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사이언스코리아-해외기획취재]연구관계②국민적 과학기술 지지 이끄는 선진 과학현장대중과 격없는 소통 보편화…디지털화 통해 '과학지식 세계와 공유'

 

 

영국의 과학관, 박물관은 모두 무료. 연중내내 현장수업을 위해 과학관을 찾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현직 또는 원로 과학자들이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학생들은 최고의 과학자를 과학관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성장한다.<사진=길애경 기자>
영국의 과학관, 박물관은 모두 무료. 연중내내 현장수업을 위해 과학관을 찾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현직 또는 원로 과학자들이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학생들은 최고의 과학자를 과학관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성장한다.<사진=길애경 기자>

"독일에서는 '독일산업하면 프라운호퍼'라고 자연스럽게 나올정도로 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협회에서 지속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좋아졌다."
(데니스 카스케 프라운호퍼 아시아 매니저)

"일반 시민이 과학자를 이해하는 만큼 연구자들도 시민이나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미래관은 그런 의미에서 연구자 커뮤니티와 국민 사이에서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주는 것이다."
(겅 투 일본과학미래관 국제조정실 실장)

"영국의 과학관은 모두 무료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학생들의 과학수업은 거의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며 과학관은 항상 북적인다.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는 몫은 각분야 과학자들이다. 과학자와 학생, 일반시민 간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다."
(박재환 영국 미들섹스 대학교수)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성과 전파를 의미하는 PUS(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은 과학기술자들의 수준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과학기술 이해도와 지지도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유럽·일본 등 과학 선진국들은 연구현장과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연구소 개방 행사 등은 기본이며, 특히 과학관은 그 최전선에서 국민과 연구자 간 거리를 좁히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중들이나 과학 분야 종사자들이 과학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도 활성화되어 있다.

◆ 日 과학미래관…연구자·시민 직접 교류 장 마련,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양성 역할

 

 

유기 LED로 표면이 감싸진 지구본형 디스플레이 'Geo Cosmos'<사진=이은미 기자>
유기 LED로 표면이 감싸진 지구본형 디스플레이 'Geo Cosmos'<사진=이은미 기자>

일본 과학미래관(www.miraikan.jst.go.jp) 한쪽 천장에는 유기 LED로 표면이 감싸진 지구본형 디스플레이 Geo Cosmos가 매달려 있다. 지구 온난화나 비행기 궤적, 쓰나미가 퍼져나는 모습 등 각종 환경관련 데이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겅 투(屠耿) 실장에 따르면 Geo Cosmos는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구 환경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과학과 사회가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전시물이다. 이는 미래관의 기본운영 방침인 'TSUNAGARI(연계, 유대)'와도 일맥상통한다.

미래관에서는 2011년부터 과학대중화 사업인 TSUNAGAR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미래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2010년부터 과학기술 관계자들과 함께 위원회를 만들어 향후 10년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TSUNAGARI 프로젝트다.

성인까지 타깃을 확대해 전시물을 기획하고 연구자들의 연구공간을 미래관 안에 마련한 것은 국민과의 연계·소통을 중시한다는 하나의 상징이다.

겅 투 실장은 "종래는 과학관 타깃이 어린이"라며 "미래관은 성인들이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도 좀 더 깊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미션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관 내 연구실은 일본 내 대학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연구자들이 시민들에게 연구를 설명하고 직접 교류할 수 있다. 2015년 8월 현재 12개실이 운용되고 있으며 사용료는 거의 무료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주말이나 행사 시 미래관의 방문객들에게 연구실을 개방한다는 조건이다. 

 

 

Cyber Living Lab | Embodied Media Project를 진행중인 다치 연구실. 미래관 연구실에서 연구한 성과를 미래 상설 전시 '미디어 라보'에서 발표한 케이스다. 미래관이 연구자와 일반시민을 연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모범 사례다. <사진=과학미래관 제공>
Cyber Living Lab | Embodied Media Project를 진행중인 다치 연구실. 미래관 연구실에서 연구한 성과를 미래 상설 전시 '미디어 라보'에서 발표한 케이스다. 미래관이 연구자와 일반시민을 연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모범 사례다. <사진=과학미래관 제공>

 

미래관 상설전시 중 '미디어 라보(media laboratory)'는 국민들에게 첨단정보기술에 의한 표현의 가능성을 소개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약 3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미디어 라보에는 미래관 연구실에 속한 연구자의 전시와 외부 연구자에 대한 전시가 같이 진행된다. 이 곳 전시물들은 모두 연구자가 만든다. 연구자들은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의 연구에 대한 반응을 알고 실험 대상을 국민까지 확대할 수 있다. 국민들도 새로운 연구에 대한 지식을 얻는 동시에 연구에 참여하는 보람을 느끼는 좋은 기회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역할을 과학관에 한정하지 않는 점도 국민과 과학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일본 과학미래관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은 5년간 일하고 떠나야 한다. 겅 투 실장은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은 과학관이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필요하다"며 "미래관에서는 그들을 국민과 과학을 잇는 중간자로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 10시, 영국 런던 켄싱턴에 위치한 사이언스 뮤지엄. 노랑, 파랑색 조끼를 입은 어린이들이 밀려든다. 교사와 학부모의 인솔에 따라 과학관으로 들어선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한 전시물 앞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자리에 앉는다. 나이 지긋한 여성과학자가 어린이들에게 전시물의 원리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영국에서는 모든 과학관, 박물관이 무료다. 그만큼 개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이 높지만 미래세대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과학관은 연중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학기 중에는 더욱 찾는 이들이 많아 종종 발생하는 미아방지를 위해 어린이들에게 눈에 띄는 형광색 조끼를 입힌다.

전시물은 영국의 산업발전 상황부터 미래 기술까지 시대적 흐름으로 전시, 어린이들이 자주 보고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지도록 한다. 과학관에서 전시물 설명을 담당하는 그룹은 과학자들이다. 각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과학관을 찾는 어린이부터 청소년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고 멘토 역할도 기꺼이 도맡는다. 어린이들이 어릴적부터 각 분야 최고 과학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문화인셈이다.

박재환 영국 미들섹스 교수는 "영국의 과학자들은 연구 평가에 봉사활동 분야가 포함돼 있어 과학관이나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학생들에게 과학을 쉽게 풀어주는데 익숙하다"면서 "혼자만 연구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현장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원로 과학자가 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원로 과학자가 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 스미소니언의 '디지털 비전'…과학지식의 세계화

"과학을 모든 사람과 무료로 공유한다."

영국과학자 제임스 스미슨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과학관 스미소니언의 '디지털 비전'이다.

스미소니언재단은 '지식의 확산'이라는 큰 뜻 아래 1846년 설립이후 168년 동안 박물관을 직접 보여주면서 과학을 국민들에게 다가가게 했다.

남녀차별이 심했던 1800년대 남녀노소 누구나 과학을 무료로 접하게 하는 시도 자체가 사회적 충돌을 야기시키기까지 했지만, 스미소니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대중에게 과학지식을 널리 확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미소니언은 21세기를 맞아 디지털화를 통해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과학을 전하려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모든 박물관 소장품들의 디지털화를 추진중이다.

사실 박물관을 찾는 일반 대중은 현장을 찾아도 박물관 소장품의 1%도 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과학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대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존 깁슨 언론홍보 책임담당관 "과학의 디지털화는 곧 과학의 세계화"<사진=김요셉 기자>
존 깁슨 언론홍보 책임담당관 "과학의 디지털화는 곧 과학의 세계화"<사진=김요셉 기자>
존 깁슨 스미소니언재단 언론홍보 책임담당관은 "현재 세계 어느 박물관도 디지털화 된 곳이 없다"며 "모든 소장품의 디지털화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언제 어디서든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스미소니언의 디지털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 깁슨 담당관에 따르면 현재 스미소니언재단은 1억3800만개가 넘는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910만여개의 유물을 이미 디지털화시켜 웹사이트(http://collections.si.edu)를 통해 검색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미소니언의 디지털 비전은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특히 교육적인 목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선생님들이 과학교육 과정을 웹사이트에서 다운받거나 자료를 프린트 해서 학생들과 공유하며 학습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 연구자 동기부여·국민의 존경심 배가에 미디어 역할 커

일본 NHK에서 올해 초 'NHK Next World'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현재의 일본과학기술 현주소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항공우주, 생명연장 등 분야에서 2045년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다뤘다.

많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NHK에서 과학관련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며 나도 어렸을 때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동기부여를 하는 동시에 국민들이 과학자들에게 존경심을 갖는데 미디어의 역할이 적지 않다.

연구소들과 대학들은 연구비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감대 아래 대중 대상 행사도 많이 개최한다. 연구 모임에서 카페를 빌려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과학자들과 국민 사이에 소통하는 사이언스 카페 프로그램은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류이치 KIST 연구원은 "내가 속한 젊은 물리학자 모임에서 매년 사이언스 카페를 열었다"라며 "자폐증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할 때는 해당 주제로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합류했다"고 말했다.

독일 응용연구의 중심 프라운호퍼 협회가 2009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대다수가 프라운호퍼에 대해 알고 있었고 코가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더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니스 카스케 프라운호퍼 아시아 매니저는 "프라운호퍼에서는 잡지발간부터 TV 리포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면서 "연구소마다 소통 프로그램이 있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데니스 매니저에 따르면 독일의 전통과 문화 상 여성들은 일반적인 직장생활 보다 사회재단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여학생의 이공계 기피현상도 지속되고 있고 여성 엔지니어가 많지 않다. 

그는 "독일의 여성들에게도 변화가 필요한데 여전히 그런 문화"라면서 "프라운호퍼에서는 '걸스데이' 프로그램을 마련 여학생들만 초대해 비전을 보여준다. 또 여성의 경우 출산 육아로 인한 부담이 없도록 3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자리도 그대로 유지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 내 연구자들의 소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데니스는 "연구자들 스스로 찾아서 교육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유럽, 아시아, 호주, 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있는 연구센터 등에 연구원들을 파견해 현지에서 직접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매니저는 프라운호퍼와 해외 국가들간의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스미소니언재단의 한 원로 과학자는 "과학은 특정 계층이 향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합리적인 수단이자 도구"라며 "대중에게 과학이 얼마나 노출되고 함께 공유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스미소니언에서 가장 인기있는 항공우주박물관. 매일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는 이 곳에서는 인류의 항공우주 도전 역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사진=김요셉 기자>
스미소니언에서 가장 인기있는 항공우주박물관. 매일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는 이 곳에서는 인류의 항공우주 도전 역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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