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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출판 20년 인생…"우리는 과학기술 문맹"

[별난사람 별난현장]이원중 과학도서 전문 출판사 지성사 대표
"과학도서 출판 이유? 대중이 원하니까"
"과학자들, 연구성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저술활동 해줬으면"

이원중 지성사 대표. 그는 20여년간 과학도서 출판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도서만 출판하면 돈이 될까요?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어느 독자의 말 한마디에 출판사 '지성사'가 궁금해졌다. 과학도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한 지 20여년. 자연과학 중심에서 최근에는 전문서적 비율을 늘리고 있는 지성사는 실제 출연연이나 연구소, 대학 등에서 활동하는 과학기술자들과 함께 책을 출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규수 항공우주연구원 박사와 로켓과학 관련 책을, 임채호 서강대 교수와 물리학 책을 출판하고 해리벤포드의 교양으로 읽는 조선공학 등을 우리나라말로 옮겼다. 2달에 3권정도 꾸준하게 과학도서를 출간한다.

과학도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 지난 5월 초 역촌동 사무실에서 이원중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을 열자 아이들을 겨냥한 알록달록한 책부터 전문가를 위한 서적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자리잡은게 눈에 띄었다. 특유의 새 책 냄새가 가득하다.

이 대표가 과학도서를 출판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원해서다. 사실 처음부터 과학도서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지성사를 세우고 수필성격이 강한 사람 냄새나는 책과 자연과학도서를 같이 출판했는데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과학도서였다. 그 이후 방향을 틀어 과학도서 전문 출판의 길을 걷게됐다. 의외의 선전에 놀란 그는 시장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학자들이 쓴 자연과학 교양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니던 출판사에서 손석희 아나운서의 풀종다리 노래라는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체기행', '신갈나무투쟁기', '접촉', '39가지 과학충격'등 자연과학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며 "인체기행이나 신갈나무투쟁기와 같은 책은 20년 가까이 된 책임에도 꾸준하게 출판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성사가 최근 출판한 과학도서들.<사진=김지영 기자>

◆ "과학도서 할 생각 없었다…대중이 선택한 것"

이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1994년 처음 출판했던 '꿈꾸는 달팽이'다. 이 책은 지성사의 첫 책으로 이 대표의 고등학교 은사 권오길 교수가 저자다.

그는 "당시 고등학교 생물선생님이었던 권오길 선생의 수업이 정말 재밌었다"라며 "그 내용들을 묶어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을 설득해 책을 냈다"고 회상했다.

꿈꾸는 달팽이는 1차에 이어 2차 개정판을 내는 등 인기를 끌었다. 권오길 교수도 이 일을 계기로 글쓰는데 즐거움을 찾았다. 1년에 1권씩 책을 내겠다고 약속한 그는 이후 '인체기행' 등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고 인체기행은 지성사의 최대 최다 판매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인체기행은 2008년 9월 인체사용수책(人體使用手冊)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자연과학도서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지성사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장을 냈다. 2001년 서울시가 추진한 화보집(한강이 살아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화보집) 공모사업에 도전한 것.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출판사와 경쟁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는지 지성사가 선정됐다.

준비하고 선정되는 과정에서 그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준 때"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지성사는 한국공학한림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출판사업을 통해 월드베스트시리즈, 해양문고시리즈 등 자연과학책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문맹국가, 전문서적의 번역 및 저서발간 이뤄져야"

지성사는 최근 자연과학책에 이어 과학전문서적을 출간하는데도 힘 쓰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전문서들은 어렵습니다. 일반인이 해독하기도 힘들고요. 하지만 전문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고 이는 곧 대중물로도 이어진다고 봅니다."

자연과학책에서 입지를 굳힌 지성사는 최근 과학전문서적 비중을 늘리는데도 힘쓰고 있다. 출연연의 과학자, 대학의 교수들과도 모임을 가지며 방향을 고민하기도 한다. 자연과학과 전문서 비중을 50대50으로 출판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과학전문서적은 어려운 내용이 많아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그는 "무거운 내용의 책들이 말랑해지고 풀어지는 과정은 언젠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전공하지 않거나 지식의 기초 없이 과학대중도서를 내는 사람들이 다소 있다. 전문서적이 우리나라말로 번역되거나 서술되면 자연과학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고를 할 수도 있고, 각색하여 더 많은 종류의 책들이 발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대표는 과학전문서적을 늘림으로써 문맹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문맹국가는 전문서적의 부재와 전문원서 사이에서 우리의 소통불가를 뜻한다.

지성사가 출판한 과학기술 전문서적 리스트. <사진=지성사 제공>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지만 원서를 통해 저자가 쓴 문장의 뜻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교육받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말로 전문서적을 읽으면 그 아이들이 자라나 사회에 나가 더 큰일을 할 수 있을텐데 늘 아쉬웠다. 우리말로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문서적을 출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다양한 소재의 과학기술책이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과학기술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있지만 그는 조금만 시간을 내어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연구나 성과들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저술활동을 해주기를 바랬다. 그는 "책을 통해 연구소의 역할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다면 국민의 과학적 호기심을 풀어주고 흥미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뿐 아니라 과학도서를 출판하는 다양한 출판사들이 있다. 성격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 연구소의 성과물들을 소개해준다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현장의 과학자들이 매우 바쁜건 잘 알고있지만 연구 성과물들을 그냥 쌓아놓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책으로 고쳐내는게 힘들면 학술서라도 내면 어떨까. 이런 활동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고 이공계에 진출하여 나라발전까지 이어지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사가 출판한 자연과학 책 일부 목록.<사진=지성사 제공>

 

지성사가 출판한 자연과학 책 일부 목록.<사진=지성사 제공>

 

지성사는 정부와 언론사 등으로부터 과학도서 기여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수상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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