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차관 출신 이석준 미래부 1차관, 어떻게 뛰어왔나?
예산 끌어올리는데 주력 '타부처 대비 약 2.5% 상승' 기여
현장에선 장기적 관점·적극적인 소통 주문도 이어져

이석준 차관이 미래부 차관 임명된지 125일이 됐다. 이례적 인사로 다소 걱정을 샀지만 과학기술계 예산 확보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미래부 제공>
이석준 차관이 미래부 차관 임명된지 125일이 됐다. 이례적 인사로 다소 걱정을 샀지만 과학기술계 예산 확보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미래부 제공>
모피아 슈퍼갑 출신 인사로 연구현장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의 '시작'은 과연 어땠을까.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석준 차관이 미래부에 입성한지 넉달이 지났다. 과학계에서는 이례적 인사로 다소 걱정을 샀지만, 정확한 일수로 125일 동안 이 차관은 과학기술계 예산 확보에 적잖은 기여를 해 놓은 듯 하다. 

이 차관이 취임 이후 예산편성을 직접 브리핑하고, 관계부처를 오가며 업무를 조율하는 등 예산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전담해 온 결과 내년도 미래부 예산 증가율이 정부 총지출 증가율 5.7%보다 높은 8.2% 수준이 됐다. 정부 안팎에서 복지 예산 증액 요구가 거센가운데 타 부처 대비 과학계 예산을 2.5%p 증가시켜 불투명했던 예산 증액 상황을 확실이 틀어쥔 셈이다.

이 차관은 지난 7월 25일 금요일 취임 이후 월요일이 되자마자 기재부로 바로 달려갔다. 기재부로 간 이유는 미래부 신규사업관련 예산을 기재부와 함께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취임 첫주에만 기재부를 세번 오갔다.

이 차관은 기재부에 가기 전 자신만의 방법으로 예산전략을 짰다. 우선 예산지급의 타당성을 납득하기 위해 미래부 내부 자료부터 챙겨 훑었다. 필요하면 실국장급을 모아 사업설명을 듣고 가능성 있는 신규사업을 취합해 보완시켰다. 보고자료를 만들어 기재부에 들고가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인 사기진작과 복지관련 예산 확보에 힘썼다. '과총 복지컴플렉스(17억)'와 '사이언스빌리지 건립 사업(16억 8000만원)' 등의 예산을 확정지었다. 미래부에 따르면 일년안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설계비와 기타비용을 확보한 상태로 추후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이언스 빌리지는 은퇴한 원로 과학자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고, 과총 복지컴플렉스는 지식교류지원공간과 체육·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으로 그동안 예산이 확보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예산확보를 위해 이 차관은 개념부터 고쳤다. 과학기술인 복지로 분류 되는 것에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이다.

이 차관은 "과학자들의 주거공간으로 과기인 복지를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젊은 과학자들과 원로 과학자들간의 교류센터 개념을 제안했다. 과기인 복지보다 선배 과학자들의 경험지식을 공유하는 형태로 가는 컨셉으로 변화를 준 것이 (예산확보에)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최종 예산안 확정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회에서 최종 논의를 통해 확정되면 내년 예산에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 차관은 국회에서 예산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근 거의 매일 국회에 출입하며 예산확보에 힘쓰고 있다. 

미래부는 내년 예산을 연구개발 투자확대와 과학기술과 ICT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창조경제 성과 가시화 등에 예산을 배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미래부는 바이오분야 연구사업화 지원,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친환경 에너지타운 등 17개 주요신규사업을 내년도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창조경제와 과학기술 예산안이 지난해보다 높게 확보됐다"면서 "현장 연구원들이 R&D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과 집행, 평가, 사업화 연결 등을 점검하고 실행가능하도록 시스템 갖추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구현장 평가?…장기적 성과 관심과 지속적 현장소통 주문

이 차관을 두고 어려운 여건에서 일단 선방했다는 연구현장의 평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소통하고 배우려는 노력과 자세에 대해서도 호평하는 과학기술인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체감할만한 행보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과학계에서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현장 소통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너무 단기적 성과를 위한 행보를 보인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석준 차관은 공식석상에서 과학기술계 업무를 잘 모르는 만큼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를 몇 차례 표명한 바 있다. 차관 임명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아직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 만큼 과기계 원로 등으로부터 두루 듣고 배우겠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현장과의 소통과 과학기술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이 차관이 단기성과보다 장기적 성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랬다.

출연연 한 과학자는 "현장소리에 경청하는 태도는 매우 좋으나 단기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분야에 조금 더 치중하는 것 같다"며 "창조경제나 ICT 위주가 아닌 출연연 기초성과를 위한 중장기적 과학기술 정책을 실현하려는 차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소통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는 "예산에 많은 힘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보다 질적으로 합리적인 배분을 통해 연구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예산을 어떻게 잘 분배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 장기적인 고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KAIST의 한 교수는 "과학기술과 ICT가 함께 가다보니 과학기술계가 많이 쳐져 있는 분위기"라며 "한 분야가 아니라 전체적인 과학기술계 발전을 보고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연연 K 박사는 "역대 과기부 출신 정책가들은 본인이 과학현장을 잘 안다는 선입관에 오히려 출연연을 홀대할 때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석준 차관은 '본인이 잘 모르니 현장 소리를 잘 듣겠다'면서 경청하는 것 같고, 현장을 들으려는 태도는 좋다"면서 "이제 행동으로 현장 소통에 적극 나설 때라"고 주문했다. 

정보통신 관련 한 연구자는 "ITU 전권회의나 국감 등이 있어 본인색을 드러내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학기술계 예산 증가에 힘쓴 것으로 안다"며 "과학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전문성 있는 움직임을 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래부 예산 R&D·창조경제 등 배분…이 차관 "국민 공감할만한 과기예산 확보 집중"

미래부는 크게 ▲연구개발 투자확대 ▲과학기술·ICT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창조경제 성과 가시화 등에 예산을 배분할 예정이다.

연구개발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13대 미래성장동력과 SW·디지털콘텐츠, 미래원천기술 개발, 기초연구 등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13대 미래성장동력인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미래부 소관 11개 분야에 2233억원을, SW·디지털콘텐츠 개발에 올해 대비 14.4% 증가된 6444억원을 편성했다.

바이오와 나노·융합 등 핵심기술과 독자적인 우주·원자력 기술확보를 위해 1조 3147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한국형 발사체에는 내년도 2550억 원(올해 2350억원),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에 1654억 원(1446억원)이 투입된다.

신진·중견·리더 연구자 기초연구 지원은 올해 5421억원에서 내년도 5875억원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올해 2100억원에서 2140억원으로 배정됐다.

재난재해와 안전, 사이버보안, 연구실 안전 등에는 올해 대비 5.9%증가된 2971억원이 투자된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미래부는 창조경제밸리에 신규 308억원을,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을 위해 197억원을 조성했다. 또 국민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의 6개월 챌린지 플랫폼 구축을 신규로 추진한다. 

대학·출연연의 기술적 자산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창조기업화하기 위한 기업공감 원스톱 서비스에 신규 8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 지원 추진에 힘쓸 계획이다.

한편 이 차관 "앞으로 국민의 공감할만한 과학기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현장에도 더 귀울이며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차관은 "국민 공감 과학기술 예산 확보와 현장에 더 귀울이며 다가가겠다"고 말했다.<사진=미래부 제공>
이 차관은 "국민 공감 과학기술 예산 확보와 현장에 더 귀울이며 다가가겠다"고 말했다.<사진=미래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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