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군사세계]글=맹수열 국방홍보원 기자

재물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財不蓋天下 不能正天下). 재물이 천하를 압도해도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財蓋天下 而工不蓋天下 不能正天下). 장인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해도 무기가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工蓋天下 而器不蓋天下 不能正天下). 무기가 천하를 압도해도 병사의 능력이 천하를 압도하지 못하면 천하를 바로잡을 수 없다(器蓋天下 而士不蓋天下 不能正天下). -관자(管子) 중-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을 중원의 패자로 이끌었던 명재상 관중(管仲)은 자신의 저서에서 제나라가 강군을 갖추기 위한 여덟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위의 내용은 그 가운데 일부로 넉넉한 국방재정과 우수한 무기 제작자, 성능 좋은 무기, 용감한 병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관중은 '부민부국'의 바탕에는 강한 군사력이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군사력을 갖추기 위해 관중이 제시한 '강군의 조건' 여덟 가지는 긴장감이 감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군은 강군의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국방일보 연중기획 '대한민국 국군 리포트'는 2회에 걸쳐 관중이 2600여 년 전 제시한 강군의 조건을 비상을 꿈꾸는 우리 군의 오늘에 대입해 보려 한다.

작년 국방비 35조7000억 '세계 10위'

◆강군의 조건1 넉넉한 국방재정

관중은 강군의 첫 조건으로 '재물', 즉 넉넉한 국방예산을 꼽았다. 아무리 부유한 국가라도 그에 걸맞은 국방력을 갖추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약 35조 7000억원(약 330억 달러)의 국방비를 투입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우리나라의 국방예산 지출은 독일(439억 달러)에 이어 10위다. 압도적인 국방예산을 지출하는 미국(5810억 달러), 중국(1294억 달러)과는 큰 차이가 나지만 477억 달러를 쓴 일본과는 격차가 크지 않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는 지난해 우리나라 군사력을 세계 9위로 평가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대할 수 없는 '강소국'이 된 밑바탕에는 우리의 국방재정이 있었다.

고부가 무기 수출 '한국산 명품' 호평

◆강군의 조건2 첨단 방위산업

아무리 돈을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튼튼한 국방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입된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역시 중요한 요소다. 관중은 투입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장인', 즉 엔지니어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현대전에서 첨단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자국의 방위산업을 발전시켜 자주국방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군 역시 대한민국 영토·영해·영공을 국산 무기체계로 수호하겠다는 의지로 방위산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우리의 방산 수출이 탄약 등 단순 소모품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뀌면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 자주포 K-9, 복합형 소총 K-11 등 '한국산 명품 무기'들에 대한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차기 이지스함 사업 등 전력보강 총력

강군의 조건3  우수한 무기

방위산업과 무기체계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하지만 공방에서 무기를 보충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전에서는 수입을 통해서라도 더 우수한 무기를 갖추려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군 역시 차기 전투기(FX) 사업 등을 통해 방산 선진국의 우수한 무기를 도입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차기 다연장 로켓과 차기 이지스함 사업 등 굵직한 전력증강사업 추진도 본격화됐다. 국산무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아직 부족한 부분은 수입해 국방력을 키우는 투 트랙 성장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 첨단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등 관계국들과 기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

육·해·공군 모두 전투력 향상에 초점

강군의 조건4  용맹한 장병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운용하는 군인의 역량이 부족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관중 역시 이 점을 주목해 무기의 성능보다 이를 다루는 '병사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은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정예 강군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육군은 올해를 '선진화된 교육훈련 원년'으로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은 부대훈련 및 과학화훈련 개선과 평가체계 개선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통해 강한 군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는 해군은 최고의 전투력 발휘를 위한 대비태세 확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신속·정확·충분한 초동조치를 위한 전사(戰史) 교육 및 전술토의를 강화해 장병들이 공세적 기질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도발 유형별 맞춤전력인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대응책을 수립해 적의 예기치 못한 도발에 완벽히 대처할 계획이다. 여기에 해군 특유의 무기체계 운용능력을 갖춘 전문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작전 반경이 넓은 공군은 올해도 빈틈없는 전방위 대비태세 확립을 목표로 매일 실전적인 비행훈련을 하며 영공 방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지상에서는 각 부대별로 전투태세훈련(ORE), 기본군사훈련 경연대회 등을 통해 주어진 전투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정예 전사 양성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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