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획-上]시원하게 날려버린 '민영화의 시름'
경영 악화 나락에서 '선순환' 날개달다

국내 신약개발 산업 육성을 위해 1984년 한국화학연구원 소속 센터로 설립된 안전성평가연구소. 1988년 국내 첫 GLP 적격시험기관 인정, 2002년 화학연 부설 연구소 독립, 2005년 국내최초 미국 FDA GLP 현지 실태조사 수검기관 등의 성장을 펼쳐오다가 2008년 이후 수년간 민영화 추진이라는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연구인력 유출·고객이탈·수탁 감소·조직 갈등으로 이어지는 우여곡절의 악순환이 계속됐지만, KIT 구성원들은 최근 3년간 놀라운 변화를 맛보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독성연구 전문 R&D기관으로 활동하면서 적잖은 역경을 딛고 최근 보란 듯이 일어섰습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변화 이야기와 그 혁신 중심에 선 주인공 이상준 소장을 만나봤습니다. 상편 -'안전성평가연구소'가 확실히 달라졌다, 하편-이상준 소장의 투명인간 리더십 순으로 현장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KIT의 변화 이야기가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내장산 자락을 배경으로 변화의 선봉장에 선 '정읍 KIT' <사진 = 대덕넷 김요셉 기자>
내장산 자락을 배경으로 변화의 선봉장에 선 '정읍 KIT' <사진 = 대덕넷 김요셉 기자>

안전성평가연구소(소장 이상준, 이하 KIT)가 완전히 달라졌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민영화 결정으로 경영난에 허덕였던 행보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변했다.

민영화 논의가 시작된 2008년 이후 KIT는 매년 기관평가와 고객만족도가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미흡 평가가 연속됐다. 2010년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처음으로 민영화 결정이 난 전후로도 3년 연속 미흡판정을 받았다.

핵심 연구인력 이탈이 끊이지 않은데다가 고객들도 KIT를 외면하면서 설립 이래 꾸준히 늘던 KIT의 외부 수탁고도 2010168억원에서 2011년에는 143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동아제약, 삼성전자 등 외부 고객들은 불안한 KIT에게 데이터가 명확해야 하는 독성시험 의뢰를 더 이상 맡길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구소의 존립자체가 힘들다는 관측이 연구현장에서는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 20111226일 이상준 소장이 부임한 이후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경영상의 지표로 그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외부 수탁고가 두둑해졌다. 2011143억원에서 201220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에는 2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63억원의 수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1145억원 수준이었던 해외 수탁고를 지난해 101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2년 사이 2배 이상의 해외 마케팅 실적을 올린 셈이다.

인원도 대폭 증가했다. 2010250여명 수준에서 최근 390명으로 120명이 늘었다. 점차 고객의 독성시험 의뢰가 증가함에 따라 인력이 갈수록 더 필요한 상황이다.

2011년까지 계속 미흡이었던 기관평가는 2012년 보통 평가로 상향 조정된 뒤 올해에는 우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고객만족도 또한 70점대 꼴찌 수준에서 2012~2013년 양호 단계로 상승해 올해에는 90점대 수준의 우수 단계를 기대하고 있다. 독성시험 수탁을 의뢰한 한 고객사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IT 직원에 메일을 보내면 1주일 걸려 회신이 왔지만,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온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KIT의 '변화 그래프'<사진=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KIT의 '변화 그래프'<사진=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 보니 KIT의 과학기술계 입지도 변했다. 한마디로 골칫거리 기관에서 효자 기관이 됐다. 이상준 소장 부임 이후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정확히 1년 후.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전체 출연연 기관장들은 산업연구회 주최 경영포럼에 모여 'KIT의 변화'를 소개받고 박수 갈채를 쏟아내기도 했다.

KIT의 환골탈태한 모습에 연구현장 뿐만 아니라 KIT의 분소가 위치해 있는 정읍 지역에서도 연구소의 변화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덕분에 이상준 소장은 122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부 경영을 하면서 짬을 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를 비롯해 정읍 경찰서, 포항공대, 아주대, 외부 고객사 등 전국 각지 및 지역 현장을 다니면서 'KIT의 변화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기 바쁘다.

그런 가운데 KIT의 민영화는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주무부처가 산업자원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면서 KIT의 민간 매각 방침이 재검토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방침이 어떻든 정작 KIT 연구원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일 하느라 바쁘다. 민각매각 추진 과정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위기를 극복했는데, 무엇이 두렵겠느냐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민영화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내부 경쟁력을 튼실이 갖춰가는데 무엇이 무섭겠느냐는 것이다. 한 기관장의 노력이 연구소를 위기에도 끄떡하지 않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모양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출연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KIT의 변화와 혁신 사례는 연구현장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위기를 정면 돌파한 KIT에서보듯 출연연의 위기도 분명한 리더십이 발휘되어 선순환 경영이 실현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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