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용 증가 추이…전문가들 '예방적 접근 필요한 시점'
KAIST, 범시민적 의견 수렴 나서

스마트폰 기기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예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KAIST가 주최한 스마트기기 과몰입 예방 심포지움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스마트폰 기기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예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KAIST가 주최한 스마트기기 과몰입 예방 심포지움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사례1. A 고등학교 송 모 양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채팅방에 초대돼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심한 욕설을 듣고, 합성사진이 유포되는 등의 사이버 폭력을 당하고 있다.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이버 왕따 문제)

#사례2. B 전자 영업부 이모 과장은 업무 특성상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바이어들을 상대하고, 각종 정보들을 조사하고, 금융 관련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그에게 있어서 일상을 함께 하는 동반자다. (시간적 규제의 실효성 논란)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에 대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KAIST(총장 강성모)는  '건강한 스마트 기기 활용 및 과몰입 예방을 위한 심포지움과 시민 타운홀 미팅'을 최근 개최하고 본격적인 범시민적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적 기술 개발과 정책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원장 장광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스마트폰 사용자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73%. 세계 1위다. 2009년 기준인 2%에 비해 약 40배가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중독위험군 비율은 37.3%로 성인 비율인 17.2% 보다 2배 이상 높다. 급속한 스마트 기기 확산으로 ▲사이버 왕따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범죄 등 각종 부작용들이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강하다.

재작년 기준 KT의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65%의 설문자가 스마트폰으로 자녀와 갈등 경험이 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정보화진흥원의 조사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 중 91%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성, 접근성, 개인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중독보다 심각하다. 특히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층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0%에 육박한다.

문제는 과몰입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기기 과몰입에 대한 기존의 대응 방안은 주로 중독 치료센터 운영 등 높은 비용을 초래하는 사후적 치료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 이용이 자살, 범죄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해결을 위한 비용 역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중독 발생 이전의 예방적 접근을 통해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중독', '과몰입' 개념 정립부터 부처마다 달라…개개인 특성별 고려한 '예방적 접근' 시급

스마트기기 과몰입 관련해 ▲중독과 취미 ▲규제와 자율 ▲개인과 사회 측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중독과 과몰입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정부 부처마다 다르다. 부정적인 의미의 중독(Addiction)과 긍정적 의미의 과몰입(Overflow)에 따라 인식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김대진 카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과몰입(Overflow)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며 "과학적으로 과몰입 척도 등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게임셧다운제와 문화관광부가 추진한 선택적 게임시간제는 강제적인 사용시간 제한 정책이다. ▲게임산업 등 유관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 ▲기술적 회피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실효성과 과잉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책임 소재 구분도 명확치 않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용에 대한 몰입 현상인지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중심으로 확산되는 사회적 문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도 마련되지 않았다.

'중독'과 '과몰입'에 대한 용어 정리도 쉽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강민구 기자>
'중독'과 '과몰입'에 대한 용어 정리도 쉽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강민구 기자>

전문가들은 각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노출 빈도가 높고 자기화가 되어 있어서 중독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며 "주관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부터 돕자"고 제안했다.

김혜진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산업계에서도 부작용 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사용자 친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카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도 뇌질환이 될 수 있다. 신경과학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며 의학적 접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남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장은 "예방기술,진단기술도 중요하지만 회복기술도 중요하다"며 "순환사이클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민간차원의 자정 역할 강조와 시민 의견 수렴을 촉구했다.

최진웅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사전적 규제를 개인과 기업 등 민간에 맡기고, 사후적 규제를 국가에서 개입하자"고 의견을 밝혔다.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선진국들은 독립된 싱크탱크(Think tank)를 운영한다"며 독립된 기구 운영과 함께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스마트폰의 행복한 사용법과 예방법에 대해 시민들은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국가적 차원 R&SD 절실…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책임은?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스마트폰 중독 관련 접근이나 시장 전략은 거의 없다. 미국이나 일본은 민간에 맡기는 자율 규제를 바탕으로 문제 발생시 국가가 개입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세계 IT 선도 국가로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과몰입 위험군도 높다. 개인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위기감을 느끼고 장기적 측면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R&D(Research & Development,연구와 개발)는 R&SD(Research & Social Development, 연구와 사회적 발전)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일명 'SRT(Social Robust Technology, 사회적으로 견고함을 주는 기술)' 개발을 통해 인간적 결함 등 비이상적인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사회에서 힘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경제와 산업 발전만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과 복지·안전·보건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기술 창출을 지향하는 것이 국가 사회적으로 점차 중요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병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과학기술은 일반대중이 쉽게 접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야 한다"면서 "예방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런 가운데 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은 작년부터 디지털 기기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스마트폰으로 그 영역을 한정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성희 교수팀은 올해 말까지 아바타 애니메이션 어플 개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어플은 각 사용자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메신저, 그림, 음악, 조도, 텍스트 등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행동 양상을 분석하고 유형 체계 구축를 구축해 개인별 멘토링·선순환 스마트라이프 구축·ICT 융합연구로서 원천기술과 국제표준 확보·스마트기기 관련 신산업 수요 창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성희 교수팀이 올해 12월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바타 기반 중재 어플리케이션. 개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과몰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성희 교수팀이 올해 12월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바타 기반 중재 어플리케이션. 개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과몰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이동만 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 학장은 "앞으로 시민참여형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의견을 수렴하고 기술개발과 정책 거버넌스로 연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은 ▲1단계 Self Mirroring(아바타 이용 과몰입 예방기술 개발) ▲2단계 Social empathy sharing(사용자 유형별 아바타 기반 행동 수정 및 강화) ▲3단계 Expert Consulting(대화형 상호 작용을 위한 지능형 아바타 생성기술 개발)에 걸쳐 추진할 예정이다. KAIST는 미래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기술개발과 정책 거버넌스 등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시민 타운홀 미팅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시민 타운홀 미팅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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