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홍·김순이 학부모 KAIST에 5000만원 발전기금 전달
두 아들·며느리 KAIST 출신…"국가에서 받은 장학금 돌려주는 것"

농부 1호 기부자인 오기홍(왼쪽)·김순이 부부. 두 아들과 며느리까지 KAIST를 졸업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농부 1호 기부자인 오기홍(왼쪽)·김순이 부부. 두 아들과 며느리까지 KAIST를 졸업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두 아들이 받은 장학금 후배 위해 돌려드리는 겁니다. 기부가 아니에요."

KAIST(총장 강성모)의 한 학부모가 두 아들이 받은 장학금을 돌려준다며 5000만원의 발전기금을 쾌척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 큰' 기부의 주인공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밀감농장과 펜션을 운영하는 오기홍·김순이 부부. 이들 부부는 두 아들이 모두 KAIST를 졸업했고, 며느리도 KAIST 출신일 정도로 KAIST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아들인 오환희·오환엽 형제는 각각 2005년과 2009년 기계공학 석사를 마쳤고, 며느리인 민정임 씨도 2005년 같은 전공으로 석사를 마쳤다.

오기홍 씨는 "두 아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장학금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며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며 "몇 년 전부터 두 아들이 받은 장학금을 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고, 농사일로 모은 돈을 이제야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걱정에 걱정했던 다른 부모와 달리 등록금과 기숙사가 제공되는 KAIST를 선택한 두 아들 덕분에 마음놓고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그는 "기부라는 표현은 어색하고 아들들이 받은 장학금을 후배를 위해 돌려주는 것일뿐"이라며 "농부라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순 없지만 농부 기부자 1호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두 아들이 졸업 했지만 잊지 않고 했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외국 선진대학 사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거액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외국 대학들처럼 우리나라 대학에도 많은 기부금이 전달됐으면 합니다. 비록 저는 큰 기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혜택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강성모 총장은 "학부모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발전기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학생 장학금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발전기금 전달식은 21일 KAIST에서 열렸다.

발전기금 전달식은 21일 KAIST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성모·강미아 총장 부부와 김순이·오기홍 부부. <사진=KAIST 제공>
발전기금 전달식은 21일 KAIST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성모·강미아 총장 부부와 김순이·오기홍 부부. <사진=KAIST 제공>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