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올 8월 초순은 유난히 더운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연일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낮 기온이 지속되면서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스마트폰에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가 배달되기도 하였다. 예년 같으면 섭씨 32도면 덥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8월 초에는 아예 35~6도 까지도 예사일처럼 오른 날이 많았다.

아침인사.무더위가 극성인 8월 초순이지만 바닷가의 아침은 그래도 순한 바람이 불어 상쾌하였다. 며느리밑씻개의 아침 인사가 맑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0 s, F/3.5, ISO100
아침인사.무더위가 극성인 8월 초순이지만 바닷가의 아침은 그래도 순한 바람이 불어 상쾌하였다. 며느리밑씻개의 아침 인사가 맑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000 s, F/3.5, ISO100

나의 여름 휴가는 날씨와 상관없이 외손녀의 어린이집 방학과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때가 더위의 피크와 일치하는 8월 첫주가 되어 제대로 피서를 가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바다 노래를 부르는 아내를 위해 전에도 몇 번 여름 휴가를 다녀왔던 남해군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처럼의 여행을 휴가답게 보내려는 아내의 주문에 따라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나는 인터넷으로 남해군에 있는 펜션들을 섭렵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찾아놓은 펜션 정보가 모여있는 사이트를 보면서 아내는 깐깐한 잣대로 하나씩을 탈락시켜나갔다. "이건 바다 전망이 아니야", "이건 방 인테리어가 맘에 안들어", "이건 쓸만한데 숙박료가 터무니 없이 비싸", "이건 바다 전망은 맞는데 바다가 트이지 않았어", "아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 내가 홈페이지에서 예약 상황을 점검해 본다. "아! 그런데….. 예약이 다 찼네!" 결국 아내가 결정한 펜션은 우리가 두 세번 다녀왔던 남면의 바다 전망이 괜찮은 한 펜션이었다. 숙박료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다행히 방이 남아 있어 이만한 숙소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쯤되면 이제 컴퓨터는 다시 내 손에 넘어오게 된다. 예약을 하고 숙박비를 미리 입금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내 몫이기 때문이다.

하늘타리.하얀 머리를 산발한 것 같은 하늘타리는 아직 아침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이고,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며느리밑씻개, 계요등, 사위질빵과 주홍서나물 등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0 s, F/3.5, ISO100
하늘타리.하얀 머리를 산발한 것 같은 하늘타리는 아직 아침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이고,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며느리밑씻개, 계요등, 사위질빵과 주홍서나물 등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500 s, F/3.5, ISO100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여행은 즐거운 법이다. 남쪽 바다를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가히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푸른 산봉우리들 사이에 떠 있고 휴가철인데도 쭉 뻗은 한가한 길과, 이날따라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우리 차의 에어컨도 맘에 들었다. 폭염특보가 발령되었던 날이었지만 시원한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마치 가을날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여 예약된 방에 들어갔다. 전에 묵었던 방과는 달리 복층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래 층에 바다 전망의 거실과 주방이 있고 침대는 윗층 다락방 같은 곳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식당이나 숙소의 장소에 까다로운 어린 외손녀에게 이 방은 마음에 딱 들었나 보다. 아이는 불이 나케 나무 계단을 쪼르르 올라 침대가 있는 다락방에 올라가 보더니 좋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한 후 침대가 있는 다락방을 아예 자기 집이라고 선포하였다.

나비야 놀자.냉방이 잘 안되는 온실이어서 무척 더웠지만 외손녀는 나비를 손으로 잡았다가 놓아주기도 하고 나비를 쫓아다니기도 하면서 땀을 흘렸지만 더운 줄도 모르고 좋아하였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0 s, F/3.5, ISO100
나비야 놀자.냉방이 잘 안되는 온실이어서 무척 더웠지만 외손녀는 나비를 손으로 잡았다가 놓아주기도 하고 나비를 쫓아다니기도 하면서 땀을 흘렸지만 더운 줄도 모르고 좋아하였다.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1250 s, F/3.5, ISO100

날씨는 덥고 아내는 아이를 보느라 지쳐있어 이번 휴가의 컨셉은 바다를 보면서 그냥 시원하게 쉬는 것으로 정하였다. 숙소의 에어컨을 켜고 창밖으로 보이는 저녁녁 바다를 보면서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더운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졌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다랭이마을로 가서 넓은 바다를 보면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여름날이 다 가기 전에.......나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붓들레아 꽃. 그래서 영어 이름은 butterfly bush라고 한다.이제 붓들레아꽃도 여름과 함게 시들어 가는데 남아 있는 꽃에서 열심히 꿀을 먹고 있는 나비들은여름날이 다 가기 전에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600 s, F/3.5, ISO100
여름날이 다 가기 전에.......나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붓들레아 꽃. 그래서 영어 이름은 butterfly bush라고 한다.이제 붓들레아꽃도 여름과 함게 시들어 가는데 남아 있는 꽃에서 열심히 꿀을 먹고 있는 나비들은여름날이 다 가기 전에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Pentax K-3, PENTAX-D FA 100mm F2.8 MACRO, 1/600 s, F/3.5, ISO100
다행히 바닷바람이 반찬이 된 멍게비빔밥과 해물된장찌개도 좋았으며 저녁 바다 바람도 생각보다 시원하였다. 섬에 들어오기 전 삼천포항에서 사온 멍게, 해삼 그리고 문어가 숙소에서의 휴가 첫날을 맛있게 장식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두 여자들이 잠들어 있는 시각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근처의 풀밭으로 꽃들을 찾아 나섰다. 무더위가 극성인 8월 초순이지만 바닷가의 아침은 그래도 순한 바람이 불어 상쾌하였다. 하얀 머리를 산발한 것 같은 하늘타리는 아직 아침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이고,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며느리밑씻개, 계요등, 사위질빵과 주홍서나물 등이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다.

날씨는 덥지만 나비를 좋아하는 외손녀에게 나비생태공원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몇 년 전에 가보았던 기억으로는 나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나비생태관은 실망 그 자체였다.

나비들은 잘 보이지 않고 군데 군데 새로 설치해 놓은 공룡 모형들이 큰 소리로 울어대어 생태관에 들어서자마자 외손녀는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하였다. 입장료가 아깝기도 하였지만 나비를 가까이에서 보여주려는 욕심에 간신히 달래 나비와 꽃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나비가 보이자 다행히 외손녀는 공룡이 신경쓰이면서도 나비에 빠져 울음을 그치고 나비와 놀기 시작하였다.

냉방이 잘 안되는 온실이어서 무척 더웠지만 외손녀는 나비를 손으로 잡았다가 놓아주기도 하고 나비를 쫓아다니기도 하면서 땀을 흘렸지만 더운 줄도 모르고 좋아하였고 나는 꽃과 나비를 카메라에 담느라 더위를 잠시 잊고 있었다. 늦은 오후에 잠시 해변에 나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몽돌 해변에 파도가 들락거리며 재잘거리는 기분좋은 소리를 듣는 것으로 해수욕을 대신하였다.

파도.숙소 바로 아래로 내려가 밀려오는 파도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만들어 지는 물거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물거품이 아름다웠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100
파도.숙소 바로 아래로 내려가 밀려오는 파도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만들어 지는 물거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물거품이 아름다웠다. Pentax K-3, 50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100

파도와 물거품.카메라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던 파도도 해변의 바위에 부딪힌 후엔 하얀 물거품이 되었다. 공기를 가득 품은 채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된 파도는 이내 조용히 스러져 갔다. 사람들도 이렇게 젊은 날이 지나고 세월의 바위에 부딪히고 나면 스러져 가리라. Pentax K-3, 3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100
파도와 물거품.카메라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던 파도도 해변의 바위에 부딪힌 후엔 하얀 물거품이 되었다. 공기를 가득 품은 채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된 파도는 이내 조용히 스러져 갔다. 사람들도 이렇게 젊은 날이 지나고 세월의 바위에 부딪히고 나면 스러져 가리라. Pentax K-3, 31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1/800 s, F/7.1, ISO100

마지막 날 아침엔 파도가 조금 높았다. 숙소 바로 아래로 내려가 밀려오는 파도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만들어 지는 물거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물거품이 아름다웠다. 카메라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던 파도도 해변의 바위에 부딪힌 후엔 하얀 물거품이 되었다.

공기를 가득 품은 채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된 파도는 이내 조용히 스러져 갔다. 파도의 크기가 크고 강할수록 더욱 아름다운 모습의 물거품이 만들어졌다. 사람들도 이렇게 젊은 날이 지나고 세월의 바위에 부딪히고 나면 스러져 가리라. 젊은 시절에는 파도처럼 열정적으로 살다 물거품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은 후 조용히 스러져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의 바다.숙소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이 바다와 이별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운 후 숙소를 나섰다.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50 s, F/11.0, ISO100
남해의 바다.숙소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이 바다와 이별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운 후 숙소를 나섰다.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50 s, F/11.0, ISO100

숙소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이 바다와 이별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우리는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운 후 숙소를 나섰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탁 트인 바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다랭이마을에 다시 들러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떠나기 전 바라보았던 다랭이마을의 바다는 우리의 발길을 자꾸 붙잡았다. 유난히 더웠던 8월의 여름 휴가는 아쉽지만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다랭이마을의 바다.아쉬움이 남아 탁 트인 바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다랭이마을에 다시 들러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떠나기 전 바라보았던 다랭이마을의 바다는 우리의 발길을 자꾸 붙잡았다. 유난히 더웠던 8월의 여름 휴가는 아쉽지만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00 s, F/10.0, ISO100
다랭이마을의 바다.아쉬움이 남아 탁 트인 바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다랭이마을에 다시 들러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은 후 집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떠나기 전 바라보았던 다랭이마을의 바다는 우리의 발길을 자꾸 붙잡았다. 유난히 더웠던 8월의 여름 휴가는 아쉽지만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00 s, F/10.0, ISO100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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