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본초탐사대, 장태산 휴양림 탐방 "자연속 본초, 신기해요"
대전·충남·경기 등서 찾아…아이들, 전문가와 함께 야생속 현장 체험

"산에 직접 와서 주변 약초를 보고 활용방향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석수초등학교 6학년 이수진)

"그동안 편안하게 지나치던 들풀들의 효능을 전문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안순선 학부모)

10일 오전 12시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제마홀. 전국 각지에서 미래의 탐사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 대원들의 탐사 대상은 한의학 약초. 주변 자연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약용식물을 직접 관찰하면서 한의학 연구를 이해하는 'KIOM 본초탐사대'가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탐사대원들은 초등학생 56명·학부모 20명 등 총 76명이 참여했으며, 올해로 4회째 탐사대다. KIOM 본초탐사대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매년 60명을 모집하는데 경북 구미, 김천, 강원도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참가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관심이 많다.

◆자연속 본초 탐험…실체 체험 통해 약용식물과 한의학 이해 증진

한의학연에서 벗어나 장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면서부터 각 조별로 나뉘어 본격적인 자연탐사 활동이 시작됐다. 

휴양림 정문에서 조금 올라가자 가장 처음 보인 것은 맥문동. 이어 질경이, 화달나무, 이삭옆기 등이 차례로 눈에 띄었다. 탐사대원들은 한의학연 연구자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며 약초들의 생김새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연못에서는 한의학연 강연에서 배운 수련과 연꽃의 구별법에 대한 즉각적인 테스트가 이뤄졌다. 

"저기 보이는 수련이 물 위로 나와 있는 것이 보이죠. 연꽃은 줄기가 물위로 나와 있습니다. 수련과 연꽃 차이를 알겠죠?"

연못을 지나자 한 쪽 구석에 노란 꽃이 피어있다. 이고들빼기다. 아이들은 살짝 냄새를 맡고 맛도 본다. 달콤한 꿀을 예상했다가 다소 쓴맛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조금 더 산을 오르자 시원한 메타세콰이어 길이 시작됐다. 지나가다 보이는 자연속 들풀 하나하나가 호기심의 대상이다. 아이들은 들풀들을 가리키면서 명칭은 무엇인지 활용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양선규 한의학연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최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약초들을 설명하는데 열심이다.

"작고 가는 이 대나무는 조리대라고 해요.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쌀에 돌이 섞여 있어서 조리대를 만드는 대나무가 필요했어요. 또한, 이 뱀딸기는 어린이가 경기 일으켰을때도 좋고, 뱀에 물렸을때 바르면 효능이 있어요."

가장 저학년인 1~2학년 탐사대를 안내한 강영민 선임연구원은 어린 아이들을 다루느라 티셔츠에 땀이 흥건하다. 난데없는 아이들의 수화기 쟁탈전에 당황하면서도 당단풍, 산딸나무, 비비추 등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학생들은 '모르는 식물 알게 되서 좋았다'와 '잊지 못할 여름 방학 추억이 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각 조별 활동을 마친 후, 야외데크에서 기념촬영과 수료증이 수여됐다. 정지현 연세초 학생, 장우진 반석초 학생, 김수빈 한빛초 학생, 김은영 학부모가 대표로 수료증을 수여 받으면서 공식적인 탐사대 활동이 종료됐다.

정민정 학부모는 "헬리콥터를 운전하는 조종사인데, 한의사 친구가 소개해 줘서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다"면서 "기관에서 주최해 아이들에게 생소한 한의학 연구를 알리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윤정 학부모는 "딩딩딩이라는 어플을 통해 공지되어 신청하게 됐다"면서 "책에서만 봐서 잘 몰랐던 식물들의 효능을 알게 되서 좋았고, 캠프 참가 학생들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평동에서 온 한 학부모는 "실내 체험프로그램은 많이 갔지만, 야외 체험 활동은 드물다"면서 "큰 애를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과 부모를 분리해 책임지고 지도해 주셔서 학생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약용식물 구별법 소개 이어 향약표본관, 한의과학관 등 견학

"다음 중 한약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아스피린이죠. 잎이나 꽃 모양만 가지고도 간단히 약용식물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간단한 구별법을 알려드릴께요"

한의학연에서는 장태산 본초 탐방에 앞서 약용식물 기초강좌가 진행됐다. 강연자로는 최고야 K-herb 연구단 선임연구원이 나섰다. 연사자의 특이한 이름을 듣자 아이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한의학의 뜻과 유래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산초와 초피나무, 수련과 연꽃 등의 구별법, 인삼과 오가피 구별법 등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산초는 가시가 교차돼 있으며, 초피나무는 2개씩 짝으로 붙어 있어서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매의 눈으로 사진을 주시하다 "나무에는 왜 가시가 있나요?" "사진에서는 가시 하나가 안 보이는데요?" 등 여러가지 천진난만한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 향약표본관, 한의역사박물관, 한의과학관 등 둘러보는 시간 가져

"귤껍질 말린거예요? 먹어도 되는 건가요? 저기 도마뱀은 왜 그렇게 되어 있어요? 이것도 약재로 사용되는 건가요? 징그럽네요."(향약표본관을 둘러보던 한 학생)

학생들은 각 학년별로 4개조로 구분돼 한의학연의 향약표본관, 한의역사박물관, 한의과학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의역사박물관 현장에서는 쑥과 마늘을 이용한 고대의학의 시작인 단군신화부터 조선시대 초기 의학사전인 의방유취를 비롯한 한의학 역사, 인물 등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진행요원의 "의방유취는 한의학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는데 총 몇권일까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99권이요, 98권이요"라며 대답을 쏟아냈다. 

한의과학관에서는 증상별로 알아보는 경혈, 한국형 제형 등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다. 특히, 학생들은 약향 체험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향을 맡아 보기 위해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바구니 틈새로 손을 집어넣어 약재의 향을 맡은 후 미소 짓는다. 남자 아이들은 각종 터치 스크린 장치를 만지작 거리면서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향약표본관에서는 아이들이 소나무 모형에 큰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모형 지렁이를 보면서 갖고 놀면서 재미있어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연구원을 둘러싸고 각종 질문을 쏟아낸다. 열심히 메모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빽빽히 메모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빽빽히 메모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최고야 K-herb 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매년 8월 화봉산, 계룡산 등에서 본초탐사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의학연에 대한 인지도를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면서 "앞으로도 탐사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정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탐사대 활동이 전국 온라인 커뮤니티, 학부모들을 통해 알려지며 참가 신청에서부터 열기가 뜨거웠다"며 "앞으로 KIOM 본초탐사대를 비롯해 연구원 색깔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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