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흥채 생명연 책임연구원

'Mon Quotidien'(몽 꿔띠디앙, 나의 일상)
 
프랑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저학년 수준의 어린이들(10~14살)을 위한 A4 네 장짜리 일간 신문이다. 내가 이 신문을 눈여겨 본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지난 5월 말부터 프랑스에서 연가를 시작할 때, 프랑스 공립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아이의 일반상식을 위해 구독을 시작했는데, 나도 잊어버렸던 프랑스말도 다시 상기시킬 겸 매일 읽어보는 것이 일과 후의 한 재미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동안 읽으면서 우리의 여느 신문과 다른 면이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특별한 역사적인 날이 매일 매일 소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날, 파리스타디움이 생긴지 7년 되는 날, 제1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이 벨기에를 침범한 날, 제2차 세계대전 중 파리가 해방된 날, 어디에서 큰 전투 후 승리한 날, 나폴레옹이 쓸쓸이 에바섬으로 향한 날, 또는 무슨 일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날, 200년 되는 날 등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아주 쉽게 역사적인 사실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반복해서.

사실을 설명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배경 설명을 하는 것이다. 지면이 부족하면 주말 특별부록으로 역사이야기는 이어진다. 일간지며 8페이지가 전부인 짧은 지면이고, 독자는 10살에서 14살의 초·중등학교 어린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역사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럼 어른들을 위한 신문에도 그런가? 매일 아침 지하철 역 근처에서 나눠주는 무료 신문인 'Direct Matin'(디렉트 마땅), 'MetroNews'(메트로뉴스)에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의 뉴스를 요약해서 간단한 뉴스를 제공하는 곳에도 어김없이 역사의 난과 이를 설명하는 난이 있다. 프랑스역사 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세계 역사를 다룬다. 한 예로, 오늘 아침에는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식적으로 창건됐다고 소개했다. 특별한 날은 대대적인 역사이야기에 수 페이지가 할애된다.

왜 그럴까? 왜 프랑스인들에게는 역사가 그렇게 중요한가? 심지어 이제 글을 읽기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를 돌아보자. 역사적 사건을 회고하고 기념하는 것을 일부인들이 기념사진 찍는 날로 치부하고 있지 않는가? '뭐 그까짓 지나 간 일을 뭐 그리 알려고 하느냐. 미래가 더 중요하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미래가 과거로부터 나오는데, 뒤를 돌아보는 것이 아직 우리에게는 '여유'에 해당하는가?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 민족의 특성 때문일까?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부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샤르트르에 유명한 샤르트르 대성당이 있다. 성당의 종교적 정치적 가치를 뒤로 하고 과학기술적 이야기하고 싶다.

11세기 말 불에 탄 성당자리에 새로운 성당 건축을 이끌었던 르노주교는 당시까지 불가능했던 가장 크고 높은 큰 성당을 짖고 싶었다. 이를 위해 로마식 아치형 천정을 개량해 지지대가 가로질러 교차하는 새로운 아치형 천정을 개발했다. 보다 큰 창과 보다 높은 천정 그리고 기둥을 세울 수 있게 해 흔히 말하는 고딕양식 최고의 웅장함을 선보인다. 높은 곳 까지 돌을 들고 올리기 위해 새로운 도르래를 개발해 건축학적 기술을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웅장한 스테인글라스의 푸른색도 새롭게 개발됐으며, 이는 '샤르트르 블루'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이런 기술 덕분인지 이 건물은 개관한지 800년이 넘은 지금도 매일 미사와 성지순례 및 관관객을 불러들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성당을 방문하는 방문객이나 미사를 드리는 마음이 달라진다. 역사적 배경이 일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발전됐다는 느낌이다.

40년이 된 대덕동네 '과학마을'은 어떤가?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역사적 메아리와 향기가 나는가?

메아리와 향기는 스스로 퍼지기 전에 누군가가 메아리를 울리게 만들고 향기가 나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 40년은 우리들의 과거이고 나의 과거기도 하다. 누가 메아리와 향기를 만들어 주기 전에 우리가 그리고 내가, '과학마을'의 역사적 메아리를 울려 퍼트리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리며, 미래을 열수 있는 희망과 꿈을 서서히 향기 나도록 해야 한다.

대덕동네의 자생적 모임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의 탄생 배경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자생적이며 열정적인 모임인 만큼 그 활동도 기대된다.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 그 메이리와 향기의 주인공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동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스토리)가 스스럼 없이 '텔링'되어야 한다.

역사는 스토리텔링의 보고다. 과학기술도 그 역사속에서 이제는 스토리텔링이 돼야 한다. 우리는 '과학마을' 40년을 자랑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어디에도 스토리텔링은 볼 수 없다. 아마도 40년 백서를 발간하면 그것으로 끝일게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 '과학마을'이 생겼으며, 왜 생겼고, 무엇을 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느 일을 할거다. 끊임없는 외침의 메아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일반 국민들에게 그리고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 과학마을 역사의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해 외쳐야 한다.

우리 '과학마을'은 늘 세상을 변화할 만한 기술이 없으니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고 폄하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전자, 기계, 우주, 건강을 위한 무수히 많은 기술이 있었고, 어떻게 개발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 선배들은 이 '과학마을'을 위해 평생 연구에 매달렸고, 우리 세대들은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젊음을 바치고 있다. 그러니 알려야 한다.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다.

멀리 프랑스에서도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 외치는 메아리가 들릴 수 있는 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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