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KBS 1TV '오늘 미래를 만나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글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 소장)의 강의가 펼쳐졌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이야기는 향후 20년간 인류는 전례 없는 대변혁의 시기를 겪을 것이며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IT를 전공한 필자지만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IT 관련 비즈니스 서비스를 접하고 보면 '우와! 이런 서비스도 가능하구나'라고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한 적이 있다.

최근의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지속성장을 꿈꾸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전례 없는 대변혁의 시기에 성장동력을 확보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것이다.

이는 수 많은 도시국가로 이루어진 그 옛날 중국의 주(周)나라가 점차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강한 국가만 살아남게 된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의 기원전 770~221년의 시기를 말하는데, 서주(西周)말에는 800개 정도의 도시국가가 공존했으나 춘추시대 중반에 수 십개로 감소하고 전국시대 말에는 전국 칠웅의 일곱나라가 자웅을 겨루다가 진시황에 의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다.

진시황에 의해 춘추전국시대가 마감되고 하나의 통일국가를 이룬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진시황의 선대 왕들부터 이어져 온 국가의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은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다.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지속성장을 위한 성장동력 발굴이 과학기술 측면에서 강조되지만 고대사회의 성장동력은 뛰어난 인재의 발굴과 이들을 활용한 전략과 제도의 실행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진(秦)나라는 진시황 이전의 여러 왕들이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전략을 펼침으로써 통일천하를 위한 주춧돌을 깔았다. 대략 살펴보면, 통일천하를 이루기 약 100여 년 전 효공(孝公)은 인재 등용에 많은 공을 들였고 이에 응한 상앙(商鞅)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와 법치국가로 진나라를 변모시켰다.

당시 진나라의 강성함에 두려움을 느낀 주변 여섯 개 국가는 소진(蘇秦)의 주장에 따라 서로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는 합종(合從) 전략으로 맞섰다. 이후 효공의 아들 혜문왕(惠文王)은 장의(張儀)를 등용하여 연횡(連衡) 전략을 펼침으로써 여섯 개 국가와 횡적 동맹을 맺음으로써 합종 전략을 수포로 만들었다. 혜문왕의 아들 소양왕(昭襄王)의 시대에는 재상 위염(魏冄)과 백기 장군의 활약으로 여러 번 전쟁에 승리하였고, 이후 범저(范雎)를 등용하여 원교근공책을 펼쳐서 먼 나라와는 친하게 지내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여 차츰 영토를 넓히는 전략을 펼쳤다. 진시황 이전의 선조 왕들이 지속성장의 핵심인 뛰어난 인재의 등용과 이들을 활용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쳤기에 진의 국력은 갈수록 커져갔고 진시황에 이르러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지속 성장을 꿈꾸는 기업이나 기관은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2012년에 수행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저해 요인 실태조사'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중견기업 경영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미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미래 아이템 및 사업모델 발굴’로 조사되었고, 중견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도 자금조달 및 판로확보에 앞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1위로 선정하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한선화)은 오아시스(OASIS, Open Analysis Systems for Intelligence Service) 플랫폼을 신사업과 신기술 발굴의 보고(寶庫)로 만들기 위해 KISTI 정보분석 자원을 총동원하여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동력 확보에 목말라 하는 기업이나 기관에게 사막의 여행자에게 갈증을 해결해 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자원인 기술기회탐색시스템(TOD), 경쟁정보서비스(COMPAS), 시장분석보고서인 'KISTI MARKET REPORT' 및 글로벌 과학기술 동향정보 등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에 덧붙여서 산업환경분석 보고서, 유망아이템 정보 및 글로벌 블로그 정보 등도 추가적으로 제작하거나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보면 오아시스에 접속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거나 착안하는 것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고 이 것은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 왕들이 훌륭한 인재를 발탁한 것에 비견할 만 하다. 

진나라 왕들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한 이후 역사에 남는 전략과 제도를 펼침으로써 국가의 지속성장을 이루었다. 기업도 아이디어를 얻은 이후에는 적합한 전략의 실행과 제도의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전략과 제도의 실행에는 기술이나 제품 개발 등 기업 내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활동과 기업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히 기업 외부의 지원 분야는 대부분 정부가 정의한 '연구개발서비스'와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연구개발서비스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여 서비스 시장의 개방화와 국제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연구개발서비스업 진흥법을 2014년 12월에 입법예고하였다. 진흥법은 연구개발서비스를 연구개발업과 연구개발지원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거나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외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업무 또는 활동’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술정보 제공, 컨설팅, 조사, 시험·분석, 시작품(試作品) 제작, 기술사업화 지원 등을 통하여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업무 또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KISTI의 오아시스 플랫폼은 기업 외부에서 지원하는 연구개발지원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그 혜택이 국가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오아시스 플랫폼이 연구개발지원서비스의 활성화 창구(窓口)가 되도록 기획 중이다. 일차적으로는 연구개발서비스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와 실무차원의 업무 협력 논의를 시작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KISTI가 수행한 다양한 對중소기업지원 활동의 경험과 최근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개발지원서비스에 대한 수요조사 분석결과에 근거하여 실행가능한 연구개발지원서비스를 도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아시스 플랫폼은 금년 말에 프로토타입 형태를 개발할 예정이고 내부 논의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서 계속 발전시켜 나아갈 계획이다. 오아시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은 이 플랫폼이 과학기술과 비즈니스의 춘추전국시대에 지속성장을 갈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게 성장동력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발굴의 단초를 제공하고 실행 전략을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류범종 KISTI 본부장은

류범종 KISTI 본부장.
류범종 KISTI 본부장.
현재는 정보의 홍수시대입니다. IDC의 '디지털유니버스 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동안 생성되어 유통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 제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류범종 본부장은 '류범종의 빅데이터'를 통해 'IAI(Information Aided Innovation)'  향후 과학기술정보융합서비스 체제 구축 방향 및 개발 방향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류범종 본부장은 전자공학과 정보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첨단정보융합본부 본부장으로 재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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