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얼마 전 둘째 외손녀의 3번째 생일이 있었다. 태어나자 마자 데려와 지금껏 함께 지내 오면서 나는 이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일기로 써오고 있다. 매일 매일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변화가 있거나 새로운 일들이 있을 때 간단한 메모 형태로 남겨 두고 있다. 이번 생일을 맞아 지난 1년간 적어 둔 일기를 정리하고 적절한 사진을 삽입하여 3년 째의 일기를 완성하고 프린트하여 엄마 아빠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겨울 아침의 해. 겨울이 되면 나는 한결 부드러워진 아침 해와 함께 앙상한 겨울나무를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800 s, F/3.5, ISO 100
겨울 아침의 해. 겨울이 되면 나는 한결 부드러워진 아침 해와 함께 앙상한 겨울나무를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800 s, F/3.5, ISO 100

1/1 + 1/2 +1/3은 얼마일까? 외손녀가 태어나 첫 해에 쓴 일기는 그 아이의 모든 생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생의 2분의 1을 그리고 지난 해에는 3분의 1을 기록한 셈이다. 그러니 사실 1/1 + 1/2 + 1/3은 3살배기가 살아온 3년의 시간을 의미 한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매 1년이 차지하는 인생의 비중이 점점 낮아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서른살의 사람에게 1년의 의미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내 나이에서는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위와 같은 계산을 해 보면 30세가 되는 해는 그 사람의 전체 생의 3.3 % 정도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60세가 되는 해는 1.7 % 정도의 비중이 되었다. 물론 일년의 절대적인 시간은 같으므로 나중에 지나서 보면 처음 일년 역시 나중의 1년과 같은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거나 때로는 아주 특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도 있을 수 있지만, 외손녀의 변화를 보면서 깨달은 것은 매 1년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체로 나이에 반비례하여 감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따사로운 어루만짐. 잎을 다 떨구고 맨 몸으로 서 있는 서리내린 겨울나무 가지를 나지막이 떠올라 애정어린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는 아침 해를 보면서 내 가슴 또한 따뜻해 짐을 느낄 수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0 s, F/5.6, ISO 100
따사로운 어루만짐. 잎을 다 떨구고 맨 몸으로 서 있는 서리내린 겨울나무 가지를 나지막이 떠올라 애정어린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는 아침 해를 보면서 내 가슴 또한 따뜻해 짐을 느낄 수 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0 s, F/5.6, ISO 100

만 1년이 되었을 즈음의 일기에는 '오늘은 처음으로 떡국을 먹었다. 요즈음 부쩍 할머니 할아버지가 먹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한다. 아래 위 두 개씩의 이가 난 후 이제 아랫니가 또 하나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젠 한 손을 잡고 걸음마를 조금씩 할 수 있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1년이 더 지난 지난 해 1월 초의 일기에는 '저녁에 TV의 여행 프로그램을 켜 놓고 할머니가 부엌에서 일하면서 여행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말 광고가 끝나고 본 방송이 시작되자 "할머니 시작했어요" 하며 할머니를 부르는 게 아닌가?'라고 적어놓았다. 정말 1년 사이에 실로 엄청난 변화를 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나무 가지의 소망. 겨울나무는 마른 가지 사이로 비추이는 아침햇살을 꼭 붙잡고 싶은 소망이 있었나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0 s, F/7.1, ISO 100
겨울나무 가지의 소망. 겨울나무는 마른 가지 사이로 비추이는 아침햇살을 꼭 붙잡고 싶은 소망이 있었나보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0 s, F/7.1, ISO 100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내 삶에서 변화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요즈음 가끔씩 조금 우울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함은 어쩌면 계절 탓인지도 모른다. 특히 겨울철에 기분이 다소 저하되는 약한 우울증은 바로 짧아진 일조 시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일조 시간이 짧아지면 우리 몸에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더 많이 만들어 지고 이에 민감한 사람들은 기분이 저하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에는 햇빛을 쪼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 아침에도 해는 떠 오른다. 하얗게 서리 내린 추운 겨울아침에도 희망처럼 해는 떠 오른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0 s, F/3.5, ISO 100
추운 겨울 아침에도 해는 떠 오른다. 하얗게 서리 내린 추운 겨울아침에도 희망처럼 해는 떠 오른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3200 s, F/3.5, ISO 100

겨울이 되면 나는 그 빛이 한결 부드러워진 아침 해와 함께 앙상한 겨울나무를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잎을 다 떨구고 맨 몸으로 서 있는 서리 내린 겨울나무 가지를 나지막이 떠올라 애정어린 눈빛과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는 아침 해를 보면서 내 가슴 또한 따뜻해 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어쩌면 가볍게 겨울앓이를 하던 내 자신이 벌써 겨울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따사로운 햇볕으로 우울해진 기분이 치유되었는 지도 모른다.

아침의 기도. 떠 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봄날에 생명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기도하는 겨울나무. Pentax K-3, 92.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0 s, F/5.6, ISO 100
아침의 기도. 떠 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봄날에 생명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기도하는 겨울나무. Pentax K-3, 92.5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400 s, F/5.6, ISO 100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벌써 수선화가 피었다는 꽃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내일 아침에는 겨울나무에 다가가 따사롭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겨울나무에게 들려주는 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듣고 싶다.

 

아침 빛을 향하여.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벌써 수선화가 피었다는 꽃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내일 아침에는 겨울나무에 다가가 따사롭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겨울나무에게 들려주는 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듣고 싶다. Pentax K-3, 24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200 s, F/13, ISO 100
아침 빛을 향하여.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려면 아직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벌써 수선화가 피었다는 꽃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내일 아침에는 겨울나무에 다가가 따사롭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겨울나무에게 들려주는 봄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듣고 싶다. Pentax K-3, 24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200 s, F/13, ISO 100

겨울나무/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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