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헌 기초지원연 박사팀, 토양 연대측정으로 국내 지진연구 지원
"정확한 지진 연대측정 통해 지진 대비해야"

"지진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When, 즉 '언제'입니다. 언제 지진이 일어났으며 언제 일어날 것이냐를 알기 위해서는 연대측정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지구 지각을 구성하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는 네팔에서 지난달 25일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사망자만 7000명을 넘겼다. 일본 역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대지진의 공포를 끌어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진, 그리고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활성단층의 R&D기술 집약이 절실한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석 자료가 있다. 바로 토양의 연대 측정 자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정광화) 최정헌 연대측정연구팀 박사는 현재 토양의 연대 측정 자료 분석을 통해 활성단층과 지진연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 'OLS 연대측정법' 이용해 '흙' 파헤치기…지진 규모·시기 예측 가능

최 박사는 현재 모래나 흙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토양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 중 가장 흔한 석영을 이용, 지구환경 변화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를 통해 지진이 일어났을 연대를 추측한다.

석영과 같은 무기결정(절연체 혹은 반도체)이나 몇몇 유기물질은 외부에서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주면 결정 내에 축적하고 있는 에너지를 빛으로 바꿔 외부에 방출한다. 이 현상이 루미네선스(Luminescence)다.

즉, 석영입자는 바람, 파도, 강 흐름 등에 의해 퇴적돼 시간 흐름에 따라 주변 토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이온화방사선에 노출, 이 에너지를 결정내부에 축적한다.

이 석영입자에 일정한 파장의 빛을 쪼이면 축적된 에너지가 루미네선스로 발생된다. 이 때 발생하는 루미네선스의 양은 석영이 퇴적된 이후 경과된 시간에 비례한다. 이로써 석영의 퇴적된 연대를 추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토양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을 OLS(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이라고 한다. OLS 연대측정법의 토대는 1985년 캐나다의 물리학자인 데이브 헌틀리 박사가 석영입자를 514nm의 빛으로 여기(Stimulation)시켜 발생하는 루미네선스 신호가 석영에 가해진 방사선량과 비례한다는 것을 보고하면서 마련됐다.

전 세계 두대뿐인 OSL 측정장비.<사진=임연정 객원 기자>
전 세계 두대뿐인 OSL 측정장비.<사진=임연정 객원 기자>
이후 1990년대 후반, 덴마크 리소국립연구소에서 OSL 자동측정장비를 개발하게 되면서 석영의 OSL 신호를 토양의 연대측정에 손쉽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초지원연은 2000년 국내 최초로 OSL 자동측정장비를 도입, 최근 제4기(Quaternary, 현재 약 200만년 전에 이르는 지질학적 시간) 토양의 연대 측정에 이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OSL 연대측정법으로 과거의 해변환경에서 퇴적된 토양층의 연대를 측정하면 과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언제 어느 정도로 일어났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또 지진단층의 흙을 분석하면 지진이 일어났던 시기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최 박사가 연대측정으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의 각 대학, 연구기관에서는 지진의 규모와 시기를 예측한다. 이러한 연구력을 가진 기관은 국내에서 기초지원연 연대측정연구팀뿐이다. 때문에 그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과거 대형 지진 가능성 제기…"지진에 대한 경각심 갖춰야"

토양 채취 중인 최 박사. 파이프를 이용해 빛을 차단한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토양 채취 중인 최 박사. 파이프를 이용해 빛을 차단한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예산이죠. 아직은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나라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더욱이 연대측정은 정부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연대측정만 정확하게 해도 보다 가까운 지진을 대비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늘 있죠."

역사적 기록을 통한 지진의 분석, 역사지진에도 관심이 많은 최 박사는 2007년 5월 경주 남산에서 엎드린 형태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대형 마애석불 역시 대형지진에 의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 역시 마애석불의 코 아래의 흙을 채취해 연대측정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과거에 대형 지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재활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분명 존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지진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지진이 언제 일어났던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흙은 빛을 보는 순간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잃어버려요. 그래서 흙을 채취할 때도 빛을 차단해야 하고 측정도 이렇게 암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한줌의 흙도 최 박사에게는 귀한 자료이자 시료고 사료다. 그는 "이 흙이 담고 있는 지진의 기록을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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