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교수 귀국 회견서 밝혀…"이제 본격 경쟁 시작"
선진국 경쟁 위해선 산학연관 로봇 연구 시스템 긴요

"재난로봇대회에서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세계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휴보의 기술이 일본, 미국 등 선진 국가도 무시 못하는 우수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오준호 KAIST 교수)

미국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에서 주관하는 재난로봇대회(DRC)에서 '휴보'로 우승을 차지한 휴보팀이 현지에서 귀국해 16일 KAIST에서 우승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오준호 교수는 "다른 팀은 차량에 발판을 설치해 내리는 방식으로 하차 미션을 수행했지만, '휴보'는 차에서 직접 뛰어내리는 동적하차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의 성공으로 일본 기술진의 문의가 쇄도했고, 대회 내내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지난 2013년 예선에서 9위에 그친 경험이 보약이 됐다"며 "시스템 안정, 이동 안정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휴보의 가장 큰 장점은 이족보행이면서 바퀴보행으로 형태 변환(Transformation)이 가능하다는 것.

그는 "대회 직전 경사진 길을 걷는 미션을 받았는데 휴보는 이미 경사진 곳을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문제가 없었다"면서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하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투자 부족…"공식적 프로젝트 통해 산학연관 체계 구축해야"

휴보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대한 체계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DARPA 중심으로 산·학·관이 일체가 돼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샤프트 등 8개의 로봇회사를 인수하는 등 기업차원의 투자도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은 올해 1월 정부에서 발표한 '로봇 신전략'을 기초로 202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천억엔을 투입해 로봇 분야의 세계적 혁신 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오준호 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공식 프로젝트 조차 없다.

오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많은 투자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일본, 미국 등 로봇강국이 많은 투자를 통해 연구를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공식적 프로젝트 없이 부분별 연구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휴보 외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대기업 취업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연구 개발에 전념한 연구원들이 없었다면 휴보도 존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도 계획된 절차 보다는 공모를 통해 갑작스럽게 참가하게 된 측면이 있다. 

일본은 미국 정부와의 유대관계를 통해 정부차원에서 대회에 참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산업부에서 급히 마련한 지원금 35억으로 KAIST, 서울대, ROBOTIS 등 총 3개팀을 선정해 참가하게 됐다.

오준호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은 낮지만, 개발한 기술을 방사선 오염지역, 우주 산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걷는데 몇 분씩 소요되는 등 기술적 문제로 당장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 "방사선오염 지역과 같은 재난현장 투입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산업은 미국, 일본, 독일 등 극소수의 국가만이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장벽이 높다"면서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민·관 등이 함께 협력해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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