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대표 "기획-개발-경영 3박자 고루 갖춘 기업 만들겠다"
학원 운영·스터디노트 개발 등 화려한 경력…아이템보다는 내실에 초점

올해 4월 문을 연 인피니유 김성수 대표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그는 학원 강사를 하다 24세 학원 창업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무역회사에서 일한 적도 있으며, 대기업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지금 그는 'InfinU'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기업의 CEO다.

사무실이 위치한 동아벤처타워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그리고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감에 찬 말투로 첫 인사를 건넸다.

"아직 저희 회사는 아이템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언제든 나올 수 있어요. 회사, 조직의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아이템? 기초를 다지는 게 먼저!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이 원하는, 그리고 내세우는 아이템이 없다는 말에 조금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을 듣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김성수 인피니유 대표. 그는 학원경영부터 실리콘밸리 탐방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김성수 인피니유 대표. 그는 학원경영부터 실리콘밸리 탐방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스스로 최소한의 개발기반, 조직을 구축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반이 탄탄하면 나올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변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되면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며 "지속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도 운용되는 '애자일(Agile)' 모델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개발을 대처하는 방식으로 창업에도 종종 도입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짧지 않은 시간 직접 경험한 다양한 활동 덕분이다. 그는 KAIST를 비교적 늦게  졸업했다. 졸업은 늦었지만 그만큼 보다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익히고 배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학원 설립. 학원을 직접 운영하며 배운 것들은 누구나 쉽게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특히 그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운영자의 책임감을 크게 생각했다"며 "학원 폐업 이후 했던 많은 생각들을 실리콘밸리에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이동형 대표님과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님이 흔히 말하는 사업 실패를 겪은 뒤 친구들과 2년 동안 20~3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싸이월드라는 아이템으로 큰 성공을 이루게 되죠."

이 과정에서 이동형 대표와 동업자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술력과 개발력 등 기초를 차근차근 다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자신의 경험과 이런 생각에 크게 동의한다. 그래서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한창이다.

"지금은 7명의 직원이 기반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위한 외주 작업들도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과 만나길 기다리는 아이템들이 가득

현재 인피니유는 SI(정보시스템 구축), 홈페이지 구축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 말 그대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는 "기획을 하고 난 뒤 곧바로 개발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드롭박스'도 처음엔 투자자들이 모두 거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오픈했고 큰 인기를 얻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인피니유가 개발을 중요시 하는 것도 바로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다.

인피니유 직원들. 똘똘 뭉친 그들에게는 속부터 여물어 간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사진=대덕넷>
인피니유 직원들. 똘똘 뭉친 그들에게는 속부터 여물어 간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사진=대덕넷>

하지만 인피니유가 결코 아이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특허까지 냈던 '기다리고 있는' 아이템들도 가득하다. 그가 개발한 '스터디노트'는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교육에 도입한 것으로 선생님들이 칠판에 강의한 내용이 정리돼 필기노트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2013년 이미 특허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이 아이템에는 기반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준비 중인 이 아이템은 회사가 더욱 커지거나 사업 파트너를 구하게 되면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초 작업이 한창인 인피니유는 인력 활용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ICT 분야는 웹과 앱, 그리고 개발에 주력해야 하고 관련 인재를 찾고 함께 하는 일이 그리 쉽지 만은 않다고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력을 유동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또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하는 등 스타트업 기업이 할 수 있는 빠른 변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장점을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김성수 대표는 지난해 '실패 수기 공모전'에서 KAIST 총장상을 받았다. 그의 실패가 그 자리에서 머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업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이제 막 창업했지만 인피니유에서 중견기업의 면모가 보이는 것은 아마 이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오는 듯 했다. 아이템의 성공 여부가 아닌 앞으로 어떤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올지 기대가 되는 인피니유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인피니유 직원들.<사진=대덕넷>
인피니유 직원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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