s, F/2.8, ISO 800.

우리는 살면서 어쩌면 이와 같은 일들을 실제로 많이 경험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목격한 단편적인 현상이나 결과만을 보면서 그 일과 연관된 전체를 유추하거나 해석함으로써 많은 오해나 해석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인 삶의 한 순간만을 보면서 그 성공의 배경과 과정은 모른 체 결과만을 나와 비교하여 시기하거나 좌절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석양빛의 소백산은 한 낮의 모습보다는 차분하고 간결한 선과 색의 아름다움이었다.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드리워진 소백산 하늘 위로 별들이 초롱초롱 매달리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밤 하늘에는 현란한 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쪽 하늘로부터 북쪽 하늘까지 길다랗게 은하수가 흐르고 그 양 가에는 견우와 직녀가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은하수를 따라 날아가는 백조자리도 보였다. 천문대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날 저녁처럼 은하수를 길게 볼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몇 날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내와 외손녀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다음 날 새벽, 나는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 마자 나를 반긴 건 어둠이 가시지 않은 불그스레한 동쪽 하늘 위에 떠 있던 손톱 같은 그믐달과 그 가까이에서 반짝이던 목성이었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40 s, F/3.5, ISO 800.
아내와 외손녀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다음 날 새벽, 나는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 마자 나를 반긴 건 어둠이 가시지 않은 불그스레한 동쪽 하늘 위에 떠 있던 손톱 같은 그믐달과 그 가까이에서 반짝이던 목성이었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40 s, F/3.5, ISO 800.

어릴 적 시골에서 은하수를 본 후로는 거의 은하수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에게 그 밤의 하늘은 나를 그 어릴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나는 어린 외손녀가 잘 볼 수 있도록 두 팔로 받쳐 하늘을 향해 눕게 한 채로 별들을 보게 해주었다. 외손녀는 밤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팔을 뻗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별을 따는 시늉을 하였다. 그리고는 별 다섯 개를 땄다는 것이었다. 함께 오지 못한 엄마와 아빠에게 하나씩 주겠다고 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기온이 제법 차가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외손녀는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나는 일생을 통해 지금까지 보았던 별의 수보다 더 많은 별들을 그날 하루 밤에 보았을 것 같다.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왼쪽으로는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가 낮게 깔려 천상의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5 s, F/13, ISO 100, panorama.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왼쪽으로는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가 낮게 깔려 천상의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15 s, F/13, ISO 100, panorama.

아내와 외손녀가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다음 날 새벽, 나는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 마자 나를 반긴 건 어둠이 가시지 않은 불그스레한 동쪽 하늘 위에 떠 있던 손톱 같은 그믐달과 그 가까이에서 반짝이던 목성이었다.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왼쪽으로는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가 낮게 깔려 천상의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화봉에 올라보니 다행히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이었다. 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동쪽 하늘과 운해가 깔린 반대쪽 산 풍경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드디어 산 너머로 아침 해의 이마가 살짝 들어나기 시작하였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연속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해가 솟아 오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순식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사진 찍힌 시간으로 계산을 해보니 해의 이마가 살짝 보이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산 위로 둥글게 올라올 때까지는 불과 2분 2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의 2분 29초는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 파스퇴르가 말한 것처럼 "관찰의 세계에서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산 너머로 아침 해의 이마가 살짝 들어나기 시작하였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연속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해가 솟아 오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순식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분 29초 동안의 일출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보았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60 s, F/5.6, ISO 100.
산 너머로 아침 해의 이마가 살짝 들어나기 시작하였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연속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해가 솟아 오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순식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분 29초 동안의 일출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보았다. Pentax K-3, 7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60 s, F/5.6, ISO 100.

아침을 먹은 후 가족과 함께 밤새도록 별빛으로 촉촉히 젖은 구절초, 개쑥부쟁이, 투구꽃, 과남풀, 둥근이질풀 등 야생화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면서 소백산의 아침 풍경을 가슴에 가득 담았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소백산이 아내와 어린 외손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아내의 이 가을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되기를, 그리고 외손녀가 보았던 밤 하늘의 별들이 그 아이의 가슴 속에서 아름다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꿈꾸어 본다. 또 내 가슴과 카메라에 담아온 아름다운 소백산의 초가을 소식을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더 많은 소백산의 풍경과 꽃들은 저의 페이스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yongki.park.92)

아침을 먹은 후 가족과 함께 밤새도록 별빛으로 촉촉히 젖은 구절초, 개쑥부쟁이, 투구꽃, 과남풀, 둥근이질풀 등 야생화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면서 소백산의 아침 풍경을 가슴에 가득 담았다. 투구꽃.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60 s, F/3.5, ISO 100.
아침을 먹은 후 가족과 함께 밤새도록 별빛으로 촉촉히 젖은 구절초, 개쑥부쟁이, 투구꽃, 과남풀, 둥근이질풀 등 야생화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면서 소백산의 아침 풍경을 가슴에 가득 담았다. 투구꽃.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60 s, F/3.5, ISO 100.

시월의 편지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소백산이 아내와 어린 외손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아내의 이 가을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되기를, 그리고 외손녀가 보았던 밤 하늘의 별들이 그 아이의 가슴 속에서 아름다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꿈꾸어 본다. 또 내 가슴과 카메라에 담아온 아름다운 소백산의 초가을 소식을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Pentax K-3, 43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40 s, F/16, ISO 100.
이번 여행에서 만난 소백산이 아내와 어린 외손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아내의 이 가을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되기를, 그리고 외손녀가 보았던 밤 하늘의 별들이 그 아이의 가슴 속에서 아름다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꿈꾸어 본다. 또 내 가슴과 카메라에 담아온 아름다운 소백산의 초가을 소식을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Pentax K-3, 43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40 s, F/16,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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