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수리연,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 개최
산업수학 적용 성공사례와 향후 진행 계획 발표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에 참여한 발표자들이 다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에 참여한 발표자들이 다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1.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회사였던 픽사를 인수한 후 많은 수학자들을 영입, 3D 애니메이션 기술 전문회사로 탈바꿈시켰다. 픽사 수학자들은 해상도를 조절하는 수학적 방식의 이미지 표현법을 연구, 이를 애니메이션에 적용했고, 토이스토리 등 픽사의 3D 디지털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는 헐리우드에 수많은 수학자들이 일하는 계기가 됐고 이들은 컴퓨터그래픽 고도화로 헐리우드 영화의 번영을 이끌고 있다. 수학자인 스탠리 오셔(Stanley Osher) UCLA 교수는 등위집합 방법을 개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거센 파도와 물줄기, '겨울왕국'의 눈보라 치는 장면 등을 표현했다. 

#2.
2013년 미국 벨랩 출신의 수학자들을 영입해 창업한 (주)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는 고급 수학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전기계량기에 간단한 장치를 부착, 전력과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을 연결해 합리적인 절전 방법을 안내한다. 최근 조지소로스 펀드와 소프트뱅크로부터 3000만불 투자 의향을 받았으며 내년 매출 1조원을 목표하고 있다. 

#3.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수학과 학과장이던 구나 칼슨 교수는 2008년 제자 2명과 함께 순수수학 이론인 위상수학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YASDI를 창업했다. 거대 데이터의 모양을 보고 의미를 찾아내는 AYASDI의 소프트웨어는 비슷한 생체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 검진이 필요한 사람을 구별해내고, 유사한 신용카드 사용 패턴 속에서 사기꾼을 가려낸다. AYASDI는 벌써 1억 달러 이상의 벤처투자자금을 확보하며 순수수학의 기적을 만들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가는 지난 5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이제 20년간 지속돼온 IT 시대가 저물고 30년간 DT(Data Technology) 혁명에 기반한 새로운 인터넷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줄 아는 기업이 성공하는 DT시대"라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DT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재와 기술은 무엇일까? 혁신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은 하나같이 그 답으로 수학인재와 산업수학을 꼽는다.

산업수학(Industrial Mathematics)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성격과 필요에 따라 순수수학을 포함한 수학의 전 영역을 활용하는 분야로 2000년대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의 난제 해결과 혁신적 상품 개발의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 중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뒷편에 의자를 따로 마련할만큼 많은 수학자들과 젊은 수학도들이 참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이날 발대식에는 뒷편에 의자를 따로 마련할만큼 많은 수학자들과 젊은 수학도들이 참석했다. <사진=정윤하 기자>
이에 맞춰 국내에서도 수학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할 수학인재 양성을 위한 '산업수학 문제헌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산업수학 점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산업수학 문제헌터 프로젝트'는 산업계와 수학계가 협업하는 성공사례를 통해 '수학이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7월 프로젝트에 참여할 21개 대학을 선정했으며, 내년까지 총 27억원을 들여 금융, 의료,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34개 기업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와 인턴십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김동수)는 17일 오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을 개최했다. 발대식은 1부 출정식과 2부 포럼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이용훈 대학수학회장 등을 비롯해 KT 등 산업계와 수학계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용훈 대한수학회장은 "그동안 우리는 수학을 위한 수학에 매진해왔으나 이제는 산업을 위한 수학 또한 작동시켜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학자들이 산업체를 찾는 것으로 국내 산업수학의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환영사 했다.

김동수 소장 역시 환영사를 통해 "이번 발대식은 수학계가 산업수학을 활용해 산업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찾아 나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국내 산업수학의 첫걸음을 공표하는 자리"라며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을 계승해 수학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석준 미래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경제학자로서 수학자들이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과정을 볼 때마다 '수학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며 "수학자들이 발대식을 계기로 제자들과 연구실에서 나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 국내 성공사례 발표…"30년간 공학자가 풀지 못한 문제, 수학자가 1년 반만에 해결했다"

발대식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김이식 KT 상무와 최종용 (주)인코어드테크놀러지 대표이사의 산업수학 적용 성공사례였다. 청중으로 참석한 수학교수와 수학자들은 하나같이 노트와 펜을 꺼내들고 두 사람의 발표내용을 빼곡히 메모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김이식 상무 <사진=정윤하 기자>
김이식 상무 <사진=정윤하 기자>
먼저 김이식 상무는 KT에서 진행한 2013년 서울시 심야버스 빅데이터 분석과 2014년 AI 확산경로 예측 빅데이터 분석 등을 수학을 활용한 성공사례로 발표했다.

김 상무는 "2013년 서울시에서 올빼미버스를 도입할 때, 심야시간대 통신데이터 집중도를 바탕으로 노선을 변경했는데 효과가 컸다"며 "2014년에는 조류가 아니라 사람과 차량의 이동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 추정지역 6.4%(면적기준) 지역에서 AI 발병의 91.2%를 예측하고 AI의 원인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는 걸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통계에서는 표본(sampling)조사가 의미 있을 수 있으나 범인 색출이나 잠재적 위험성(risk) 예측은 특이치를 보이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수조사가 가장 유용하다"며 "지리산 산 속의 양계장에서도 GPS가 터지는 우리나라의 통신환경이 있어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DT시대에서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수학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세계"라며 "수학인재들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최종용 대표는 회사 설립과 발전과정의 발표를 통해 수학자들이 산업분야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최종용 대표 <사진=정윤하 기자>
최종용 대표 <사진=정윤하 기자>
최 대표는 "기존에 100년 이상 변화없이 사용한 계량기는 공학이 만든 것으로 계측과 과금용으로 만들어져 있고 원자력발전소 27개의 발전량 1%를 계량기가 쓸만큼 에너지효율도 떨어진다"며 "반면 엔코어드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만든 계량기는 사용자들에게 혁신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문제를 예측, 분석,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엔코어드에서 개발한 '스마트미터'는 초 단위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 사용량을 바탕으로 누진세를 예측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가전기기별로 전기 사용량을 분석해 준다. 또 이웃과의 비교, 에너지 목표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단순히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준다. 

최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수학을 통해 구현됐다"며 "공학자로서 30년간 에너지 분야 대기업에서 일하며 도저히 풀지 못했던 문제를 수학자들이 풀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학자들은 공학자들과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수학자들의 활약을 극찬했다.

엔코어드는 에너지 분야 기업이지만 수학자, 통계학자, 심리학자, 컴퓨터과학자 등의 비율이 높으며, 원천특허 4개를 포함 총 19개 특허를 갖고 있다. 엔코어드의 기술과 발전가능성을 인정 받아 최근 조지소로스 펀드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로부터 투자를 약속 받았다. 

최 대표는 "에너지의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삶의 행복한 자원으로 만들고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며 "고객과 개발자의 집단지성과 함께 진화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박형주 교수 기조강연…"산업수학 생태계 구축은 수학-과학 대중화 큰 틀로 접근"

박형주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박형주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1부 출정식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박형주 POSTECH 교수(대한수학회 부회장)는 '수학은 경제다'를 주제로 21C 산업발전에서 수학의 역할과 선진국의 산업수학 성공사례, 산업수학 성과학산을 위한 방안 등을 발표했다.

박형주 교수는 "스티브 잡스는 수학을 잘하지 못했지만 수학인재들의 중요성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픽사 등 헐리우드에서 수학인재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이어 박 교수는 "산업분야에서 수학인재들의 활약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수학인재들의 인적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미국은 수학회 회원수가 1만 3000명, 산업응용수학회원수가 약 1만 4000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수학회가 3700여명, 응용수학회원수가 520명으로 오히려 더 적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수학 성과가 각 분야에 확산되고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려면 수학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동시에 산업문제에 정통한 인재 양성이 선결 요건"이라며 "지속적인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해 수학 및 산업계를 넘어 사회전체의 이해와 합의를 요하는 수학-과학 대중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자"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딱딱한 이론이 아닌 세상에 뛰어들어 문제를 발굴하고 답을 찾는 살아 있는 수학 공교육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수학 부교재를 개발해 교육현장 제공하고,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숙제 지양, △특정 수학개념이 탄생한 시대적 상황과 주요 수학자의 일생과 연구 업적을 다룬 독서 교육, △수학의 역사와 생활 수학에 정통한 스타 강사가 진행하는 문화강연 프로그램 시행, △첨단IT와 융합된 수학 체험을 위한 수학문화관 설립 등을 제시했다.

◆ 문제발굴 계획발표…"산업 현장 경험한 수학인재 양성이 핵심 목표"

2부 포럼에서는 5명의 프로젝트 참여 교수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왼쪽부터 이준엽, 전인태, 정은옥, 임용도, 하승열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왼쪽부터 이준엽, 전인태, 정은옥, 임용도, 하승열 교수 <사진=정윤하 기자>

이준엽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융합과 혁신을 선도하는 산업수학 점화 프로그램'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며 "산업수학을 통해서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산업계 사회적 산업수학요구에 대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인태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수학의 역할'의 발표를 통해 "금융산업이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분야에서 수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가톨리대학교 금융(산업)수학센터는 문제 발굴을 통해 아시아의 골드만삭스, 아시아의 블룸버그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역설했다.

정은옥 건국대학교 교수는 '바이오와 의료분야에서의 산업수학의 비전과 역할'을 주제로 "생명현상의 복잡함을 바이오 산업수학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삼양사, 파미셀, 신약개발연구소 등과 MOU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임용도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산업수학의 축, 빅데이터의 수리적 분석과 활용'의 발표에서 "빅데이터 과학은 산업의 축으로 급부상 중"이라며 "산업수학은 논문보다 현장경험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기업에서 데이터를 접하고 해석해보는 경험을 갖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하승열 서울대학교 교수는 '점화프로그램을 통한 인력양성 및 산학협력 방안'이라는 제목 아래 "산업과 연구, 교육의 공통분모는 인재 양성으로 인재가 결국 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며 "재능 있는 젊은 수학도들에게 새로운 분야를 소개하고, 기본적인 배경지식 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산업수학 연구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리연은 산업수학 점화프로그램과 문제헌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는 9월 산업수학 대중강연, 10월 산업수학 글로벌워크숍, 문제헌터 프로그램 성과발표회 등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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