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우리나라 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우리나라 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15일 조선일보에 특종으로 보도된 KF-16 성능개량 사업 문제에 대해 보도 안된 내용을 포함해 자세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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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 134대의 레이더 등 성능을 개량하는 1조75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계약을 체결한 미 정부와 업체가 8000여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F-16 성능개량 사업은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FMS(해외군사판매)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업체는 미 록히드 마틴과 BAE시스템스(미국 법인)가 경합을 벌입니다. 지난 2012년 BAE시스템스로 결정됐었지요. 그런데 미 정부와 업체가 당초 계약 금액에 비해 40여%나 인상을 요구한 것인데요. 이는 거의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제가 얼마전 이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사업은 FMS 사업이어서 비용이 초기에 비해 엄청 올라가기 힘든 사업인데 40여%나 올랐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러 군데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KF-16 성능개량 사업에 대해 최근 미 정부가 5000여억원, 해당 업체인 BAE시스템스가 3000여억원 등 총 8000여억원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미측과 비용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 입장에 워낙 차이가 커 계약을 파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는 이 사업에서 '사업차질 위험(리스크)' 관리 비용 명목으로, BAE시스템스는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 등을 명목으로 각각 이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정부는  BAE시스템즈가 물건을 제대로 못 만들경우 미 정부가 책임지고 해주겠다며 '리스크 비용'으로 무려 5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고 하고요. BAE시스템스에선 사업 지연에 따라 하청업체 등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했고, 우리 군이 요구조건을 추가했다며 3000억원 가까이 증액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군 관계자는 "다음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미측에 비용인하 요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여기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우리나라 공군 주력전투기인 KF-16. <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현행 법령상 당초 계약액의 20% 범위내에선 예산부처와 협의해 증액이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40여% 증액은 불가능합니다. 사업이 못간다는 얘기지요. 앞으로 미측과의 협상으로 미측에서 비용을 인하할 수 있겠지만 워낙 차이가 커 비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옵니다.

이번 사안은 F-35를 도입하는 공군 차기전투기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F-35가 FMS 도입되는데 FMS 제도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F-35 가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 있겠지요.  정부와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됩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번 사태의 진짜 교훈을 하나 추가한다면 왜 우리가 KFX(한국형전투기)를 독자형상으로 해야 하고, 핵심 장비도 우리 것으로 해야 하는지를 이번 사태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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