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한창이던 2007년 1~2월 3주 동안 이라크 상공에서 미군 헬기가 6대나 격추됐다. 1월 20일 수송용 UH-60 블랙호크 헬기가 바그다드 북부 댜일라 지방에서 추락해 미군 12명이 사망했고, 1월 28일과 2월 2일엔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로 꼽히는 AH-64 아파치가 대공 공격을 받고 추락해 조종사 4명이 숨졌다. 단기간에 여러 대의 헬기가 격추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미군 헬기들을 격추시킨 주범은 SA-7·16 등 휴대용 단거리 대공미사일이었다. 이들 미사일은 사거리가 4~5㎞로 비교적 짧지만 보병이 손쉽게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지 기습적으로 쏠 수 있어 위협적이다.
  
이들 미사일은 대부분 항공기 엔진의 열을 탐지해 추적해서 공격하는 열(적외선)추적 방식이다. 헬기나 전투기 등 항공기는 이런 열추적 미사일을 교란하기 위해 불꽃을 터뜨려 미사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플레어(Flare)'라는 장비를 달고 다닌다.

보통 여러 발을 한꺼번에 터뜨려 천사의 날개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천사의 불꽃'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플레어는 근적외선을 방출해 1세대 적외선 탐색기를 단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적외선 탐색기가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을 모두 탐색하는 2색(Color) 탐색기로 개선됨에 따라 최근의 플레어는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을 모두 교란하는 형태로 발전됐다.
  
열추적 미사일의 적외선 탐색기를 교란하는 적외선방해장비(IRCM)도 개발됐다. 대표적인 AN/ALQ-144는 제논 램프를 광원으로 사용하며 강한 열원을 전 방향으로 쏟아내 열추적 미사일의 추적을 방해한다. 문제는 이런 교란장비에 속지 않는 똑똑한 신형 휴대용 대공미사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기체계는 '창과 방패'의 관계로 발전해 가기 때문에 신형 대공미사일에 대응하는 방패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새로운 방패가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DIRCM)다.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는 적이 쏜 적외선 유도미사일들을 교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장비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기술이전이나 수출을 꺼리는 첨단장비로 열영상 카메라와 적외선영상 추적장치, 적 대공미사일 감지기를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레이저 광선을 쏘는 장비로 구성돼 있다.

이스라엘 엘빗 DIRCM.<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이스라엘 엘빗 DIRCM.<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군 당국이 최근 공군 1호기인 대통령 전용기 임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2016년까지 전용기에 미사일 방어장비를 장착하기로 했는데 그 핵심장비가 바로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다. 대

통령 전용기에 이렇게 본격적인 미사일 방어장비를 장착하는 경우는 영화로도 유명한 미국의 '에어포스원'으로 드물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2월 19일 해외 미사일 방어장비 생산업체들을 한국으로 불러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앞으로 업체 선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당수 언론은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해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를 도입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정통한 군 소식통들은 미국 제품은 대상이 아니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첨단기술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미국은 정식 전용기가 아니라 임차 형태로 운용되는 전용기는 보안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를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도입대상 후보의 하나인 이스라엘 엘빗사의 '뮤직(MUSIC)'이라 불리는 장비는 전투기·헬기·여객기·수송기·공중급유기 등에 광범위하게 장착되고 있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이 엄청난 수량의 SA-7·16 등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전용기 외에도 국산 수리온 수송용 헬기, C-130 수송기를 개조한 특수 전용 항공기 등에도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를 장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는 적 열추적 미사일의 접근을 미사일 경보시스템(MWS)을 통해 파악, 플레어나 적외선방해장비,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로 미사일을 빗나가게 한다. 유럽 카시디언의 AN/AAR-60은 적 미사일 등을 동시에 8개까지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대공미사일 중에는 열추적 방식 외에 레이더로 유도되는 미사일도 많다. 이에 대응해 적 레이더 기지나 대공미사일, 대공포의 레이더가 항공기를 조준하면 이 레이더파를 탐지해 경보해 주는 레이더경보수신기(RWR)가 있다. 항공기가 레이더 유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채프(chaff)를 사용하는 것이다.

국산 전자전 포드 장착한 KF-16.<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국산 전자전 포드 장착한 KF-16.<사진=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채프는 전파를 잘 반사하는 두께 0.5~2㎜의 가늘고 긴 전파 반사체로, 초기엔 알루미늄박을 주로 사용했고 현재는 얇은 필름이나 유리섬유에 알루미늄 혹은 아연박을 입힌 것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2차대전 때인 1940년 영국이 처음 사용했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한·미 양국 군이 미루나무를 절단할 때 출동했던 미 B-52 폭격기가 판문점 인근을 비행할 때 북한의 대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하늘에 채프를 뿌렸었다.

적 레이더파를 교란하는 재밍(jamming)장비(재머)도 대표적인 미사일 방어 무기다. 재머는 탑재 방식에 따라 전투기 무장 장착대에 폭탄처럼 탑재하는 포드 방식, 이스라엘 F-16 전투기처럼 전투기의 일부분에 유선형으로 부착하는 컨포멀 방식, 전투기 내부에 고정적으로 탑재하는 기내 내장식, 재머를 끌고 가는 견인 디코이(decoy) 방식이 있다. 최신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탑재 방식은 기내 내장식이다.

내장식 재머는 AN/ALQ-165 ASPJ가 대표적으로 한국 공군도 보유하고 있다. ASPJ는 장거리에서 적 위협 신호를 포착해 수시로 비교하면서 재밍 형태를 자동으로 바꾸는 기능을 갖고 있다. 다수의 위협에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공군은 ALQ-88, ALQ-200이라 불리는 국산 재머도 갖고 있다. ALQ-200은 구형 ALQ-88을 개량한 신형이다. 국내의 한 업체가 2009년 파키스탄에 ALQ-200 수출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제동으로 좌절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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