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해 유일무이 통신망…"무선통신 필요성 자각·확대 필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개인 이익보다 공익 목적…"국민적 관심·지원 갈구"

"국가적 재난·재해 발생 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극한 환경에서 무선통신은 유일무이한 통신망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통신 발달로 국민은 무선통신의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죠.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부족합니다. 무선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호와 환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이상권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대전광역시본부 사무국장)

천재지변, 전쟁 등 국가적 위기가 찾아왔을 때 최후 통신 수단인 '무선통신'을 실험·연구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이사장 김형수). 이들은 개인적인 권익·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롯이 국가 재난 대비의 목적을 가진 집단이다.

1955년에 탄생한 이 연맹은 총 19개의 지역본부를 구성하며 각 지역본부 중심으로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메르스 사태와 같이 국가적 재난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 재난 대비책은 항상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통신이 발달하며 국가적 재난 대비책인 무선통신의 중요성·필요성 인식이 떨어지고 있다고 무선사들은 입을 모은다. 이상국 사무국장을 만나 그 현장의 상황과 목소리를 들어봤다.

◆국가 재난 재해 대비훈련, '온에어 미팅'…"기관·관공서와 체계구축 필요"

"재난·재해 대비를 위해 대전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온에어 미팅'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선사들은 대전 일대의 산에 올라가 송·수신을 하며 통신 체계를 만들어가죠. 일종의 재난 대비 훈련입니다. 하지만 이는 무선사들만의 훈련일 뿐. 대전의 기관·관공서 등과 합동 훈련은 부족합니다."

이상권 사무국장이 무선통신은 국가적 재난·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최후 수단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상권 사무국장이 무선통신은 국가적 재난·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최후 수단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1990년대,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통신장비가 구축되지 않았을 당시. 국가적 재난이 찾아왔을 때 신속한 통신 대응을 위해 대덕 구청, 대전 교도소, 대전 경찰청 등 여러 기관·관공서에 무선장비가 보급됐고 통신망을 구축했다.

그 당시 기관·관공서 담당 부서원들 모두 무선통신 자격증을 취득해 장비 활용법, 통신 용어 등을 숙지했고 재난 재해에 대비하는 훈련도 지속해서 진행해왔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이상권 사무국장에 따르면 기관·관공서 등에 투입된 무선통신 장비들은 유명무실로 전락하고 있다.

디지털 통신 발달로 무선통신 중요성을 잃어가는 상황인 것. 뿐만 아니라 재난 재해 상황을 신속하게 알리며 진두지휘해야 할 기관·관공서에서는 20여 년의 긴 시간동안 기관 인력이 바뀌면서 무선통신의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이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이 사무국장은 "관공서 담당자들이 무선통신에 관심이 없어져 제대로 된 활용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통신으로 재난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안주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대전의 무선사들은 매달 1회 '온에어 미팅'을 주기적으로 지속해 왔다. 그들은 대전 일대의 산에 올라가 교신을 주고받으며 일종의 재난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기관에서는 불시 훈련, 정기 훈련 등의 호출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며 "무선사들만의 훈련보다는 기관·관공서와의 공동 훈련이 실제 재난 재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무선사들은 온에어 미팅 훈련으로 재난 재해 발생 시 대응 체계가 갖춰졌지만, 실제상황 발생 시 기관·관공서와의 의사소통 문제가 걱정된다"며 "한편으로 관공서의 고유 업무가 있으므로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종합적인 훈련 체계는 꼭 필요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 부족, 유관 기관 지원 축소…"규제나 제재가 먼저?"

"1990년대 계족산에 큰 산불이 났었습니다. 대전 무선사를 바탕으로 시민구조대가 편성됐습니다. 무선사들은 소방차, 구조대, 구청 등과의 발 빠른 통신을 이끌었죠. 이 모든 것이 대전지역에 안테나 통신망을 잘 구축해놓은 덕이죠."

건물옥상에 설치된 안테나의 모습. <사진=대덕넷DB>
건물옥상에 설치된 안테나의 모습. <사진=대덕넷DB>
통신망 구축의 필수는 안테나. 원활한 무선통신을 위해 안테나 설치는 중요한 요소다. 즉, 안테나의 수가 많아지고 확장되면 통신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신 감·명도가 또렷해진다.

공동 주택이나 대형 건물옥상에 안테나를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재난 재해 대비를 위해 안테나를 아무 장소에 설치할 수 없는 노릇.

1990년대는 무선통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깊어 안테나가 여러 건물에 많이 설치됐지만, 현재는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 대형 건물에 안테나를 세우려면 관리소장, 동사무소장 등의 복잡한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하고 심지어 민원이 발생하면 철거하겠다는 각서도 쓴다"며 "실제 재난 상황 대비를 위해 여러 통신망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무선통신 유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중앙전파관리소, 중앙전파진흥원 등에서의 부족한 지원과 관심이 이러한 상황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단속'이 질서 유지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이듯 전파관리소, 전파진흥원 등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유관 기관은 규제나 제재를 먼저 시행하려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무선통신 관련 규제와 제재가 커지면서 무선사들도 통신계를 떠나고 있는 판국"이라고 지적하며 "사명감으로 시민과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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