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파워벤처]독일 기업과 경쟁에서도 승기잡아
서정훈 대표 "고객이 쉽게 산업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세계적 기업 될것"

용어조차 생소했던 3D 프린터. 누구도 연구하지 않았던 분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2001년 3D프린터 기술로 겁없이 창업에 나섰다. 벤처 거품이 사그라들며 창업했던 이들도 하나둘 포기하는 시점에 탄탄대로였던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직을 그만두고 생소한 기술로 창업을 하다니,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20년이 흐른 이즈음 그의 도전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3D프린터 활용이 본격화 되며 그의 회사제품은 일본, 독일을 제치고 최고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유명 딜러들이 서로 마케팅을 지원하겠다고 그의 회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세계에서도 최고의 3D프린터 제작 기업으로 손꼽히는 대덕벤처 인스텍의 서정훈 대표. 어느해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역동적인 창업 과정과 앞으로 포부를 들어봤다.

◆ 3D 프린터 개념도 없던 시기에 덜컥 창업 "후회도 많이 해"

"사업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창업을 안했을 거에요.(웃음) 학교 졸업 후 연구소에만 있었기 때문에 사업에 대해 잘 몰랐던게 사실입니다. 사업하고 후회 많이 했어요."

서정훈 대표는 창업을 후회한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지원제도가 많지 않아 넘어야할 자잘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해 그간의 시간들이 녹록치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지금은 3D프린팅 기술이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서 대표가 기술 개발에 나선 20년 전만해도 가능성이 낮아보여 3D프린팅이라는 용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국내에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서 대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가 왜 기계에 관심을 둔 것일까.

그는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기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기계는 공정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기술은 기계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교다닐 때도 기계를 만드는 일이 많았다"면서 "3D프린팅 기술을 처음 접하고도 그 기술보다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3D프린팅 기계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섰다. 그는 처음부터 3D프린팅에 사용되는 재료로 금속을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에 나섰다. 산업효율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2013년 '2020년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에 선정되며 받은 동판이 사무실 한쪽에 걸려있다.<사진=길애경 기자>
2013년 '2020년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에 선정되며 받은 동판이 사무실 한쪽에 걸려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서 대표는 "3D프린팅에 사용되는 재료는 플라스틱, 고무, 레진 등 다양한데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가능하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제조 용도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금속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리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속분말을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했다"고 기술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일찍부터 산업화를 염두에 두고 3D프린팅 기계 개발에 역점을 둔 인스텍은 3D프린팅 기술 확산과 함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히게 된다. 2013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하는 '2020년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에 '3D프린팅 기술'의 리더로 선정된다.

◆ 일반 산업용 분말 사용으로 경쟁력 갖춰

인스텍 제품의 강점은 산업용이며 일반금속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속소재 3D프린터는 파우더(Powder Bed Fusion)형과 다이렉트(Directed Energy Deposition)형으로 나뉘는데 인스텍의 3D 프린터는 다이렉트 형으로 가격과 기술력에서 월등하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스텍의 핵심기술은 DMT(Laser-aided Direct Metal Tooling) 3D금속 프린팅 기술이다. 이는 고출력 레이저 빔을 이용해 금속분말을 녹여 붙이는 방식으로 3D CAD 모델 데이터로부터 직접 금속제품과 금형을 빠르게 만들어 낼수 있다.

서 대표는 "보통 파우더 방식은 특정 분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재료값이 고가인데 우리 제품은 산업용 분말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레이저를 사용해 장비가격은 비싸지만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3D프린터 기계 중 레이저만 빼고 하드웨어, 제어프로그램, 전용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해 토탈 솔수션을 제공 할 수 있고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스텍의 제품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 대기업의 생산라인에 적용되며 기술성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대기업이 3D프린터 업계에서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독일제품과 비교한 뒤 인스텍 제품을 선택, 세계에서도 기술적인 면에서 승기를 잡은 셈이다.

서정훈 대표가 자사의 3D프린팅 장비로 생산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서정훈 대표가 자사의 3D프린팅 장비로 생산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 사용범위 무궁무진…해외 딜러들 앞다퉈 방문

앞으로 3D프린팅 기술은 자동차 금형 전자금형 뿐만 아니라 항공기엔진 재생, 인공 관절 생산 등 사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세계 시장을 향한 인스텍의 질주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라는 의미다. 실제 3D프린팅 기술이 산업에 본격 적용되면서 해외 유명 딜러들이 인스텍과 함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3D프린터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3D프린팅 시장은 퍼스널 수준이지만 곧 산업에 큰 변화를 줄 것이다. 특수 소재만 사용해야하는 3D프린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인스텍의 3D프린터는 일반금속 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 다른 금속소재 3D프린터에 비해 소재 가격이 십분의 일 수준으로 산업분야에서 관심이 높다. 외국의 딜러들이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직접 연락이 오거나 방문하고 있다"면서 "올해초부터 어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소개했다.

인스텍은 3D프린터 기계 선두주자답게 앞으로 계획도 분명하다. 세계를 대표하는 3D 금속프린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상용여객기 프레임과 원자력 분야 장비까지 만들 수 있는 '대형 3D프린팅 기계'를 제작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창업초기부터 계획은 하나였다. 작지만 강한기업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고객이 쉽고 간편하게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몇년 뒤 전세계 누구나 아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스텍에서 생산하는 3D프린팅 기계. 인스텍의 제품은 세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해외 유명 딜러들이 마케팅에 참여하기위해 직접 인스텍을 찾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인스텍에서 생산하는 3D프린팅 기계. 인스텍의 제품은 세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해외 유명 딜러들이 마케팅에 참여하기위해 직접 인스텍을 찾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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