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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과학관장의 '무한상상'…구글도 반해 9억 쾌척

[별난사람]김선빈 과천과학관장, 단체관람객 직접 맞아 해설사 자처
"과학이요? 직접 만들어보세요"
구글, '어린이 전용 무한상상실 만들어 달라' 9억 원 상당 기부

"과학은 암기 과목이 절대 아니에요. '맥락'이죠. 과학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응용하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과학관에 오셔서 무한상상을 펼쳐보세요."

과학기술계에서 '괴짜 과학관장'으로 소문난 김선빈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단체관람객이 과학관을 찾으면 직접 해설하기를 즐긴다.

'관장이 직접 과학관 해설을? 에이, 보여주기식이겠지' 싶었지만, 관람객들과 함께 과학관 곳곳을 누비며과학을 정말 재미있게 안내하는 그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 왜 '괴짜 관장'으로 소문났는지 알 수 있다. 과학을 대중들에게 설명하면서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의 대표조형물인 '태양을 찾아서' 앞에 선 김선빈 관장. 관람객을 맞이하기 전 그의 기분좋은 설렘과 열정이 느껴졌다.<사진=대덕넷>

김 관장은 지난 29년간 과학기술 공무원으로 몸담고 있으면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여러 일을 해왔다. 그 중에 대표적인 작품이 '금요일의 과학터치'. 2007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과학대중화 프로그램은 지금도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5개 도시에서 매일 오후 금요일에 열리고 있다.

어린 꿈나무들의 여름방학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바다도, 산도 아닌데 국립과천과학관은 휴가철을 맞아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괴짜 과학관장의 흥미진진한 안내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대덕넷은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해 여느 단체관람그룹처럼 김 관장의 특별한 안내를 받아 과학관 곳곳을 둘러보았다. "7만 2000평이 넘는 과학관 곳곳에서 과학을 온몸으로 느끼길 바란다"는 김 관장과 함께 지금부터 과학관을 체험해보자.

◆구글(google)도 반한 무한상상실…"마음껏 사용하세요!"

"최근에 핫팬츠 입은 여학생들이 과학관을 누비고 다녀서 많이 놀랐죠. 알고봤더니 무한상상실 SF스튜디오(영상 제작 공간)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었어요.(웃음)"

김 관장이 가장 먼저 소개한 코너는 다름아닌 '무한상상실'. 김 관장이 "목숨을 걸고 만들었다"고 자부할 정도로 공을 들인 공간이다.

"무한상상실은 정말 '작심'하고 만든 공간입니다. '스티브잡스 아버지의 집 차고'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정부의 도움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정말 우리 의지대로 상상하고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 관장의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 탄생한 무한상상실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려는 이용객들이 꼬박꼬박 무한상상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뚝딱뚝딱공작실 ▲SF스튜디오 ▲상상노하우실 ▲디자인실 ▲3D프린터실 등 12개의 부스에는 각각 멘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든지 만들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없이 찾아와 멘토들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직접 창작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

각 부스는 모두 통유리 구조로 돼있다. 우연히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도 통유리를 통해 무한상상실 부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이곳의 주 이용객들은 대학생. 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에 대한 가치가 소문이 나자 한 예술대 학생들이 대학 총장과 함께 찾아온 적이 있다.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데 자기 대학과 MOU를 맺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MOU같은 것 필요없고 마음껏, 자유롭게 와서 사용하세요"라는 대답과 함께.

무한상상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삼성, LG 등 대기업도 찾아와 노하우를 배우고 갔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기업 구글도 찾아왔다. 무한상상실을 찾은 구글 고위 관계자가 감명을 받고 어린이 전용 무한상상실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다. 

김 관장은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내부 검토를 거쳤다. 내부적으로는 어린이 전용 무한상상실을 위해 9억 원 정도의 비용이 투자될 것으로 판단해 구글에 예산계획을 알렸다. 알리자마자 바로 한 달 후 구글 본사를 통해 86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9억 원이 입금됐다.

"구글에서 그어떤 홍보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무한상상실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거죠."

김 관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어린이 전용 무한상상실은 내년 초 과천과학관에서 문을 열 계획이다.

◆137억년 전 빅뱅서부터 2억년 전 공룡시대, 현재까지…"과학관이 살아있다"

관람객들 모두 '137억년 전 우주'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관장에게도 우주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을 쏠리게하는 것이 하나의 숙제였다.

"그래서 직접 운석을 만질 수 있도록 했어요. '이거 만지면 하루종일 재수가 좋다'는 말과 함께요. 철운석을 만지려고 길게 줄을 서있는 관람객들에게 우주의 생성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관장이 무한상상실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지구와 생명의 탄생서부터 현재 우리의 모습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주와 지구의 생명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자연사관. 자연사관 입구 바로 앞에는 50Kg의 철운석이 놓여있다. 우주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을 붙잡아두기 위한 김 관장만의 묘책이었다.

또 그는 "빅뱅이 일어난 후 우주에서는 은하와 지구, 태양이 생겨났다. 지구 내 생명체가 자라 지금이 있게 된것"이며, "이러한 생성 과정은 무시하고 '무작정 과학을 외워라' 하는건 어리석은 것이다"라며 그의 과학 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137억년 전 암흑의 시간을 지나, 김 관장을 따라 도착한 시간은 바로 2억년 전 공룡이 살던 시기. 이곳에서는 다섯 마리의 공룡뼈 화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공룡 화석 중에 진품이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김 관장이 갑자기 한가지 퀴즈를 냈다. 관람객들의 눈이 돌연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모두 다섯 개의 화석 모두 똑같이 생겼다. 김 관장은 이내 답을 내놓았다. "힌트는 보철에 있습니다."

에드몬토사우루스 공룡뼈 화석. 가운데 보철이 뼈 화석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진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사진=대덕넷>

그러고보니 한 개의 공룡뼈만 보철이 화석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초식 공룡인 에드몬토사우루스의 뼈 화석. 꼬리 중간 부분의 5%를 제외하고는 95% 진품 화석이라고 한다. 

이 화석은 미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공룡 척추 중간에 육식공룡에 물린 이빨 자국도 선명하게 보존돼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과학관 내에서도 자연사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과학관 내 인기 전시물 1위인 생동하는 지구(SOS)를 만나 볼 수 있기 때문. 약 2만km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 그대로 구름 이동 모습, 해류 움직임 등을 정원영 해설사의 흥미진진한 해설과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테크길을 따라 생명의 장으로 가면 한반도에 서식하는 육상·해양생태계들을 만나볼 수 있다. 흔히 과학관이나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박제는 거의 없다. 모두 관람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움직이는,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사실 동물 박제는 집에서 책으로 봐도 되잖아요? 우리 과학관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박제대신 살아움직이는 생태계를 느낄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김 관장이 소개하는 자연사관의 느낌은 한마디로 "살아있네" 였다.

◆"모든 것은 관람객 중심"…과학과 문명 느끼고 싶다면? 스팀형 체험장으로!

"저는 모든 것이 관람객 중심이에요. 그래서 과학관 직원 전용 식당, 주차장 등 모두 없앴죠. 관람객들과 똑같이 과학관을 공유해야 그들의 불편함 혹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과학관 팸플릿에서도 '관람객 중심'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인 "어떤 것 부터 봐야 하나요?" 라는 질문에 착안, 과학관 인기 전시물과 인기 체험물 TOP7 을 팸플릿에 사진과 설명을 넣은 것.

과학관에서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보다는 관람객들이 진정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

동그라미 세모 등 색깔별로 표시된 전시부스도 과학관 약도를 통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과학이 좋아 과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조금이라도 쉽고 편리하게 과학을 접하길 바라는 그의 마음에서다.

무한상상실 못지 않게 김 관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 또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한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형 전자기유도 체험장이다.

"그동안 과학은 수학, 예술 등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서 더욱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을 단순히 '융합'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과학을 예술과 묶어만 놓는다고 융합이 될까요? 과학은 '맥락'이죠."

스팀형 전자기유도 체험장은 전기와 자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의 기초과학(S)의 원리가 발전기·전동기의 응용기술(T)로 발전, 발전소건설·변압기·전구발명 등의 공학(E) 과정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결과물들에 예술(A)과 수학(M)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직접 그 '맥락'을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다.

우연히 발견된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이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컴퓨터, 전구 등 발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컸던 컴퓨터의 불편함은 과학 자연스럽게 반도체의 발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전자·정보·통신 혁명을 이루게 됐다.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등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혁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 우리 손에 쥐어지게 됐다.

"스팀형 체험전시물은 선진 과학관으로 손꼽히는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과학체험관의 대표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라토리움에도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을 들른 관람객들이라면 앞으로 선진 외국보다 우리나라 과학관의 수준이 못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정기 현상에서부터 최신 스마트 폰의 개발까지의 과학 문명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의 노력을 직접 확인해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세계최초 STEAM형 전자기유도 체험장.<사진=대덕넷>

또다른 단체관람객을 맞이하는 김 관장의 뒷모습에서도 과학 해설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진=대덕넷>

"비 걱정은 하지마세요!" 갑작스러운 비소식에 혹시라도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을까 본관과 천체투영관 사이에 이렇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조형물을 지었다. 그는 이 조형물을 '엄마의 탯줄'이라 부른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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