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연구실에 흡연실?…전세계 흡연실 찾는 과학자

[별난현장]정종수 박사팀, 청정흡연실 연구…나노촉매필터로 공기정화기 개발
연구실 담배냄새 항의로 모두 퇴근 후 새벽 연구

정종수 박사는 청정흡연실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나노촉매필터를 개발하고 공기정화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세계 각국의 흡연실을 찾아다니는 연구원이 있다. 정종수 KIST 환경복지연구단 박사다. 그를 골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가 흡연실을 찾는 이유는 오로지 '연구'때문. 흡연실의 공기질을 높이는 청정흡연실을 개발하는 것이 정 박사의 현재 진행 중인 연구과제다.

"출장 등으로 해외에 나가면 흡연실부터 찾는다. 세계 각 국의 흡연실은 어디를 가나 공기가 비슷하더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 냄새를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흡연실 내에 배어있는 특유의 담배냄새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 박사팀은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나노촉매필터를 개발하고 공기정화기를 만들었다. 담배가스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이드를 100%제거하는 등 담배연기를 인체 무해하게 전환시켜준다.

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됨에 따라, 흡연실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흡연실 설치 및 흡연실 공기질 개선은 미흡한 실정이다. 정 박사팀이 개발한 나노촉매 공기정화기가 상용화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쪽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실 담배냄새 항의…"새벽연구 해야했다"

담배연기를 정화하는 과정을 모니터하는 실험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사람이 없는 새벽시간에 실험을 해야했습니다. 담배연기를 아무리 잘 차단해도 새어나가기 때문에 항의를 많이 받았거든요."

정 박사팀이 청정흡연실을 연구하다보니 담배연기가 필요했다. 사람이 직접 피울 수 없으니 피우는 기계를 만들었다. 당시 실험실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금연을 하고 있었는데 연구가 연구인만큼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집어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더 곤란했던 것은 옆방으로 새나가는 담배연기였다. 가끔 같은 건물 내 연구진들이 그를 찾아와 '정 박사네 실험실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며 꼭 좀 찾아보라'고 부탁을 받기까지 했다. 연구를 하는 내내 다른 연구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연구를 하는 것이 그나마 항의를 덜 받는 방법이었다. 그는 "지금은 KT&G에 흡연실을 옮겨 연구를 진행하지만 당시 연구실에 8평 정도되는 흡연실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담배연기 때문에 항의도 받았다. 옆 연구진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 주로 밤이나 새벽에 연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활패턴까지 바꿔가며 연구한 덕분에 최근 정종수 박사팀은 최근 망간산화물계 나노촉매를 코팅한 나노촉매 필터를 개발하고 공기정화기를 만들었다. 연구성과로 특허(담배연기 청정화 처리장치 및 방법)도 출원했다.

개발한 나노촉매필터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개발한 나노촉매필터는 필터에 코팅한 나노촉매 표면에서 공기 중의 오존을 분해시켜 발생된 산소라디칼을 이용해 담배연기 성분을 분해할 수 있다. 담배연기의 가스상 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아세트알데히드와 니코틴, 타르 등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이용해 개발 촉매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98% 이상 분해하는 성능이 확인되었다. 유해성분들은 분해 후 인체에 무해한 산소의 형태로 외부로 배출된다.

정 박사는 "시제품을 8평 흡연실에 설치해 성능 평가를 진행한 결과, 30분 내 약 80%, 1시간 내에 100% 담배연기 성분이 인체에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처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약 8평 규모 흡연실 실내의 전체 공기를 15분마다 1회 순환시킬 수 있는 처리유량으로 설계한 것이다.

기존의 담배연기 제거 필터는 흡착하는 성질을 이용해 담배의 해로운 가스를 잡아줬다. 그러나 아세트알데히드 등 가스상 물질의 제거 효과는 적으면서 흡착성능이 빨리 감소해 2주마다 교체해야해 관리가 어려웠다.

그는 "기존 일반필터는 새로 교체하는 등 관리를 꾸준히 해야한다. 우리가 개발한 촉매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깨끗하게 흡연실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년 후 상용화, '중국·러시아 시장' 노린다

실제 흡연실 현장에 설치된 담배연기 청정화장치 시제품 사진.<사진=KIST 제공>

"흡연실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담배를 피워 농도가 굉장히 높은데 앞으로는 실내 작은 담배연기도 해결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에 기능성을 부여해나가는 방향으로 연구개발할 것이다."

정 박사는 환경오염물질 및 오염방지 연구를 쭉 해오다 최근 실내환경연구를 시작했다. 청정흡연실연구도 2005년 시작한 질소산화물 등 제거 나노촉매 개발 연구에서 파생됐다.

그는 "당시 기상합성이라는 방법을 활용했는데 이 방법을 활용하면 촉매의 표면특성이 좋아져 담배연기를 제거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KT&G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팀의 나노촉매필터는 전통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전통식은 액상에 물질을 집어넣어 섞으면서 촉매입자를 만드는 것이지만 정 박사는 기상에서 휘발시켜 촉매입자를 만들었다. 당시 전통파 연구진들은 정 박사를 회의적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 박사팀은 촉매입자 개발에 성공했으며, 연구현장에서도 3년 전부터 기상에서도 촉매입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점점 증명됐다.

이제 정 박사팀은 흡연실뿐 아니라 일반 가정이나 음식점 등 실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기정화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집에서 아빠가 피는 담배연기 등도 정화할 수 있도록 기술 연계 개발을 통해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후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의 흡연실 적용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정 박사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우리나라보다 담배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아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 공기가 좋지 않다"라며 "한국에서 상용화가 성공한다면 수출의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점은 가격이다. 그는 현재 필터 가격이 10만원선으로 5분 1수준으로 줄여야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박사는 "지금 세라믹을 촉매로 활용하고 있는데 더 저렴한 촉매를 찾고 필터 제조공정을 단순화하여 보급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