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지음

50만 독자가 사랑한 과학 작가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과학하는 하리하라 이은희의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부인 L씨'는 20여 년 동안 삼시 세끼를 요리하고 먹었지만,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일 년 열두 달, 때 되면 먹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삶고 끓이고 굽고 튀기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득 떡국을 끓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래떡보다 쫀득하고 달콤한 인절미로 떡국을 끓이면 더 맛나지 않을까?'

물론 직접 끓여 보지 않아도 주부의 본능이자 혜안으로 알 수 있다. 인절미로 떡국을 끓였다가는 떡이 물에 풀어지는 바람에 설날 아침부터 끈적끈적하고 느른한 풀국을 먹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왜 인절미는 느른하게 풀어지고 가래떡은 멀쩡한 걸까? 가래떡과 인절미의 차이는 어떤 과학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부, L씨는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1, 2]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이야기]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이자 50만 독자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걷잡을 수 없어졌다. 잘 익은 과일은 왜 향기롭고 새콤달콤할까? 술을 마시면 왜 취하는 걸까? 몇몇 사람들이 우유나 밀가루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조상들은 왜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었고, 삼복더위의 대표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꼽았을까?
이번에 출간된 이은희 작가의 신작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부엌과 식탁에서 벌어지는 연쇄 호기심 반응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은희 작가는 음식과 요리, 명절과 전통 문화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 속에 다양한 과학 원리와 인문학 상식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더 명확한 분석과 고찰을 위해 역사, 경제, 사회, 윤리, 인류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총동원했다. 덕분에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독자들의 지적(知的) 허기를 채워 줄, 퓨전 요리 같은 과학 교양서로 완성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서 알 거리와 배울 거리로 확장되는 먹거리의 가치

'먹방'에서 '쿡방'을 넘어 '푸드 포르노'까지, 이제 음식과 요리의 가치는 단순한 먹거리를 벗어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확장되었다. 덕분에 텔레비전, 인터넷, SNS 등 온 세상에는 음식에 대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 깊은 향과 풍미, 다채로운 식재료, 마술 같은 조리 과정에 매혹되고 환호하는 동안 정작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의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적, 즉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가를 잃어버리고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로 동물이, 다른 생명체가 지닌 유기물과 무기물을 섭취해 자신의 몸과 그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종의 화학적 자리바꿈이다. 바로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육체적 양분뿐만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얻는 과정이다. 먹는 즐거움은 삶의 가치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먹거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이 먹거리를 보다 맛있고 즐겁고 건강하게 먹는 것은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음식과 요리는 단순한 먹거리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변모했다. 이제 제대로 먹고 즐겁게 소화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과 요리의 가치를 '알 거리, 배울 거리'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고 아는 만큼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부엌과 식탁이 풍성해지는 유익한 맛의 향연!
입맛 없는 일상에 지적 포만감을 선사하는 과학 만찬

'분자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요리 트렌드이며 국내에서는 최현석 셰프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하다. 식재료의 성분과 질감에서부터 조리 과정 중 일어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하고 연구하여 이를 요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분자 요리학'은 조리(cooking), 음식 과학(food science), 조리 과학(science of cooking)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포함하는 학문인데, 그중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음식 과학' 분야는 식재료의 맛, 영양, 효능, 독성 등은 물론이고 기원과 역사, 명칭의 어원, 조리법, 활용법 등 그 식재료에 대한 모든 특성을 다방면으로 탐구한다.

그렇다면 많은 요리사와 미식가가 식재료와 음식을 '분자 수준'까지 깊이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자 요리는 조리 과정 중 잃어버리기 쉬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내어 더 깊은 풍미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재료와 음식의 특장점을 정확히 알 때 더 탁월한 요리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씹고 삼키고 마심으로써 향과 맛과 식감을 느끼기만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즐거움에 불과하다. 음식과 식재료의 다양한 특성을 알고 먹을 때 우리가 잃어버렸던 '무엇을, 왜,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더 만족스러운 요리와 식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래떡과 인절미의 차이는 각각의 재료가 되는 멥쌀과 찹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이 둘의 특성이 다른 것은 멥쌀 녹말과 찹쌀 녹말을 구성하는 성분의 차이 때문이다. 찹쌀 녹말은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반면 멥쌀 녹말은 아밀로펙틴과 아밀로오스가 약 7대3의 비율로 섞여 있는데, 아밀로펙틴의 분자 구조는 비교적 복잡해 호화 현상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한번 호화 현상이 발생하면 분자 사이에 침투한 수분이 복잡한 구조에 갇혀 쉬이 마르지 못해 호화가 오래 유지된다. 그래서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찹쌀로 만든 인절미로 떡국을 끓이면 떡이 과도하게 수분을 흡수하여 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을 통해 이러한 과학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면 앞으로 먹을 떡국과 인절미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보다 '유익한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종종 우유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심하면 설사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그저 체질상 우유와 맞지 않기 때문인 걸까? 사실 우유를 먹어도 멀쩡한 성인들이야말로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유에 포함된 유당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락타아제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락타아제 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는 성인이 되면 그 기능이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왜냐하면 성인이 젖을 먹고 클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두 차례의 우유 혁명(우유를 다른 식품으로 가공하여 섭취하기, 우유를 '억지로' 섭취함으로써 식량이 부족한 시대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번성)을 거치는 동안, 성인이 되어서도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가 활동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성인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반대로 우유를 즐기는 행위는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졌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한국 최초의 '사이언티쿡스'를 자처하는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는 새콤달콤하게 잘 익은 과일의 맛을 통해 과일이란 식물이 동물에게 '일부러' 먹히기 좋은 상태로 생화학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임을 밝힌다.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면서 질소고정법의 역사를 되짚고, 글루텐의 정체를 파헤침으로써 밀가루 음식이 '안 받는' 사람들의 체질을 분석한다.

쌍둥이처럼 닮은 토마토와 감자 열매를 비교하면서 '포메이토'를 연상하고 더 나아가 미래에 닥칠지 모를 식량 위기를 고민한다.

우리는 삼시 세끼를 비롯해 후식, 간식, 야식으로 다양한 음식과 요리를 먹는다. 쌀을 안치고 떡국을 끓이고 삶은 감자를 으깨면서, 섞박지 김치를 씹고 닭다리를 뜯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 음식과 요리의 진짜 정체가 무언지, 어디서 기원했으며 우리 조상과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 왔는지, 각각의 명칭은 어떻게 얻었으며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맛과 가치로 변화할지를 상기한다면 우리의 부엌과 식탁은 한결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음식과 식재료들은 자연의 역사이자 인류의 문화이며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출판사: 살림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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