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호세 Adobe본사와Veteran’s Memorial 깃발.
캘리포니아 산호세 Adobe본사와Veteran’s Memorial 깃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인텔, 휴렛패커드(HP),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은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창조경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리콘밸리의 좋은 사례를 많이 벤치마킹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과연 한국도 실리콘밸리에 준하는 세계적인 혁신을 야기시킬 수 있을까?

우리의 산업에서 변화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태도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실리콘밸리는 변화를 일으키는 그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필자는 이 차이를 ▲실용주의 문화, 관료주의 타파 ▲문화의 다양성 수용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방식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높은 투명성 ▲학계와 기업의 원활한 연계라는 총 6가지 시각으로 나누어보고, 이를 크게 2회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실용주의 문화, 관료주의 타파: 미국의 혁신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관료적인 방식을 싫어하고 실용적인 방식을 채택한다는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미국의 주를 모두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마이애미, 뉴욕, 워싱턴 등에 가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생각 외로 사람들의 수수하고 편한 태도에 놀랄 때가 많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경어체는 사용하지 않으며, 어른과 어린이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일명 요트왕이라고 불리우는 일본계 미국인 사업가 미토 모리우(Mito Moriu)씨와 일주일정도 같이 여행을 한 적이 있다. 해당 사업장은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에 있으며, 후에 안 사실이지만 모리우씨는 미국에서 그 규모로는 1~2위를 차지하는 마리나를 운영한다.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이나 정재계의 유명 인사, 헐리우드 스타 등이 그의 마리나를 이용한다.

참고로 모리우씨는 1937년생으로서 한국에서는 일명 '회장님' 소리를 들으실 정도의 연세이다. 하지만 처음 모리우씨를 만났을 때, 모리우씨의 평범한 옷차림, 20년도 넘은 카시오 전자시계, 본인의 마리나에서 회사 경비원들과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는 등, 긴장감 없이 여유로워 보였기에, 이분이 그 거대한 마리나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분 역시 그렇게 보이기를 원했다. 미국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동양인, 미토 모리우씨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언급하겠다.

이처럼 미국인은 일에 있어서의 관료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거나, 직장 내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하여 상하수직, 명령하달식의 업무 방식을 택하거나 하지 않고, 직장 내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저 평범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것이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실용주의적인 면모이다.

미토 모리우씨 흰셔츠, 일본 Namoon 대표 Na 오른쪽, 맨왼쪽 김성수 본부장
미토 모리우씨 흰셔츠, 일본 Namoon 대표 Na 오른쪽, 맨왼쪽 김성수 본부장

문화의 다양성 수용: 실리콘밸리는 다양한 인종, 학식 있는 인재들, 젊은 패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작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에는 북미계 36%, 아시아계 31%, 라틴계 26.5%, 아프리카계 2.5%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실리콘밸리 거주자 10명중 3명이 우리와 같은 아시아계인 것이다. 그것도 미국 신경제의 중심지에 말이다.

지식 수준은 더욱 놀랍다. 박사 27%, 학사·석사가 51%이다. 즉, 경제인구 10명의 3명꼴로 박사이며, 10명의 7명꼴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또한 20살 미만 25.5%, 60살 이상 17.5%로 43%를 제외한 나머지 인구가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일정도로 젊은 도시, 열정 있는 도시이다.

이렇게 문화적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네트워킹을 할 때에는 다른 나라의 수준 높은 문화를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여러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네트워킹을 맺고 있는 상대방 역시 필자로부터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각인되는 모양새이다.

하루는 러시아 출신의 Max라는 구글 개발자 친구와 함께 일본식 라면 가게에 갔는데, 라면에 김치를 올려서 먹는 방법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그 후로 종종 페이스북에 김치와 라면 사진을 올리곤 한다. 맥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식 문화를 개척하여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늘 주변의 변화와 새로운 현상에 흥미와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본인의 문화가 상대방이 가진 장점과 다르다면, 이 장점을 새로운 형태로 승화시킨다. 이렇게 서로를 존중해주고 경청하려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필자는 이곳에서의 체험을 통해 열린 마음가짐과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세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2012년, 필자가 실리콘밸리에서 'Younoodle Kofounderlab'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곳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맛있는 스파게티와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곳'임을 시사하기 위해 Noodle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회사 연구실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문화 자체를 반영한 회사명이, 바로 실리콘밸리가 언제나 변화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 방식: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는 한국의 벤처투자에 비하여 실로 상당한 차이와 특징을 보인다. 미국의 엔젤 투자 금액은 매년 25조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매년 6000억원 정도이다. 3억명 미국인과 5천만명 한국인, 인구차는 6배이지만 투자 금액은 자그마치 50배인 것이다.

엔젤투자는 일반적인 여타의 투자와는 다르다. 투자 특징을 나타내는 한마디가 있다면, 'Do or Nothing' 이다. 이는 투자에 있어서, 투자자와 창업자간의 절대적인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투자의 특징은 움직임이 적극적이고, 투자의 확신이 있다면 빠르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에 있다.

한국의 투자 유형에는 없는 절실함이 미국 투자에서는 상당히 가시적이다. 필자는 작년 말에 Skype, Hotmail, 테슬러, 바이두 등의 투자로 유명한 Tim Draper 가 운영하는 Tim draper Execution 2014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갔다.

그리고 삼성전자 출신의 대학동문 오재호 선배의 아이디어로 '스크린 다트 Lightning' 아이템을 발표하여 대상을 수상하였다(이 발표 영상은 유투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날 대회가 끝나고 1시간 후에 바로 몇 명의 친구가 스크린 다트 Lightning 아이템에 대한 사업 제의를 해왔다.

본인이 미국에서 해당 사업의 판권을 맡고 싶으니 스크린다트 아이템 사업을 본인과 계약하여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본인이 최소한 백만달러(12억원)의 자금유통을 알아봐 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스크린 다트 Lightning은 아이디어 단계이고 시제품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그 친구가 원하는 답을 줄 수는 없었으나, 그 정도로 절실하고 확신이 있다면 바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적극성은 한국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신선한 경험이었다.

물론 이렇게 적극적이기 때문에 실패를 많이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를 했기에 더욱 완성도 높은 투자를 통해 자금을 선순환하는 것이리라. 미국의 유명 투자자인 Ron Conway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1/3, 1/3, 1/3 투자해서 1/3은 아예 잃어버리고, 1/3은 원금을 회수하고, 1/3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자금을 유치해 준다고 말이다. 엔젤투자의 대부인 Ron Conway의 적극적인 투자 노하우를 잘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에서 사업유치가 이루어지다 보니, 기업은 더욱더 다양한 제품과 더 높은 수준의 제품 품질로 투자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양질의 스타트업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분명히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은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최근 영화 '어벤져스 2'가 미국보다 국내에서 먼저 개봉됐다. 한국은 일에 대해 그만큼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성과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나라로 유명하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단시간 내에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살려, 변화에 더욱 진취적이고, 투자에 더욱 적극적이나, 사업에는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안정성을 기하는 투자유치 문화가 한국에도 생성되기를 바란다.

◆김성수 인피니유 본부장은
 

김성수 인피니유 본부장.
김성수 인피니유 본부장.
김성수 본부장은 KAIST 재학 중 4년간 3개 지점의 입시 학원을 운영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때 경험을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1회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위한 창업·사업 실패 사례 수기 공모전'에 실패 수기담으로 응모해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실패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졸업 후 스탠포트 Lab, 구글 인턴을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익힌 실무 감각을 바탕으로 현재 신생 스타트업 인피니유의 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인 Tim Draper Execution 2014년 Pitch 에서 한국 중국 일본 참가자 중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궁극적인 사업의 목표는 국가적 이익을 도모하는 지적 재산을 공유·확산시키고, 그 가치를 국제적 사업 범위로 확대하는 '브릿지' 역할을 항상 즐기며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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