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신임 한의학연 원장, 융합의학 경영 포부 밝혀
"20년 전 설립 목적 발전시켜 선진의학 리더될 것"

한국한의학연구원 설립부터 참여해온 이혜정 신임원장은 3년임기동안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외국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배우러 올 수 있도록 세계화, 국제화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대덕넷>
한국한의학연구원 설립부터 참여해온 이혜정 신임원장은 3년임기동안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외국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배우러 올 수 있도록 세계화, 국제화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대덕넷>
"3년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선진의학차원에서 스타과제를 발굴해 육성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학계를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학자들이 이를 배우러 우리나라에 올 수 있도록 세계화, 국제화하는 것이고요."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신임 원장의 포부다. 목표가 크고 분명했다. 작은 체구, 조용한 어투에서 힘이 느껴지는 것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그만의 섬세한 에너지 덕분으로 보인다.

늦은 가을비가 흩날린 날. 기자는 인터뷰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세미나 중 서둘러 나오는 이 신임 원장과 처음 마주했다. 이 원장은 머풀러로 비를 피해 종종 걸음을 치며 기자를 만나자 환환 미소로 답했다. 우연한 첫 만남에서 이 원장의 첫 인상은 권위나 딱딱함 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취임한지 보름이 조금 지난 이 원장은 "중간 중간 복병이 나오긴 하지만 업무파악을 거의 마쳤다"며 20년전 한의학연 설립시기부터의 인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획까지 꼼꼼하게 풀어냈다.

◆ "20년 전 마음으로 한의학의 미션과 비전 발전시키며 경영할 것"

"20년 전이네요. 학생들은 유급을 불사하고 강의실 밖으로 나왔고 교수들은 강의실을 지키며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죠. 그 결과 정부는 1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며 한의학연구소를 설립했지요. 서울에서 대덕으로 이전해 온 이후 규모도 커지고 연구시설이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연구원으로 성장한 과정을 쭉 지켜봤습니다."

이혜정 원장은 20년 전 당시 상황이 떠오르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이 원장은 30년간 대학에서 한의학 연구개발과 제자 육성에 매진해 왔다. 한의학 연구 분야에서 9년 동안 침구경락 분야의 기초연구센터(SRC)를 운영하며 올해 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최근까지 한의약 연구 정보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를 운영, 경영자로서 기반을 충분히 다져왔다.

한의학연은 한의학의 체계적 연구와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기반의 구심점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한의계의 목소리가 모아져 1994년 설립됐다.

이 원장은 한의학연 탄생부터 성년으로 성장하기까지 평가위원, 자문위원 등 여러형태로 한의학연을 자주 찾았고, 늘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계의 미래가 한의학연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외부의 시선으로 관심을 갖고 객관적으로 지켜봐 왔다"면서 "내부에 와서 보니 조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전 세계 학계 모두가 앞으로 가고 있고 발전은 끝이 없다. 한의학연도 그에 맞춰 속도를 낼 것"이라며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원장이 바뀌었다고 초기 미션과 비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일관되게 이어진 비전을 훼손시키지 않고 그동안의 상황을 분석해 채울 것은 채우겠노라고 원장 공모시에도 발표했고 앞으로 경영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설립 20년만에 수장으로 부임한 이 원장은 초기 미션을 잘 알고 있는만큼 경영의 키워드도 미션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효율화와 선진화에 방점을 뒀다. 추진 중점방안으로 ▲성과 창출 경영 ▲수요자 중심 연구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융복합 연구 ▲개방적인 자세로 대내외 협력 강화를 들었다.

이 원장은 "출연연은 성과를 내야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면서 "전체적인 연구원의 자원을 파악해서 핵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내외 연구자간 소통과 화합의 연구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외부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의계 내·외부를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기반 갖춘 한의학연, 미래 먹거리 될 스타과제 발굴

"역대 원장님들이 행정, 경영의 틀을 만들어 놓으셨어요. 이젠 연구경영의 틀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 틀에 들어가 방향에 맞는 연구를 하도록 격려하고 잘 세우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소통을 통해 연구비전을 밝히고 함께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원장은 소통과 사람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소통을 외쳐도 상대방이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면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면서 "연구의 멘토로서 역할을 인지하고 대화하며 구체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전 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잘못된 점은 고치고 채워가며 함께 보완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현재 구성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다. 서로 대화하며 한의계 발전을 이루고 연구원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스타과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그는 "서로 대화하며 중복은 피하고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겠다"면서 "스타과제를 발굴해 한의계의 동력이 되도록 하고 국민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궁극에는 세계화 국제화 이뤄 한의학 배우러 올 수 있도록

"궁극의 목적은 한의학의 세계화로 선진의학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계의학 관계자들이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우리 한의학을 배우러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임상 연구 분야와의 협업과 평가도 중요시 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의학연은 기초논문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외부 한의계, 대학과 협력해 임상 논문도 늘리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현재 과학사의 흐름이 생명 시스템을 중시하는 시기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한의학연이 이 흐름을 리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평가잣대가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이 원장이 생각하는 경영 효율화와 선진화는 한의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원장은 "고유의 전통 한의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바이오 이론과의 융합으로 한의학의 객관화와 과학화를 풀어갈 것"이라면서 "외부에도 우리가 가진 현대 연구장비 등 공유할 것은 공유하며 출연연, 대학, 임상의사가 같이 추진하며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원장 공모 즈음에 영화 명량이 상영되고 있었다"면서 "판옥선은 일본 군함과 다르고 과학적이다. 명량해전은 세계 4대해전에 들어갈 정도로 세계화 차별화를 이미 이룬것이다. 한의학도 다르지 않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이혜정 한의학연 원장.<사진=대덕넷>
이혜정 한의학연 원장.<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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