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금형 기술 자존심 '용진금형'…완제품 생산 꿈 꿔
김응용 대표, “조합 통해 기술 전수 하겠다”

우리나라 경제 부흥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중공업 분야가 주력을 이루던 시절, 기술자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높았다. 

20년 전 대전에 내려와 금형 회사 용진금형을 세운 김응용 대표도 당시 대우받던 기술자 가운데 한 명이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 하나만 믿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공장 문을 열었다. 당시 퓨즈 박스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을 주로 생산했는데 전국적으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드물었다.

◆ 완제품 생산이 목표…협동화 단지 있었으면

용진금형의 김응용 대표. 그는 직접 프로그램까지 운용할 수 있다. 점차 자동화 되는 금형 산업의 모습을 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용진금형의 김응용 대표. 그는 직접 프로그램까지 운용할 수 있다. 점차 자동화 되는 금형 산업의 모습을 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1994년 공장을 세운 뒤 주문 받았던 물량의 90% 이상이 자동차 부품 금형이었습니다. 퓨즈 박스 같은 제품은 전기선과 회로 등이 들어가야 해 매우 정밀한 가공이 요구됐어요."

김 대표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아무나 만들 수 없었던'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실제로 신차를 만들 때면 자동차 업체에서 김 대표를 찾는 일들이 허다했다. 

하지만 자동차 관련 금형사업은 자금회전이 느린 편이어서 규모가 크지 않았던 당시 회사에서 원자재나 기계 구입 등의 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아 생산 물량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지금은 전체 생산량의 25% 정도가 자동차 부품이다. 그래도 김 대표는 예전 에쿠스나 로디우스 등 현대자동차에 납품했던 부품들을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용진금형에 일이 많았던 시절, 김 대표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회고했다.

"하루 3~4시간씩 자며 쉬지 않고 일했었죠. 그래도 생산한 제품들이 사회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면 뿌듯했기에 피로를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쉬지 않고 20년을 달려왔지만 점점 사회에서 보는 눈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노동자’ '어렵고 힘든 일'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인력유입은 적고 인력 유출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제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술자 양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지만 이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형 인력들의 손재주가 꽤 좋아 일본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용진금형은 분무기 부품이나 매우 높은 수준의 정밀 가공이 필요한 다이캐스트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용진금형이 부품 뿐 아니라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공간과 시설이 필요하고 공장을 확장·이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그는 금형 업체들을 위한 산업단지나 협동화 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금형 업체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금형은 급속성장이 가능한 산업분야기 때문에 전략적인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며 "뿌리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형은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됩니다. 이를 더욱 활성화 시키고 발전시켜야 이를 바탕으로 2차·3차 기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내년부터는 금속가공도 대전시의 주력사업에 포함되고 지원사업도 새로이 마련될 예정이다.  금형이 로봇과 첨단 기술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 2세들이 나설 때…이론 실무 겸비한 기술자 육성이 경쟁력

용진금형에서 생산한 자동차 퓨즈박스. 국내에서 오차 없이 이 제품을 금형으로 생산하는 곳은 손꼽을 정도다. <사진=이해곤 기자>
용진금형에서 생산한 자동차 퓨즈박스. 국내에서 오차 없이 이 제품을 금형으로 생산하는 곳은 손꼽을 정도다. <사진=이해곤 기자>

대전 내에 금속 가공 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500~600개 정도지만 그 가운데 전문 금형 업체는 60~70 곳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금형 업체들이 모여 서로를 북돋우며 산업 전반에 활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금형협동조합은 그 일환으로 설립됐다. 13개 회원사로 출발했고 10개의 회사가 추가적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2세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퇴직 후에도 금형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두 가지 취지에서 설립됐습니다.”

김 대표는 대전금형협동조합 이사로서 "협동화 단지 조성이나 금형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서로의 힘을 합치고 논의하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며 "조합을 중심으로 2세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시니어들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자동화·전문화 되는 금형은 이제 고급 기술로 분류되며 앞으로 전망이 매우 밝다"며 "시니어들과 2세들을 이어주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작업들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조합이 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금형 제품에도 기획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설계하고 제품을 찍어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 대표는 "금형은 기본 기술을 바탕으로 관련 제작 노하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며 "제품마다 특성이 모두 다른데 이를 잘 살려내는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설계 교육과 현장 실무를 통한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은 김 대표와 같은 시니어들의 역할이다.

"이제 기술력을 2세들에게 전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금형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거든요. 설계나 모델링 등은 기본이며 이를 활용한 응용기술이 금형의 핵심 입니다.“

2세들의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됐다. 김 대표의 아들은 현재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에서는 CAD를 비롯한 기술을 배우고 있으며, 대전에 내려오면 현장에서 보고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저도 처음엔 아들이 이 일을 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나니 오히려 아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공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 합니다. 30년 전처럼 기술자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 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용진금형에서 생산한 제품들. 하나하나 모두 높은 정밀도와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들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지금까지 용진금형에서 생산한 제품들. 하나하나 모두 높은 정밀도와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들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새롭게 도입한 금형 기계. 고열로 재료를 녹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진행된다. <사진=이해곤 기자>
새롭게 도입한 금형 기계. 고열로 재료를 녹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진행된다. <사진=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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