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얼마 전 덕산에 있는 한 리조텔에서 열린 학교의 섬머스쿨에 참석하였다. 메르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진행해야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여러가지의 안전조치를 취해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철저한 준비 덕분에  별 탈 없이 무사히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여름 오후. 숙소의 작은 분수공원에는 섬초롱꽃과 비비추 그리고 원예종인 노란 백합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0 s, F/3.5, ISO 100
여름 오후. 숙소의 작은 분수공원에는 섬초롱꽃과 비비추 그리고 원예종인 노란 백합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0 s, F/3.5, ISO 100

학생들이 조별활동 준비를 하는 오후 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숙소의 작은 분수공원을 둘러보았다. 섬초롱꽃과 비비추 그리고 원예종인 노란 백합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가까운 수덕사에 잠시 다녀오기로 하였다. 수덕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평일인데다 비를 뿌리는 오후여서 산사에 가는 길은 사람들이 거의 없이 한적하였다. 우산을 받고 걷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져왔다. 산사에 도착하니 뒷 산의 능선을 따라 흐르는 정겨운 기와지붕의 곡선과 그 너머로 보이는 붉은 빛의 꽃들을 달고 서 있는 키 큰 접시꽃 한 그루가 나를 반겼다.

산사에 핀 접시꽃.산사에 도착하니 뒷 산의 능선을 따라 흐르는 정겨운 기와지붕의 곡선과 그 너머로 보이는 붉은 빛의 꽃들을 달고 서 있는 키 큰 접시꽃 한 그루가 나를 반겼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60 s, F/5.6, ISO100
산사에 핀 접시꽃.산사에 도착하니 뒷 산의 능선을 따라 흐르는 정겨운 기와지붕의 곡선과 그 너머로 보이는 붉은 빛의 꽃들을 달고 서 있는 키 큰 접시꽃 한 그루가 나를 반겼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60 s, F/5.6, ISO100

접시꽃을 보면 나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가 있다. 접시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때 함께 살던 시골 집 앞 마당에 접시꽃을 심어 놓으셨는데, 여름이면 예쁘게 꽃을 피우곤 하였다. 작은 화단이었지만 여름이면 접시꽃과 함께 분꽃, 채송화, 다알리아, 맨드라미 등이 함께 피어나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비 내리는 산사와 접시꽃.접시꽃을 보면 나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가 있다. 접시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때 함께 살던 시골 집 앞 마당에 접시꽃을 심어 놓으셨는데, 여름이면 예쁘게 꽃을 피우곤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80 s, F/4.5, ISO 100
비 내리는 산사와 접시꽃.접시꽃을 보면 나는 어머니가 생각날 때가 있다. 접시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때 함께 살던 시골 집 앞 마당에 접시꽃을 심어 놓으셨는데, 여름이면 예쁘게 꽃을 피우곤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80 s, F/4.5, ISO 100

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 때문에 조금은 애절하고 슬픈 꽃의 느낌을 갖게 되었지만, 접시꽃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라고 한다. 중국이 원산인 접시꽃에는 이 꽃을 대문앞에 많이 심게된 유래가 담긴 이야기가 있다.

접시꽃 당신.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때문에 조금은 애절하고 슬픈 꽃의 느낌을 갖게 되었지만, 접시꽃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라고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 s, F/4.5, ISO 100
접시꽃 당신.도종환 시인의 시 "접시꽃 당신"때문에 조금은 애절하고 슬픈 꽃의 느낌을 갖게 되었지만, 접시꽃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라고 한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 s, F/4.5, ISO 100

옛날 꽃나라의 화왕이 궁궐 뜰에 커다란 어화원(御花園)을 만들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꽃을 다 모아서 기르고 싶었다. 모든 꽃들을 모이도록 한 화왕의 명령에 따라 모든 꽃들이 그곳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서천 서역국에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가꾸는 꽃감관이 있었다. 정성을 들여 꽃들을 가꾸는 꽃감관이 잠시 계명산 산신령을 만나러 간 사이 꽃들은 화왕의 어화원으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돌아온 꽃감관이 꽃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보고 실망하며 슬퍼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대문 밖을 나가보니 울타리 밑에 있던 접시꽃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꽃감관은 혼자 남아 집을 지켜준 접시꽃이 고맙고 믿음직스러워 그때부터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화려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후덕한 시골 여인네 같기도 한 접시꽃을 비가 내리는 산사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고 돌아 나서다 기와지붕이 낮은 한 굴뚝을 발견하였다. 누군가 '수덕사는 그저 겸허하고자 굴뚝 조차도 저렇게 낮게 만들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밥짓는 연기를 과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나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보았다. 굴뚝의 구멍을 통해 조금 전 사진을 찍은 접시꽃이 바라보였다. 그런데 빗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작은 굴뚝 구멍 너머로 보이는 접시꽃은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겸허함으로.누군가 '수덕사는 그저 겸허하고자 굴뚝 조차도 저렇게 낮게 만들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밥짓는 연기를 과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나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보았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00 s, F/3.5, ISO100
겸허함으로.누군가 '수덕사는 그저 겸허하고자 굴뚝 조차도 저렇게 낮게 만들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밥짓는 연기를 과시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나 굴뚝 앞에 쪼그리고 앉아보았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00 s, F/3.5, ISO100

영국의 작가인 윌리엄 새커리는 "사진의 가장 매력적인 두 가지 힘은 새로운 대상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친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비 내리는 산사에 핀 접시꽃은 낮은 굴뚝의 겸허함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비와 접시꽃.영국의 작가인 윌리엄 새커리는 “사진의 가장 매력적인 두 가지 힘은 새로운 대상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친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비내리는 산사에 핀 접시꽃은 낮은 굴뚝의 겸허함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5 s, F/7.1, ISO 100
비와 접시꽃.영국의 작가인 윌리엄 새커리는 “사진의 가장 매력적인 두 가지 힘은 새로운 대상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친숙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비내리는 산사에 핀 접시꽃은 낮은 굴뚝의 겸허함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5 s, F/7.1, ISO 100

산사를 나와 길을 걷다 숲 속으로 난 산책길을 잠시 올라가 보았다. 싱그런 푸르름으로 장식된 나무 계단 저 너머에서는 여름이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허브향 같이 상쾌한 비에 젖은 바람이 옷깃을 날리며 장난을 걸어오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여름으로 가는 길.싱그런 푸르름으로 장식된 나무 계단 저 너머에서는 여름이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허브향 같이 상쾌한 비에 젖은 바람이 옷깃을 날리며 장난을 걸어오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5 s, F/3.5, ISO 100
여름으로 가는 길.싱그런 푸르름으로 장식된 나무 계단 저 너머에서는 여름이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허브향 같이 상쾌한 비에 젖은 바람이 옷깃을 날리며 장난을 걸어오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1/25 s, F/3.5, ISO 100


접시꽃 한 송이  /김용언

멀쑥하게 웃자란
접시꽃을 넋놓고 바라보다
평생 
웃음 아끼시던
무명 저고리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기다림이 두려워
붉게 타는 노을
석자 이름을 익히지 못해
이름 없이 살다 떠나신
어머니 

담 너머로 동구 밖이 훤하다

삶의 무게로
등뼈가 휘어진
촌가의 뜰에 피어난
접시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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