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천주욱의 창의력 연구소 블로그

2013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을 보면, 중국이 3478억불로 단연 1위다. 미국은 2359억불로 2위, 한국은 122억불로 21위. 그런데 인구 5백만에 서울 면적 정도인 싱가포르가 637억불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여 전세계 6위다. *외국인직접투자 (FDI : Foreign Direct Investment)

싱가포르는 지난 몇 년 동안 바이오 제약 항공 IT 정밀기계 물류 엔터테인먼트 의료 교육 빅데이터 등 소위 고급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소 첨단공장 마케팅센터 아시아본부 등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데 국력을 집중한 결과, 지금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연구 개발 물류 금융 교육 의료 등의 중심지 중 하나가 되었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해서 그런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잠깐 우리 나라를 한 번 보자.

우리 나라 대부분의 제조업 회사들은 길게 잡아도 15년 내 중국기업에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거나, 2류 3류로 추락하면서 규모가 확 쪼그라들 것으로 생각된다. 시간의 문제이지 거의 확실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그야말로 초일류기업이 되지 않는 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수출산업 자체가 송두리째 내려 앉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회복되면 우리 경제도 같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수출산업은 과거처럼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도 아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수출의존형 산업구조를 빨리 바꿔야 한다. 산업구조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산업과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는 일방,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여 그런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동남아 등 아시아지역에서 활발한 기업활동을 하도록 하는 국가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소 디자인센터 첨단공장 마케팅센터 물류센터 교육센터 아시아본사 등을 유치하여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기업들의 동북아 기업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싱가포르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국가경영의 중심에 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개발청(EDB : Economic Development Board)이라는 정부기관을 철저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EDB가 어떤 기관인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무엇이 우리와 다른지 등에 대해서는 아래 참고자료를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쨌든 EDB는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핵심 중의 핵심기관이다.

​우리 KOTRA와 비슷한 성격의 기관인 EDB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바이오회사나 제약회사의 연구소나 첨단공장 또는 아시아마케팅센터나 아시아본사를 유치하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하버드 스탠포드 존스홉킨스 옥스포드 등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관련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공무원을 발탁하거나 또는 민간에서 그런 정도 되는 최고의 전문가를 스카우트하여 그 일을 맡긴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 영국 등 외국 유명대학에서 공부한 후 세계적인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중국 출신 쟁쟁한 전문가들을 스카우트 하기도 한다. 물론 최고의 민간기업 이상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EDB는 이렇게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 국가적인 전략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EDB의 이사진 구성이다. EDB는 바이오 항공 IT 정밀기계 물류 엔터테인먼트 의료 교육 제약 등 국가전략목표로 설정된 산업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직간접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사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EDB 이사진을 보면 너무나도 화려한 멤버들이다. 14명의 이사 중 다국적기업이나 세계 최고 기업의 외국인 최고경영자가 9명이나 된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회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 본사 운영담당 사장, 세계적인 석유메이저 세브론 싱가포르 사장,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Blackstone그룹 싱가포르회장, 세계적인 헬스케어전문 미국기업(Baxter) 해외부문 사장, 지멘스 중국사장 등 세계적인 기업인들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내이사는 2명에 그치고, 사외이사가 절대 다수인 12명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EDB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KOTRA의 사외이사진을 보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KOTRA의 수출진흥과 투자유치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명 외국기업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이사가 한 사람도 없다. 관련 정부부처 관피아 출신이나 이름도 생소한 기업 임원, 맥널티라는 커피전문벤처기업 사장, 지방 언론인, 변리사, 종교인 등으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되어 있다. 이런 수준의 사외이사들이 KOTRA의 주된 업무인 수출진흥과 투자유치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EDB는 사내이사 2명(회장, 사장)에 사외이사가 12명이다. 사외이사가 절대 다수다. 그런데 KOTRA는 사내이사 8명에 사외이사 7명이다. 즉, KOTRA는 사장을 포함한 과반수가 넘는 사내이사들이 결정하면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그냥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 특기할 사항. EDB에는 국제자문단(International Advisory Council)이라는 것이 있다. EDB가 전세계적으로 유망한 외국투자가를 접촉하고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쟁쟁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제자문단 회장은 현직 재무부장관 겸 부총리, 위원으로는 GE 부회장, P&G 전회장, 필립스 회장, 셀석유 전회장, 글락소스미스클라인제약 회장, 일본 다케다제약 사장, 중국 알리바바 마원 회장,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 등 12명이다. 정말 대단한 구성이다.

싱가포르 EDB​D의 국제자문단 중 일부
싱가포르 EDB​D의 국제자문단 중 일부

이러니 싱가포르라는 그 쪼끄만 나라가 우리 나라(122억불)보다 다섯 배나 많은 637억불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외국인투자 실적을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참 창피스럽다. 그런데도 KOTRA는 우리 나라 전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한 곳뿐인 최고등급 평가 A를 받았다고 한다. 무얼 평가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국가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평가요소 중 하나는 외국인투자 실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과거 70-80년대에는 수출확대를 위한 KOTRA의 역할은 대단했다. 당시 우리 나라 수출주력품목들은 지금으로 보면 기술수준이 낮은 섬유·합판·신발·완구·TV·전자렌지 정도였다. 대부분의 수출품 생산업체들은 어떤 나라 어떤 바이어를 만나야 할지, 그 나라의 상관습이나 법률이 어떤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없었다. 이때 KOTRA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우리 나라 수출주력품목이었던 섬유·합판·신발 등에 대한 품목지식은 KOTRA의 유능한 주재원들이 조금만 공부하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 수출주력품목은 세계 최고의 기술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벤처회사 제품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더 고도의 제품지식과 소프트웨어지식을 요구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나라 어떤 중소기업이라도 전세계의 경쟁사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거래상대방 국가정보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KOTRA 이상으로 잘 알 수 있다. 인터넷 구매입찰도 많다.

어쨌든 수 많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R&D센터 첨단공장 마케팅센터 아시아본부 등을 유치하여 이들 기업이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하여 아시아와 극동러시아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 나라가 동북아 최고 최대의 물류허브·항공허브·금융허브·석유거래허브·교육허브·의료허브·위성방송허브 엔터테인먼트허브가 되는 국가경영전략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4대핵심과제 중 하나인 공공부문 구조개혁과제의 일환으로 KOTRA를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대신, KOTRA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조정하여 싱가포르 EDB 같은 투자유치전문기관으로 만들거나, 아예 투자유치전문기관을 신설하면 어떨까? 그리하여 외국인 투자에 관련된 정부 내 모든 인허가는 물론이고 투자유치업무 자체를 통폐합하여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여 국가의 사활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것이 눈에 확 띄는 혁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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