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삭풍이 불고 있지만 대덕밸리에는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 동네"에 살고 있지만 서로를 전혀 모르던 과학자와 군이 대덕밸리 역사상 두 번째로 만남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21일 오후 6시쯤 호텔대덕롯데 3층에는 어깨에 별들이 휘황찬란한 대한민국 육해공군 간부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마중 나온 대덕연구단지 기관장협의회회장인 정선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을 비롯한 대덕 밸리 기관장들은 별손님 맞기에 분주했습니다. 군과 과학자들간 만찬은 대덕연구단지 기관장협의회가 계룡대 3군 본부 총장과 간부들을 초청한데서 비롯됐습니다.

연구단지가 조성된 지 30년에 이르고 있고 계룡대에 3군 본부가 이주를 시작한지 10년이 훨씬 넘어선 시점입니다. 이날 뜬 별의 총 합계는 25. 군 수뇌부의 총 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군본부 수뇌들은 이에앞서 이날 오후3시30분부터 연구단지를 방문해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삼성종합화학연구소 등을 둘러보며 한국 과학의 현주소를 살펴보았습니다.

호스트인 정선종 원장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30분 거리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3군 간부들의 대덕 밸리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손님인 길형복 육군참모 총장은 군의 과학화 로 화답했습니다. 길 총장은 "대덕 밸리가 한국과학기술의 요람이라고 하더니 허명이 아니었다"면서 지척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와보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군이 과학화를 이루어야만 살수 있다면서 대덕을 우리들(간부)에게만 보여주지 말고 실무자들에게도 볼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류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대전시의 살림을 맡고 있는 홍선기 시장은 과학자와 군의 만남을 흐뭇하게 지켜 봤습니다.홍 시장은 지난번 중국 난징에서 열린 WTA에 갔을 때 5천명이 넘는 군중 앞에서 연설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것은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 밸리가 위치한 시이기 때문이라면서 계룡대와 연구단지, 그리고 대전시가 3각축을 이뤄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억수 공군총장은 군과 대덕밸리의 발전을 위한 축배를 제안했습니다. 이 총장은 "낮부터 연구단지의 많은 연구시설을 돌아보고 나니 그동안 왜 진작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덕 밸리가 실리콘 밸리에 버금나는 연구개발의 메카로 발전하기를 기원했습니다.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김덕지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일어서서 양주로 건배를 제의하자 길 총장은 폭탄주를 돌리자고 하는 줄 알았다(좌중 폭소)면서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원자력연구소 출신 이병령 유성구청장은 남다른 감회를 토로했습니다. 연구단지에서 20년이 넘게 잔뼈가 굵은 과학자로서 군과 과학자들의 만남에 대해 본능적인 책임감을 느낀다며 군과 연구단지가 만나 좋은 네트워크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했습니다.

김오비 공군준장은 "한국의 장래는 대덕 밸리에 달려있다"며 "안보는 계룡대가 맡고 과학기술 발전은 대덕 밸리가 맡아 탄탄한 나라를 이끌어가자"고 소회를 밝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복성해 생명과학연구소장·김충섭 화학연구소장,은희준 표준과학연구원장,최동환 항공우주연구소장, 황해웅 기계연구원장, 이상태 관리본부 사무총장, 최롱 쌍용연구소장과 군 인사들은 실질적인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데 의기 투합했습니다.

군 수뇌부와 과학계 수뇌부의 이날 만남은 한국 과학계가 실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자주 국방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는게 이날 모임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대덕 밸리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헬로우디디 구남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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