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염·해체 시장 규모 15조원…2050년까지 전세계 1000조 달해
전문가들 “법적체계, 인프라 구축 등 적극 대응해야”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국내 원자력발전 37년 역사상 처음으로 폐로하기로 결정되면서, 제염·해체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30년의 설계수명이 종료됐으나, 이후 2017년까지 재가동 승인을 받아 운영중에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내 첫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폐로)를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리 1호기는 오는 2017년까지 가동한 이후, 폐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폐로를 위한 법적 체계 확립, 기술개발, 민관 협력 등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제염·해체 시장 규모 15조원…2050년까지 전세계 1000조 달하는 원자력계 ‘블루오션’

노후 원전을 해체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크게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과 원자로 시설을 분해하는 '절단', 방사성폐기물을 다루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해체 후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환경 복원'으로 구분된다.

국내 제염·해체 시장 규모는 15조원 규모. 2017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등 향후 10년 동안 5기의 원전이 잇달아 수명종료를 앞두고 있다.

폐로 기술과 관련해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 등 준비상황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자로를 수출하는 등 건설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제염·해체에 대한 기술 자립화와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염·해체를 위한 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60% 수준으로, 핵심 기반기술 38개 중 17개 정도에 불과하다. 미확보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 그리고 실전 경험을 보유한 현장 전문가 양성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리 1호기의 폐로를 위해서는 최소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17년 6월 18일 영구 정지 ▲핵연료 냉각(2018~2022년) ▲원자로 제염·해체(2022년 ~ 2028년) ▲폐로(2030년경)의 순으로 진행될 전망된다.

또한, ▲폐기물 중간저장 시설 완공 ▲주민설득 ▲해체 전문기관 선정 ▲콘트롤 타워 설립 등 실질적 문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 “폐로 위한 법적 체계 마련 등 민관 협력으로 준비해야”

미래창조과학부는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데 611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는 1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체 대상 원자로는 약 120기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하면 전세계 원자력시설 해체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약 1000조원에 달하는 원자력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제염·해체 전문가들은 법적 체계 확립,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김화섭 한국원자력기술기업협회장은 "제염 해체를 위한 법적 체계가 아직 없다“면서 ”절차 확립뿐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제염해체를 위한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화섭 협회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제염·해체 과정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경험을 갖춘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가운데, 협회 차원에서도 벨기에 등의 국가와 OJT, OJP 등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 A 박사는 “일본은 발전용 원자로 해체 경험이 있고, 프랑스, 영국 등에도 폐로 경험이 있다”면서 “선진 국가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폐로 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래부, 산업부 등 범부처적 콘트롤 타워 구축, 민관 협력 등을 통해 국내 폐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정치적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자력 관계자는 "기술적 안전성, 경제성, 국민전체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결정은 정치적 측면만 중시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고리 2호기, 고리 3호기 등 노후 원전의 활용여부 판단에 있어 나쁜 선례가 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는 2017년 폐로를 앞둔 고리 1호기.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오는 2017년 폐로를 앞둔 고리 1호기.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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