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포기→작가→CEO…"과학만화 대중화"

[별난사람 별난현장]KAIST 동문 100人 설립, 카이스토리 박성진 대표
직장인 5배 월급 받으며 작가생활 시작했지만…"과학적 국민관심 안타까워"
카이스토리, 과학기술 콘텐츠로 읽히는 만화 제작

KAIST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무협소설작가를 거쳐 CEO까지 다양한 도전을 한 공학도가 있다. 박성진 카이스토리 대표다. 

카이스토리는 KAIST를 졸업한 100여명의 동문들이 소셜펀딩을 통해 설립한 벤처로 학습만화를 제작하고 있다. '우리별'을 주인공으로 과학기술을 문화적 콘텐츠로 소화한다. 2011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학습만화를 출간할 예정이다.

1986년~1990년 KAIST 학부과정 출신 위주로 구성된 카이스토리의 박성진 대표는 "KAIST가 세금을 받아 운영이 되고 또 과학에 대한 사회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아 KAIST 조직이 가진 과학기술에 대한 것을 문화콘텐츠로 소화시켜 일반인들에게 알리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며 "우선 KAIST의 성과를 중심으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우리별'을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 엎어진 논문·회의감이 들었던 지난 날…공학도 작가되다

카이스토리는 KAIST 동문 100여명이 펀딩을 통해 설립했다. 그런데 박성진 씨가 대표직을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의 독특한 인생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1986년 KAIST 전자공학과를 입학한 박 대표는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밟았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LCD 관련 연구를 하면서 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기업이 갑자기 연구비 지원을 끊었다. 해외에서 관련 연구성과를 사들여오면서 더 이상 연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박 대표를 비롯해 17여명의 대학원생들의 논문이 다 엎어지고 말았다. 연구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그동안 연구하며 쌓아온 피로감이 폭발해버렸다.

"서울대 대학원을 중퇴하고 입대를 선택했다. 산업기능요원 등 군복무 대신 기업체에서 일을 해도 됐었지만 군대를 가고 싶었다."

군대에서 지내면서 생각을 정리한 그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제대 이후에도 글을 계속 써 내려 갔는데 단골 만화방에서 무협소설작가를 모집한다는 벽보를 보고 출판사에 집필한 원고를 보냈다. 그러자 단번에 출간하자는 연락이 왔다. 첫 달에 벌어들인 돈은 약 400만원. 당시 회사원의 월급이 70만원이던 시절이다.

그는 이재학, 야설록, 하승남 등 만화 30여종 600여권의 만화 시나리오를 썼다. 또 금시조라는 필명으로 실혼전기(2001), 절대무적(2006), 천뢰무한(2006), 광마(2007) 등을 비롯한 14종 60여권의 무협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금시조 월드'라 불리며 팬들을 형성해 나갔고 작가로 활동하며 부족함 없이 돈도 벌었다.

무협소설은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에 그는 교훈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TLT라는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 TLT는 동물을 의인화한 경영우화 만화로 네이버 연재를 통해 약 60만 명의 고정 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스토리 작가로서의 만족스러운 삶 한 구석에 불편함이 있었다.

"먹고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 남들은 힘들게 공부해 이공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 싶었다."

과학기술계에서 무언가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2008년 보유하고 있던 특허를 활용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떠나있던 탓에 큰 실패를 겪는다. 실패 속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내가 잘 하는 것을 해야 하는구나'였다. 이에 박 대표는 과학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스토리툰'을 창업했다.

스토리툰은 SNS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웹드라마, 소설, 만화 기획 제작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스토리툰) 과학기술도 포함된다. 과학기술을 콘텐츠 재료로 소화시키는 첫 번째가  '카이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자는 어떻게 돈 벌지? 카이스토리, 진짜 과학자 이야기 들려준다

카이스토리가 우리별 1호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사진=카이스토리>

우리별을 주인공으로 카이스토리는 캐릭터 '키트'와 '대한별'을 탄생시켰다. 키트는 우리별 1호가 변한 남자아이다. 우리별 1호를 남자아이로 재탄생시킨 이유는 20대 중후반에서 40대가 된 개발 주역자들 입장에서 우리별 1호는 자식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KAIST 86학번 동기들에게는 우리별 1호에 대한 향수가 있다. 기술도 능력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아주 부족한 자금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결국 연구진의 노력 끝에 우리별 1호를 만들어냈다. 인공위성이 발사돼 TV, 휴대폰, 정보전달 등이 가능해졌는데 이런 이들을 묶으면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처럼 가능할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투자는 100여명이 했지만 다들 카이스토리가 본업이 아니다보니 준비과정이 길었다. 하지만 천천히 제대로 가자는 원칙주의로 급하게 일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카이스토리의 장점은 '진짜 과학현장'이다.

그는 "기존학습지와는 달리 진짜 과학자가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등 실제 해당분야 연구진의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콘텐츠들을 스마트폰의 장점과 융합시켜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토리는 우리별1호 뿐만 아니라 대덕특구가 가진 문화를 과학콘텐츠로 승화시키고, 과학기술 특성화 스토리텔러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만화가 갖는 홍보에는 파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을 진짜 이해하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과학만화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양성해 내고자 한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과학기술이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카이스토리는 소셜펀딩 100여명의 동문들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일을 해보니 A라는 일에 B라는 기술이 필요한데 내가 원하는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어디있는지 잘 모르더라. 그런데 이런 사람은 의외로 내 주변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어도 동문 안에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야겠다고 생각해 'KAIST 100인을 만나다'를 기획하고 있다."

'KAIST 100인을 만나다'는 한 연구자의 우수한 기술이 무엇이 있는가와 관심 있는 일, 인생의 변환기 등을 소설로 엮어 일부 웹툰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이러한 컨텐츠를 통해 기술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KAIST를 시작으로 다른 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토리는 벌어들인 수익을 이공계 지원에 쓸 계획이다.

"카이스토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다.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부터 지원받아 공부할 수 있었기에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 싶어 시작하게됐다. 카이스토리를 통해 생기는 이익은 KAIST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스토리툰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사진=스토리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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