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동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04년 '기계기술'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바 있는 알바트로스에 대해 처음 작성한 글을 토대로 이 새에 대해 다시 소개하면서 연구단지의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오늘날 국제적인 과학기술경쟁의 치열함은 한국의 연구 경쟁력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산업경쟁력 측면에서 혁신적인 기술돌파와 새로운 가치창출에 의한 제품과 시장확보가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핵심어는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화두에 대해 알바트로스(Albatross) 라는 신비한 새는 우리에게 말없이 중요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알바트로스의 우리말은 신천옹(新天翁). 전설상의 새가 아니면서 지상에 생존하고 있는 새들 중에서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새라고 알려져 있다. 이와 극단적인 대비가 되는 벌새(hummingbird)는 현존하는 모든 새들 중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알려져 있다. 

알바트로스와 벌새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알바트로스는 실제로 쉬지 않고 한번에 3200km를 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비행 전략이 다른 새와 전혀 다른 데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높은 곳에서 날갯짓을 하지 않고 글라이딩하기 시작해 하강하면서 날다가 강한 바람이 뒤에서 불면 바람 부는 방향으로 향한 뒤에 날개를 그냥 높은 각으로 세워 이른바 dynamic soaring이라고 부르는 테크닉으로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날갯짓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뒤로 돌아선 다음 또 글라이딩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내려 오면서 비행을 계속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알바트로스는 놀랍게도 3200km에 이르는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날아간다. 

반면, 벌새는 1초에 60번이상의 날개짓을 통해 멀리는 800km까지도 날아가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몸무게가 도착 시에는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한다. 벌새는 크기도 6센치정도 밖에 안되고 날개도 아주 작다. 이에 비해 알바트로스는 날개 끝까지의 편 길이가 물경 3.5m정도에 달한다.

알바트로스가 글라이딩을 하면서 나는 것도 이러한 몸 크기에 비해서 엄청나게 큰 날개 때문이다. 날개의 크기는 이른바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날개를 지혜롭게 이용하는 비행전략(Flight strategy)이다. 실제로 알바트로스는 비행도중 거의 날개를 젓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멀리 간다.

그것은 이른바 Dynamic Soaring이라고 부르는 비행전략 때문이다. 이것은 놀라운 과학(Science)의 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적 사고(Scientific thinking)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 때문에 알바트로스는 멀리 가면서도 오래 살기도 하며, 실제로 4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날개를 빨리 흔들어야 하는 벌새는 4년이 수명이다.

벌새는 끊임없이 날갯짓을 해도 알바트로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핵심역량과 비행전략이 모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알바트로스 사진에서 나오는 Alta Vista(검색엔진에 같은 이름으로 된 것이 있다)는 높이서 전체를 보는 안목 다시 말해서 시스템적 사고(Systemic thinking)를 말하고, Lejona Vista(레호나 비스타)는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를 의미한다. 그리고 Grande Vista는 큰 안목, 다시 말해 비전에 바탕을 둔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을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연구기관과 리더는 이러한 관점에서 알바트로스의  Alta Vista, Lejona Vista 그리고 Grande Vista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이용한 전략과 시스템을 갖춘 지혜로운 새인 알바트로스. <사진=양동열 교수 제공>
자신의 핵심역량을 이용한 전략과 시스템을 갖춘 지혜로운 새인 알바트로스. <사진=양동열 교수 제공>

자신의 핵심역량을 이용한 전략과 시스템을 갖춘 지혜로운 새인 알바트로스는 느려 보이지만 지상의 어느 새보다도 높게 그리고 멀리 난다.

알바트로스는 우리에게 큰 지혜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국가적인 연구경쟁력을 위해서는 특히 여러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는 연구단지에서 국가적으로 큰 파급효과가 있는 새로운 혁신기술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원천적인 샘물을 부어주는 과학(Science), 전체를 보는 종합적인 안목을 요구하는 시스템(System), 그리고 멀리를 내다보는 전략(Strategy)이 필요하다. 알바트로스가 우리에게 말없이 전해주는 것은 우리가 그저 벌새처럼 열심히 일하는데 그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을 갖추고 멀리 보는 전략과 과학적 사고를 통해서 보다 경쟁력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여러 분야의 연구소들이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에서는 기초과학을 다루는 연구소들과 응용연구를 하는 연구소들간에 시너지가 있도록 시스템적인 연결과 소통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보다 폭넓은 소통문화와 이를 바탕으로 각 기관이 먼 장래를 내다보는 경쟁력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연구단지의 벽돌한장 모임도 이러한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결국 알바트로스와 같이 멀리 날아올라 대덕연구단지를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양동열 KAIST 교수는?

양동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관의 대덕으로의 이사와 함께 연구단지에 정착하면서 여기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구단지가 창의적 공간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들에 관심이 있다.

양동열 교수는 1978년 이래 KAIST 기계공학과에서 정형가공(Net shape manufacturing)이라고 부르는 3차원형상의 금속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분야에서 일해 왔으며 특히 소성가공과 3D Printing이 포함되어 자동차와 중공업분야에 오랫동안 기술혁신에 관련된 연구개발에 진력(盡力)해 왔다. 

그는 관련학회 활동으로 소성가공학회 및 정밀공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KAIST에서는 연구부총장을 역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 TRIZ(창조적 문제해결이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의 학술·연구활동으로 한국공학상(2012), 올해의 기계인상(2013),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15)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관심분야로는 3차원 정형가공분야 외 기술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전략과 창의성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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