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들

전 세계, 특히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육지에서 해양으로, 해양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생물자원 및 광물자원 등의 자원의 보고라는 관점과, 해양도 하나의 국가적 영토라는 큰 틀에서의 관점으로 그 관심사가 무척 증대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해양은 육지와 달리 인간이 접근하기 쉽지않고, 특히 심해로의 접근은 많은 비용과 첨단적인 기술력이 요구되어진다.

자국의 연안 및 근거리 바다를 제외한 공해상은 실제적으로 주인 없는 땅과 마찬가지인데, 이런한 바다를 선점하여, 무한한 해양 자원의 개발과 바다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켜가며 그 이익을 누리고 있는 국가는 그러한 비용과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 몇몇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전 세계 해양정책을 전문으로하는 모임에서 개발도상국의 당사자들이 불공정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그런 회의에 여러 번 참석하여 당사국 대표들의 생각들을 들어본 필자의 느낌은 당분간 불공정해도 이러한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양의 선점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해양을 연구하는 여러 첨단화된 기기 및 장비들이다. 그 중 가장 첨단기술과 경제력을 요구하는 것이 여러 가지 목적으로 제작되어지는 잠수정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앞서가는 미국, 일본 및 몇몇 국가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다소 뒤진감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래도 선두그룹에 있다고 보여지는 국내 해양로봇 개발의 몇몇 사례를 여기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것은 2013년 10월 수중건설로봇분야의 핵심기술 확보 및 실용화 기반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총 6년 동안 총 813억원의 사업비(국비 513억원)가 투입되는 수중건설로봇사업단(단장: KIOST 장인성 박사)이다.

이 사업단은 해양구조물 건설관련 로봇에 특화되어 있다. 미래의 해양자원 확보를 위한 해양 구조물 즉, 양관측기지나 해저 매설관, 해상풍력 단지, 심해저 플랜트 시장등과 같은 해양구조물이 최근 들어 깊은 수심 조건에서 건설되고 이러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50m 이상의 수심 조건에 건설되는 해양 구조물의 건설 작업에는 잠수사 활용이 불가능하므로 수중 장비의 사용은 인력 대체가 아닌 필수 조건이 되어,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다.

수중에서의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용접, 경량 철골 구조물 설치 등 수중 정밀작업을 비롯하여 전력선, 통신선과 같은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 등의 해양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는 수중 장비의 개념이 수중건설로봇인데, 이를 활용함으로써 인명사고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 효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수중건설로봇사업단에서는 수심 500m 내외의 해양 구조물 건설을 위한 3종의 수중건설로봇, ①수중 건설 시공 전후 환경조사 및 유지보수 작업에 적용 가능한 경작업용 ROV(Remotely Operated Vehicle), ②해저케이블 매설이나 수중 구조물 설치 등이 가능한 중작업용 ROV ③견고한 해저 지반에서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 등 중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트랙기반 ROV에 대한 연구개발을 비롯하여, 수중건설로봇 실용화 지원시스템 및 해양구조물 연계기술 개발, 수중건설로봇 성능평가 시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복합형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개발 예정인 수중건설로봇 종류 및 적용 개념도.
개발 예정인 수중건설로봇 종류 및 적용 개념도.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바다속은 접근하기가 어려워 그 연구가 육지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데, 그 직접적인 이유가 사람이 직접 내려가 '관찰'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온, 해류, 시정 등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 때문에 활동 가능한 수심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속도가 빠르다. 또 서해안은 황하의 토사 유입으로 물이 탁하고 수온차가 심하다.

이러한 환경 탐사를 위해 개발된 수중로봇이 바로 '크랩스터(Crabster)'이다(책임자: KIOST 부설 KRISO 전봉환 박사). 크랩스터는 게(Crab)와 가재(Lobster)의 영문을 혼합해 만든 단어로, 게와 가재처럼 여러 개의 다리를 이용해 보행 또는 유영으로 이동한다. 길이는 2.45m 폭 2.43m 높이1.3m이고 공기 중 중량이 650kg이며 수중에서는 150kg을 유지한다. 현재 개발된 크랩스터의 최대 운용수심은 200m로 초당 0.1m의 속도로 6족 보행으로 이동하며 해저를 탐사할 수 있다.

고해상도 스캐닝 소나(675kHz)를 이용하여 혼탁한 수중에서 100m 반경이내의 물체를 탐지 할 수 있고, 초음파카메라를 이용하여 전방 15m 이내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총 10대의 광학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주변의 광학 영상 촬영과 수심·온도·전도도·수층별 유속 등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크랩스터의 6기의 다리 중 앞의 2기는 7관절로 이루어진 로봇팔겸 다리로 필요시 안쪽에 접혀있던 로봇팔을 펼쳐 샘플 채취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크랩스터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해양과학 조사이다. 해저환경에서 다족 보행으로 이동함으로써 해저의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해양 물리, 화학, 생물, 지질 등 연구에 필요한 과학조사 데이터를 취득하고, 필요한 샘플을 채취한다. 다른 하나는 해저 구조물이나 침몰 선박의 조사·관찰이다. 해저구조물이나 침몰선박 등에 접근하고, 광학 및 음향 장비를 이용하여 악시계 해저환경에 존재하는 구조물을 조사·관찰한다. 또한 해저구조물이나 침몰선박의 조사·관찰을 위해 필요한 와이어절단, 그라인딩, 드릴링 등의 작업은 로봇팔로 수행할 수 있다.

크랩스터(CR200)와 탑재장비.
크랩스터(CR200)와 탑재장비.

전 세계 해양의 90%가 넘는 심해는 심해생물, 망간단괴, 망간각, 열수광상 등 엄청난 자원의보고뿐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부족 등 지구과학의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심해를 탐사하기 위하여 2006년 11월 개발한 것이 6000미터급 차세대 심해용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 ROV (Remotely Operated Vehicle)이다(책임자: KIOST 부설 KRISO 이 판묵 박사).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되었다. 심해 해양과학연구에 활용 가능한 심해 무인잠수정 개발과 함께 무인 잠수정의 설계 기술, 수중 항법과 원격제어 기술이 개발되었다.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는 수중중계기(디프레서) '해누비'와 짝을 이루어 해저를 탐사한다. 더불어 2007년부터의 2단계에서는 해저를 자유롭게 탐사 할 수 있는 자율무인잠수정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가 개발되었다. 해미래에는 6개의 모터구동 방식의 수중 추진기가 장착되었고, 2개의 로봇팔과 8대의 비디오카메라, 디지털 스틸 카메라를 이용하여 해저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해미래는 수중에서 항법을 위하여 USBL 위치 추적장치, 관성계측장치, 도플러속도센서를 갖추었다.

또 장애물 감지를 위한 전방감시 초음파 센서와 해저지형 판독을 위한 정밀탐지 초음파가 장착되었다. 길이 3.3m, 폭1.8m, 높이2.2m로 무게가3.7톤에달하며 시속1.0~1.5노트의 속도로 운항 할 수 있다. 2006년 동해울릉분지 2026m 수심과 태평양 필리핀해 5775m 수심에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가장 최근인 2015년 6월 우리나라 동해의 심해에서 국내 첫 발견 생물인 말미잘을 비롯한 심해생물 대량 채집과 퇴적물 시료 채집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 한 바 있다.

6000미터급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ROV.
6000미터급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ROV.
이러한 무인잠수정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보다 고도화된 기술과 연구 작업을 요구하는 유인잠수정이다. 일반적으로 심해에서 장시간의 위험한 작업에는 주로 무인잠수정을, 심해광물 채집과 성분 현장분석, 심해생물 관찰·채집 등 정교하고 육감에 의존하는 작업에는 유인 잠수정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250m급 유인잠수정 '해양250'을 개발하였으나, 심해탐사를 위한 유인잠수정 개발 경험은 없는 상태이다. 일반 잠수함의 잠수심도는 약 150미터정도, 핵잠수함이라도 500-700미터 정도로 그 이상의 깊이까지 유인으로 잠수정을 만들기에는 많은 기술과 경제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우리 보다 앞선 기술로 이미 이러한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몇몇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은 1960년대 부터 사용해 온 4500미터급 앨빈(Alvin)을 최근 6500미터급으로 개량하였고, 중국은 2012년 6월 심해 유인잠수정 '자오룽'으로 7062m 심해탐사에 성공하였다. '신카이 6500'이란 세계 최심도 유인잠수정을 보유했던 일본은 중국의 자오룽에 자극받아 현재 1만2000미터급 유인잠수정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탑승인원을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바다 밑에서의 체류시간도 평균 10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리는 획기적인 기획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6500미터급 유인잠수정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책임자; KIOST 김웅서 박사).

해양환경·생태계·지구과학조사, 해저자원탐사에 활용 가능한 심해 무인잠수정 운용기술 개발과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 타당성 확보 및 기반시스템기술·핵심장비 ․운용기술 개발을 콕표로 과제가 진행 중이다. 1단계: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계획 수립, 심해 유 ․무인 잠수정의 기반기술 개발 및 운용관리체계 구축, 2단계: 심해 유인잠수정 통합 시스템 개발, 전용 모선 건조 및 심해탐사 실증 시험이다.

현재 3인승(조종사 1, 연구원 2), 10시간 운용(6시간 작업), 9(L)×3(W)×3.5(H) m, 무게 20톤급, 최고속력 3knots의 제원으로 기획되어지고 있다. 이 유인잠수정이 완성되는 날 우리는 세계 해양에서 선도국의 위치를 확보하며, 해양 연구의 급속한 질적 성장과 함께 수 많은 자원전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심해 유인잠수정의 조감도.
심해 유인잠수정의 조감도.

◆김동성 해양과기원 박사는

해양자원과 생태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see the sea'를 통해 해양과학 현장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예정입니다.

김동성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물연구본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해양과학분야의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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