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부처 모두 세종시 이전한 상태…과천 잔류 명분 없어
탁상공론 정책 국가와 부처 미래 불투명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등 신설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당초 예정됐던대로 미래창조과학부도 세종시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학현장의 과학자들은 서로의 상황에 대해 잘 알아야 일의 효율성이 커지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회의나 출장으로 인한 시간 누수를 줄여 과학기술계의 전체 연구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미래부가 세종시로 조속히 이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러한 여론은 미래부 출범시기부터 나왔던 이야기지만 여전히 미래부는 과천 청사에 머무르고 있다.

미래부 내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을 모두 합치면 46개의 기관이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24개 기관이 대덕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핵심으로 연구기관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기관 중에도 우편관련 기관을 제외하면 창원, 나주, 대구, 광주 등 전국에 위치해 있다. 미래부가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법적 근거에서도 미래부의 세종시 행은 당연한 귀결이다.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에 의하면 국무총리실을 포함해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9부와 국가보훈처·법제처 등 2처, 소방방재·국세청 등 2청,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세종시로 이전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시 최대 파워부처로 부상하며 2013년 출범초기부터 입지 문제로 설왕설래가 많았다. 여러부처에 소속됐던 조직이 미래부로 합류하고 업무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정부의 이전 결정도 미뤄졌다.

물론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비 미비로 당장 이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미래부 출범 2년이 지난 시점. 부처의 역량을 집중해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때다. 신설부처라는 미명 아래에서도 더 이상 우물쭈물 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미래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소개를 보면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게시돼 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실현 방법론으로 정부출연기관과 대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설립된 연구소기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소기업 육성을 통해 미래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23일에는 설립된 연구소기업이 100개를 넘으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기념식도 가졌다.

기술사업화는 기술과 마케팅, 정부의 지원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때 꽃이 피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연구소기업은 연구 성과로 막 시작한 기업으로 봄철에 농부가 벼모종을 논에 심은 격이다. 벼 모종이 쌀이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수십번 가듯이 이들 연구소기업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미래부가 농부의 역할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

또 정부의 연구개발(R&D)비 투입대비 연구성과가 없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미래부는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정부출연기관의 상위부처로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연구기관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그 연구성과를 어느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꿰고 있어야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부창출에 기여하며 부처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때보다 현장 가까이에서 함께 해야 한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문제도 결코 미래부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래부 전체 인력은 900여명이다. 연구현장의 연구인력은 비정규직을 제외하고도 2만여명이 넘는다. 담당 미래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서류 작성을 위해 툭하면 연구자들을 미래부로 불러들인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연구자들은 예산줄을 쥐고 있는 미래부의 산하기관이라는 이유로  담당 사무관의 요구에 답변하기 위해 하던 연구업무를 접어두고 과천을 찾아야 하는게 현실이다. 연구자들이 오고가는 동안에 빼앗기는 시간에 인력수를 곱해보면 연구현장에서 빼앗기는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래부 사무관이 현장에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장의 상황을 모르면서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입안하니 현장의 불만이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미래부가 애써 현장과 함께하기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언제까지 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부처가 처음 출범할 당시에는 준비가 안됐다고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부처 설립의 이유를 분명히 하며 성과를 내야하는 시점으로 변명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공무원은 나랏돈을 받고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이른다. 여기서 말하는 나랏돈은 국민 개개인이 낸 세금이다. 즉 공무원은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국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은 암담하다. 성장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다. 중국이 이미 우주 기술에서는 월등하게 앞섰고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었던 조선, 선박에서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밀리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인 경제침체에서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점점 따돌리고 있다. 우리가 국가적 내부 이기주의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동안 주변의 국가들은 정책적 집중으로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로 위기 일수도 있겠지만 다시 힘을 모은다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 미래부가 연구현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절대적인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대덕과 세종은 거리상으로 20분이면 충분히 도달한다. 특히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미래부와 협업이 필요한 정부부처는 모두 세종시로 이전한 상태다. 이들부처와 협업하기 위해 미래부 공무원들이 이동하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은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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